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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임대주택 시장]
한국의 다이토겐타쿠, 과연 가능할까?

일본의 임대주택은 시대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과거 주택건설을 전문으로 하던 업체들이 임대주택 전문기업으로 변모하는가 하면 중개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분야를 넓히면서 임대전문기업으로 바뀐 예도 있다. 이들 임대전문기업들의 임대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승철(이룸디앤씨 홍보이사)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집값보다 비싼 돈을 내고 전세 입주한다? 까닭이야 있겠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런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 여러 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전세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그런가 하면 월세 또한 오름세다.

 

기실 우리나라에서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이럴 때마다 나오는 뻔한 반응이 주택시장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얘기들이다. 거기에 요즘 꼭 포함되는 것이 임대주택 제도의 개선이다. 언제나 필요했던 조치들이고 불행하게도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 같은 조치들이다.

 

정부에서도 임대주택 제도 선진화에 꽤나 신경을 쓰고 있고 그래서 새로운 제도들도 계속 내놓고 있지만 그 약발이 그리 시원하진 못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들이 아닌 까닭에 벌써부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이런 제도들을 만들 때 참고 이상의 참고가 되는 것이 일본이다. 새롭게 제안되고 있는 임대주택 제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마치 일본이 한국의 미래인 것처럼 말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시장은 일본처럼 체계화되는 길을 걷게 될까?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그 길을 개척해 나가게 될까? 한국의 다이토겐타쿠도 출현하게 될까? 사실, 아직은 모든 것이 안개 속이다.

 

 

주택건설업계의 변화 가능성 있다

한국과 일본은 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많은 나라다. 많은 사회현상이 그런데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앞서 간다. 가구 구조의 변화도 그렇다. 요즘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1인 가구가 4인 가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1990년 당시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23.1%)가 많기는 했지만 4인 가구(21.6%)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1인 가구 비중이 31.2%로 크게 늘어났고 4인 가구는 14.9%로 줄었다.

그 결과가 주택 유형과 주거 형태의 변화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일찌감치 소형 가구에 특화한 주택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1~2인 가구 수요에 맞춘 다양한 유형의 소형 주택이 공급됐다. 셰어하우스, 콤펙트 맨션, 위클리 맨션, 먼슬리 맨션 등의 이름을 가진 소형 임대주택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주택임대 전문 기업들도 속속 등장했다. 주택을 짓기만 하던 건설사들이 부동산을 직접 보유, 운영하는 종합자산관리업에 뛰어들기도 했고 기존의 부동산 분양사업에서 탈피해 다양한 임대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기도 했다.

 

토지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지주와 공동으로 개발, 신탁, 운영하거나 부실자산을 매입한 후 가치를 높여 재판매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이같은 변화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와 주택건설업계의 시선이 일본을 향하고 있는 것도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일본 임대관리업계의 전체 매출은 지난 해 말 현재 6조7000억엔이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이르는 것이다. 상위 10개사의 매출액을 합하면 3조8447억5900만엔(38조9166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 1위의 임대주택 관리회사는 다이토겐타쿠(大東建託)이다. 원래 주택건설사업에 주력하다 부동산임대관리, 건물관리로 사업 영역을 넓힌 케이스다. 그 뒤를 레오팔레스21이 뒤쫓고 있다. 이 회사는 호텔 리조트시설 개발·운영사업과 동시에 주택임대사업에서 발군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일본 최고의 임대주택 기업 다이토겐타쿠는 1974년 6월 설립됐다. 건설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관련 부문 전부를 커버하는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회사로 성장했다. 건설부문은 대동건설주식회사와 대동스틸이, 부동산 부문은 대동부동산관리, 하우스컴 등이 주력기업이다.

이와 함께 금융, 보험관련 기업도 있어 그룹 내에서 자금조달에서 건설과 부동산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일본의 투톱 다이토겐타쿠와 레오팔래스21

다이토겐타쿠의 지난 3월말 현재 임대주택 관리세대는 모두 86만4678호에 이른다. 일본 전체 803깨의 임대관리회사 가운데 1위다. 다이토겐타쿠는 1997년부터 19년 동안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주택 관리세대는 계속 늘어나 내년 3월에는 92만8000호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토겐타쿠는 2014년 일본 전국 단독주택 공급 랭킹에서도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택 건설과 공급에서 최고의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원동력은 새로운 기술과 평면, 패턴의 개발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부터 새로운 임대주택 ‘라일 디오’ 시리즈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 상품은 ‘갤러리 선반’이나, ‘픽처 레일’ 등을 사용해 입주자의 개성에 맞게 디자인과 수납을 설치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고품질의 잠금장치로 안전도를 높였고 최근에는 우편물이나 택배 등의 직접 수령을 피하고 싶은 입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안심하고 수하물을 받을 수 있는 메일함을 다로 설치했다. 또한 단열 등의 성능도 최고 등급으로 올렸다.

 

이 시리즈의 최상층은 임대인을 위한 펜트하우스로 꾸몄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는 자기 건물에 살고 싶어하는 임대인을 위한 것이다. 주방에 홈바를 기본으로 설치하고 대리석 욕조 등 최고급으로 시공했다. 협소히거나 좁고 긴 형태의 공간 등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보다 많은 임대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이토겐타쿠의 임대주택은 이처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배려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임대인들의 경우는 세금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나대지를 소유하고 있을 때는 높은 보유세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다이토겐타쿠는 임대주택을 지어 임대사업을 할 경우 이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대수익도 발생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임대인들을 설득했던 것이다.

 

서브리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서브리스를 중심으로 하지 않고 이처럼 수주를 통해 시공분야에 중점을 두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오늘날 일본 최고의 건설실적과 관리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레오팔레스21은 다이코겐타쿠에 이은 부동의 2위 기업이다. 1974년 부동산중개를 주로 하는 기업으로 출발했으나 건축도급업과 임대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부동산관리(PM)분야에도 진출했고 호텔과 리조트 사업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00년대에 일본 내 메이저 부동산회사에 근접할 정도로 급성장해 지금은 임대주택관리 2위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주택임대사업, 건축도급사업, 실버사업, 호텔 및 리조트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효울 에너지 주택 건설에 집중 투자, 2013년 태양열 에너지 아파트 7000동을 돌파하는 개가를 올렸고 실버주택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해에는 젊은 층을 위한 임대주택 유니버스(Uni Birth)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으며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까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에이블의 약진과 중소기업들

다이토겐타쿠나 레오팔래스21과는 달리 중개업을 기반으로 임대관리업을 하는 회사도 많다. 임대관리가 중개업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어 진출하기가 용이한 까닭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부동산중개업의 허용범위가 넓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 중개업자가 직접 개발사업을 벌이고 관리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중개법인인 에이블사는 중개업을 기반으로 임대관리회사로 성장한 케이스로 꼽힌다. 이 회사의 경우 중개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1.8%인데 비해, 인테리어, 소득, 이사 등 중개관련이 33.5%, 임대관리가 19.5%를 차지하고 있다.

 

1968년 설립된 에이블은 직영점 500여개를 포함해 일본 전역에 800개를 웃도는 점포를 운영 중이다. 임대중개가 주력이지만, 서브리스 사업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현재 20만여호의 임대주택을 관리하고 있으며 부동산관리사업에도 진출했다.

 

에이블처럼 부동산 중개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의 경우는 임대주택 관리사업 자체보다는 임대중개 네트워크와 마케팅 홍보력에서 경쟁력을 찾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사업계획도 중개네트워크와 마케팅 능력을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국적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에 머무는 사례가 많다. 일본의 임대주택 제도를 수입해 한국적으로 변환해 정착시킬 수 있을 지의 여부를 판단하려면 그들의 제도가 정착하게 된 배경부터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임대주택 제도가 지금의 형태로 완전히 자리잡은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그 전에는 전근대적 형태의 여러 관행들이 존재했었다. 시키킹이나 레이킹 같은 관습적 보증금 등이 대표적인데 요즘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댜. 또한 스테이 서비스, 리로케이션 서비스와 같은 단기 임대차 계약도 가능해지면서 임대공간의 유동성도 크게 올랐다.

일본 임대주택 제도의 체계화에 가장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은 버블 붕괴로 도심의 임대주택 개발을 위한 토지비 부담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토지비의 부담을 줄여야 투자자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인데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빌려서 하는 것도 가능해짐으로써 이를 활용한 임대주택 개발도 크게 늘어났다. 다이토겐타쿠 등 건설시공 능력을 가진 우수한 기업들이 개발단계에서부터 장기임대가 가능한 주택들을 공급함으로써 임대시장의 체계적인 성장을 도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기존의 여러 관행들이 바뀌는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일어난다면 얼마나 빠른 시간에 일어날 것인지가 임대주택제도 선진화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시험대에 선 중견주택건설업계

일본 임대관리회사들의 국내시장 노크도 이어지고 있다. 레오팔래스21이 국내업체와 제휴해서 우리레오PMC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다이와리빙은 KT의 자회사 KT에스테이트와 손잡고 KD리빙이란 합작사를 만들었다.

일본계 주택임대관리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일본시장에선 이미 수백 개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다. 주택임대 구조가 일본과 유사해진다는 것도 일본 업체로선 매력적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임대시장이 빠르게 월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국내 진출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을 듯하다. 월세가 빠르게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세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새로운 제도들을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틱한 임대 관행의 개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라는 점도 그 요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래도 임대주택 시장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단독가구의 증가, 젊은이들의 내집 마련에 대한 관념 변화 등이 이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런 확신의 근원이 된다.

주택건설업체들에게 있어서도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발등의 불’은 아니다. 아직은,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아파트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의 입맛에 맞는 아파트를 열심히 짓는 것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다만, 새로운 시장에 대한 관심과 적응은 필요하다. 언젠가 아파트 짓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때가 올지도 모르고, 그 시기는 뜻밖에 빨리 닥쳐올 수도 있다. 중견 주택건설업체들은 지역 시장에 눈을 돌려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지역시장은 서브리스 방식의 임대주택을 실험하고 정착시켜 나가기에 적합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요즘 주택시장은 주택건설업체들에게는 시험대일지도 모른다. 안주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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