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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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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협동조합 임대주택]
민유 남가좌동 달팽이집 1호

집 없는 청년들이 모였다. 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이다.

이들이 공급하는 첫 번째 임대주택, 가좌동 달팽이집 이야기가 시작된다.

취재 지유리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시끌벅적한 신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대문구 남가좌동. 홍제천과 궁둥근린공원이 인접한 조용하고 소박한 동네에 20~30대 여성 5명이 색다른 동거를 펼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공급한 임대주택 ‘1호 달팽이집’의 이야기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치솟는 임대료와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풀기 위해 모인 청년단체로, 지난 2011년 연세대학교 학생회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 뒤이어 질 좋고 저렴한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드디어 지난 8월, 창립멤버 110명이 낸 출자금 8200만원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남가좌동 달팽이집은 민달팽이유니온이 벌인 청년을 위한 대안주택실험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 입주자들은 주방 겸 거실을 함께 쓴다. 함께 밥을 해먹는 그들은 서로를 식구(食口)라고 부른다.

 

지난 8월, 1호 달팽이집은 5명의 입주자를 맞았다. 기존 5층 규모 주택 가운데 2층을 조합자금으로 임대해서 조합원들에게 공급했다. 유일한 입주자격은 6구좌(30만원) 이상 출자한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입주를 위해 새로 조합에 등록한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5명의 민달팽이 청년들이 집을 찾았다.

 

바로 옆집에서는 2호 달팽이집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1호와 달리, 신축중인 건물 전체를 임대해 공급할 예정이다. 11월 중순이면 이곳에 14명의 입주자가 둥지를 튼다. 한적하던 동네 주택가에 청년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채워질 날이 머지않았다.

청년들이 직접 마련하고 공급하는 청년대안주택, 달팽이집을 둘러봤다.

 

▲ 잘 정돈된 1인실 모습. 좁은 방에 침대와 책상이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해 좌식테이블만 놓아 소박하게 꾸몄다.

 

 

10년 장기임대로 임대료 부담 가볍게

달팽이집은 붉은 벽돌의 1~2층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남가좌동 주택가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다. 하얀색으로 마감한 네모반듯한 연립주택이 골목길과 묘하게 어울리며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1층은 필로티 설계를 적용해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현관문을 열고 계단실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201호, 202호가 민유의 임대주택이다. 민유가 각각 보증금 4100만원 월임대료 47만원에 임대해서 조합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했다.

 

                                          ▲ 입주자들이 그린 동네 약도. 마트와 정류장 위치, 음식점 등 동네에서 

                                          알아야 할 곳들이 잘 정리돼 있다.

 

                                          ▲ 욕실청소는 돌아가면서 하고, 함께 쓰는 욕실 용품은 갹출한 돈으로 

                                          구입한다. 성공적인 셰어하우스 생활을 위해서는 꼼꼼하게 규칙을 

                                          정해야 한다.

 

호별 규모는 40.39㎡로, 주방 겸 거실과 욕실, 그리고 방이 2개씩 있다. 201호의 경우 두 방 중 큰 방에 2명이 함께 생활하고 202호엔 2명의 조합원이 입주해있다.

임대료는 주변시세보다 7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1인실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임대료 30만원, 2인실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임대료 20만원을 부담한다. 10년 장기 임대하는 대신 임대료를 낮췄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 건물들이 가까이 줄지어져 있는 주택가에 위치한 달팽이집. 사생활을 위해 창문의 높이를 낮게 만든 대신 2면을 개방해 공간감을 키웠다.

 

민유의 설명에 따르면 임대료는 토지·건축 비용에 공실위험부담 비용이 포함되는데, 민유가 10년 장기로 임대하면 그만큼 사업자의 공실위험부담이 없어져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달팽이집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임대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들이 연락을 해온다.

또한 한 집에 입주자 여럿이 같이 살면서 임대료를 나눠 내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입주자들이 내는 임대료 중 매달 2만5000원씩은 제2, 제3의 달팽이집을 위해 적립해둔다.

 

 

 

일상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입주하기 전에 함께 살 사람들과 만나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어요. 생활규칙을 정하고 밥솥이나 선풍기처럼 함께 쓸 물건을 배정하기도 하고요. 서로 약속한 사항을 잘 지켜 같이 사는 데 불편한 점이 없어요.”

 

2인실에 입주한 김해랑 씨는 셰어하우스라는 특별한 경험 덕에 오히려 주변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즐겁다고 말하며 웃었다.

달팽이집 입주자들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용품들도 함께 쓴다. 밥솥과 커피머신은 해랑 씨가 챙겨온 물건이다.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은 새로 구매했다. 의견이 충돌되지 않도록 작은 부분까지 함께 결정해 정했다. 단순히 집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 민유 주택협동조합의 취지였다.

 

▲ 201호의 큰방엔 두 명이 함께 살고 있다. 파티션으로 공간을 나눠 나름대로 개인공간을 만들었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해랑 씨는 물건을 사서 방을 꾸밀 때마다 룸메이트에게 반드시 허락을 구한다.

 

입주자들의 임대계약 연장도 함께 사는 입주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다. 입주자들은 6개월 단위로 민유와 임대계약을 맺는데 같이 사는 이들의 반대가 없는 한 무한정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달팽이집의 공용공간이 넓지 않다는 점. 현재 달팽이집 1호는 시범단계로 운영되던 곳을 정식 공급하게 된 것이다. 총 5층 중에 2층의 두 집만 임대해 공급했다. 이번 11월에 입주를 시작하는 달팽이집 2호는 이곳보다 공용공간도 넓고 커뮤니티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1호 입주자들은 2호가 문을 열면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 민유의 캐릭터가 그려진 액자로 꾸민 벽. ‘함께 가꾸는 삶’이라는 문구가 셰어하우스와 잘 어울린다. 

 

Interview 1

 

“함께 살며 외로움 느낄 겨를 없어”  민유 경영지원팀장 임소라(28)

1인실에 살고 있는 임소라 씨는 민유에서 경영지원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식 공급 전 시범으로 참여한 셰어하우스 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혼자 살 때 느꼈던 외로움이 없어져 좋다는 소라 씨를 만났다.


 

 

셰어하우스 생활은 어떤가요 

민유가 본격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전에 민유 활동가들끼리 두 달 정도 이곳에서 함께 살았어요. 우리가 공급할 셰어하우스 생활이 어떤지 일종의 시험을 해본 거죠. 저는 그때 2인 1실을 썼어요. 미리 경험을 해두어서 그런지 지금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1인실은 불편한 점이 적겠어요.

방문만 닫으면 혼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사생활 보호는 잘 되는 편이에요. 처음 한두 달은 방문을 닫아놓고 지냈어요. 그런데 요즘은 방문을 활짝 열어둬요. 혼자 사는 것이 편하기도 하지만 외로울 때가 많거든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니 외로움도 덜하고 즐거워요.

 

 

방에 침대나 책상이 없네요 

처음부터 침대나 책상은 들여놓지 않기로 했어요. 언젠가 입식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덩치 큰 가구들이 공간을 차지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있을 공간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방도 좁은데 침대와 책상을 놓으면 정말 우리가 눌려버릴 것 같아요. 그래서 좌식 책상 하나만 두었어요. 다행히 다들 만족하고 있어요.

다만, 다음에는 방을 쓸 입주자들이 가구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생각이에요. 방마다 책정된 인테리어비용을 방주인이 알아서 활용하게 하는 거죠.

 

 

Interview 2 

 

“안정적인 생활 덕에 새로운 일 찾았어요.” -입주자 대학생 김해랑(24)

달팽이집에 입주하면서 매일 아산에서 서울까지 열차를 타고 통학하던 생활은 청산했지만, 오히려 더욱 바빠졌다는 입주자 김해랑 씨.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청년취재단 등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돼 생활이 더욱 풍부해졌단다.


 

 

달팽이집에 어떻게 입주하게 됐나요 

그전부터 민유 주택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했어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다보니 청년주거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민유가 말하는 주택협동조합 아이디어에 많이 공감했어요. 그러다가 입주자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전의 서울살이는 어땠나요 

달팽이집에 들어오기 전에는 아산에서 서울까지 통학을 했어요. 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 날에는 KTX를 타고 다녔는데, 한 달 평균 교통비만 30만원 정도 들었어요. 나중에는 교통비를 줄이려고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다녔는데 하루 왕복시간만 5~6시간이나 걸리더군요. 저녁 9시면 열차가 끊기는데다, 오랜 통학시간 때문에 하루 종일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더라고요.

 

 

달팽이집에 온 뒤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요 

저는 2인1실에 살면서 월 임대료로 20만원을 지출해요. 비용 면에서 이전보다 월 10만원 정도 아끼는 셈이죠. 그런데 비용보다는 생활 자체가 달라졌어요. 그전에는 통학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학교수업 외에는 취미생활이나 다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웠어요. 저녁 8시면 집에 갈 채비를 해야 했거든요. 달팽이집으로 이사 오고 난 후엔 시간적으로 여유로워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민유 블로그에서 글도 연재하고 있고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잡스에서 청년취재단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2인1실이 불편하지 않나요 

함께 규칙을 정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별로 없어요. 다행히 룸메이트와 성격이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게다가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특별한 경험 덕분에 요즘은 어딜 가도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오히려 달팽이집 생활이 잘 맞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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