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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교수의 도시건축이야기 ]
신한옥공동체 마을

우리의 전통과 역사가 묻어 있는 한옥을 21세기의 우리 주거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과 장치를 담은 현대적 재해석이 필요하다. 신한옥은 대청과 한지로 바른 안방과 루, 바람과 빛을 조절할 수 있는 문과 다양한 재료의 조합이 있어야 한다. 21세기의 신한옥은 살아 있는 3차원 도시구조 속에서 작동하며 역사·문화적으로 도시의 가장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글·사진 김석철(국가건축정책위원장·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신한옥 공동체 마을 조감도

 


한옥의 현대적 재해석

근래 들어 콘크리트 아파트 주거단지들로 가득찬 무미건조한 도시 모습에 대한 반발로 한옥 주거단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국가발전에 주력하던 ‘국민’의 시대는 지나갔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취향과 선택에 집중하며 일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며 도시 내의 삶을 찾아 즐긴다. ‘라이프(life)’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스타일(style)’을 가지기 시작했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주거를 공유하거나, 건축가를 고용해 타운을 짓고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한옥 주거단지는 도시민들의 생활의 질에 관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

 

▲ 전주 한옥마을. 1930년경 조성된 한옥지구로서 근대의 한옥구조를 살펴보기 좋은 예이다.

 

▲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대표적인 도심 내에 위치한 한옥지구이다.

 

한옥의 건축 방식은 우리 삶의 방식 속에 이미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아무리 한국인의 상당수가 몇 십년간 아파트 생활을 해왔더라도 한국의 아파트와 외국의 아파트는 그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것이 바로 우리 건축 DNA의 원천이다. 고흐나 마티스의 그림을 보고는 감동만 할 뿐이다. 하지만 한국인인 수화 김환기의 그림을 볼 때는 감동을 넘어서는 뭔가 끌어 오르는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한옥도 마찬가지이다. 한옥은 강렬한 삶을 느끼게 하는 건축이자 우리가 생득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역사적 기억장치이다.

 

▲ 신한옥 공동체 마을 단위세대 조감도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우리 주거문화의 일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과 장치들이 필요하다. 한옥 자체가 도시생활보다는 자연과의 조우를 염두에 두고 탄생했으며, 배치와 건축구성, 디테일까지 한옥은 곳곳에 고도의 상징형식을 품고 있어 그것을 현대의 도시구조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한옥이 현대인의 생활과 정신에 어떠한 의미와 영향을 주는지를 자로 재듯이 명확히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한옥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보니 옛 모습을 통째로 가져오는 것 말고는 달리 그것을 변경할 방도가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전통건축의 현대화는 고건축을 복원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과거 그대로의 한옥을 재현해내는 것이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한옥을 미래 주거의 전형으로 내세울 수 없다.

 

▲ 신한옥 공동체 마을 클러스터 조감도

 


신한옥이 갖춰야 할 네가지 조건

우리는 ‘한옥’이라고 하면 흔히 조선시대 상류층의 주택을 떠올린다. 그러나 내가 이 글에서 제안하는 ‘신한옥 공동체 마을’은 도시 구조물로서의 한옥이다. 대문, 담장, 다리 등을 도시 주거의 관점으로 확대하되, 주거행위를 담아내는 최소의 공간 단위부터 마을 단위까지 한국인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계획된, 신(新)한옥들로 이루어진 한옥타운인 것이다.

 

▲ 신한옥 공동체 마을 구성원리 다이어그램. 전통건축의 구궁도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경제적 현실과 사회적 상황을 무시한 채 홀로 고고함만을 주장한다면 한옥 주거는 시장에서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제까지의 한옥 사업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감안한다면 마당이 중심인 단층 한옥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부동산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되 한옥의 문화적, 예술적 요소가 주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야만 한다. 현대건축의 80~90%를 과감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도시의 레이어를 둠으로써, 한옥의 주요 요소를 더하는 방식을 고려해봐야 한다.

 

 

 

내가 제시하는 신한옥이 갖춰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한옥에서 대청은 생략되어선 안되는 필수 공간이다. 한옥에서 대청의 공간은 넓은 앞마당과 작은 뒷마당 사이에 위치해 맞통풍이 가능하고 땅으로부터 이격되어 있어 여름내 청량감을 유지하게 해주는 요소이다. 사실 이러한 공간구조의 한옥은 조선시대 남부지방에서 주로 사용하던 형태이지만, 이제는 지구의 온난화로 점점 아열대로 변해가는 한국의 기후에 보편적으로 적용할만한 적합한 건축요소이다.

 

▲ 경주 양동마을. 다양한 전통 한옥의 가옥 구조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둘째, 신한옥에는 사방을 한지로 바른 안방과 돌출된 루(樓)가 필요하다. 한지로 바른 안방은 친환경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주거의 메인 공간이며, 돌출된 루는 주변의 공간을 끌어들여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 신한옥 공동체 마을 클러스터 시스템의 구성원리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셋째, 창과 문의 디자인에 있어서도 혁신이 있어야 한다. 창과 문은 열고 닫는 수준을 넘어, 밀거나 닫거나 젖히거나 올림으로써 바람과 빛의 성질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창과 문은 자연이 만들어 낸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축장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건축재료의 조합이다. 콘크리트는 항구적이지 않은데다가 재활용이 불가능한 건축재료이다. 결국 목조와 철골조가 결합된 목철골조(木鐵骨造)가 미래의 건축소재로 남을 것으로 예견한다. 하지만 신한옥에서 건축의 모든 부위를 철골과 목조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제성, 사용성, 시공성은 물론 미학성까지 고려해 노출되는 주요 부위인 지붕은 목구조로 유지하되 주요 골조는 철골, 일부는 콘크리트를 이용해야 한다.

 

▲ 신한옥 클러스터 평면도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21세기 한국인의 마을

‘신한옥 공동체 마을’은 궁극적으로 21세기 한국인의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20세기 로스엔젤레스 한인타운 류의 마을을 말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한옥을 짓는다는 것’의 본질은 주어진 자연과 인간 사이의 최적의 조화를 찾는 것이고 인간으로 하여금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거단위 정도 스케일의 한옥들로는 큰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도시단위의 한옥 설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공유하고 공유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인간의 삶의 기저에는 공동체 의식이 함께한다. 우리는 이미 20세기 동안 개인의 편의와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되던 거주 활동의 부작용이 결국은 인간소외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해 왔다. 이미 시대의 패러다임도 나눔과 공유에 집중하고 있다.

 


▲ 신한옥 단위세대 구성도

 

‘신한옥 공동체 마을’은 한옥이라는 주거 양식을 선택했기에 역사·문화를 공유한 공동체이기도 하다. 형태와 기능이 상이한 한옥 클러스터들로 구성되는 ‘신한옥 공동체 마을’은 다양한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한옥이라는 공통의 매개체가 있기에 이곳을 정주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통된 감성를 느끼고자 할 것이며, 독특한 경험을 원할 것이다. 그들의 정서와 행위는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삶의 형태로 공유될 것이다.

 

21세기 미래형 주거로 한옥을 짓는다는 것은 특별한 건축 행위이다. 그것은, 대지로부터 지형과 물과 바람과 온기를 배움으로써, 장소와 주변과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땅의 역사가 만들어낸 인간 정서의 DNA를 파악함으로써 시작되어야 한다.

 

▲ 신한옥 단면도 및 후정시스템 설명

 

과거의 한옥이 자연을 품음으로써 형성되었다면 21세기의 신한옥은 현재의 도시를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 신한옥은 유적으로서의 한옥마을이 아닌 살아 있는 3차원 도시구조 속에서 작동하며 역사·문화적으로 도시의 가장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신한옥 공동체 마을’은 행복하게 거주할 수 있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21세기형 미래 주거군으로 탄생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신한옥 공동체 마을’ 프로젝트가 이루고자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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