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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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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노후주택 재생보고서 ②]
내가 70살 노후주택을 고쳐서 사는 이유

2003년 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은희(40) 씨.

그녀가 70살 먹은 정릉주택을 고쳐서 입주한 사연을 물었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집은 어떻게 구했나요?

결혼 전 제 명의로 친정 부모님께서 사두셨던 집이에요. 한동안 비어두었다가 직접 살러 들어오기로 결심했죠. 이 동네는 익숙해요. 어렸을 때부터 결혼 전까지 살고 결혼 후 10년 정도 다른 동네 아파트서 살다가 지금에서야 다시 돌아왔으니까요.

 

구옥에 들어와 살기로 결심한 이유는요?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전세금도 자꾸 오르고 특히 층간 소음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결심하게 되었어요. 위 층에 아이 둘이 있었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언제 집에 들어왔는지를 알 정도로 소음이 심했거든요. 그 엄마는 전혀 미안해 하지도 않고 그 정도도 이해 못하냐며 싸우러 오곤 했어요. 그래서 차라리 마당 있는 내 집에서 편히 살자 결심했죠.

 

 

남편이나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리모델링 전 상태에서는 절대 살 수 없었죠. 들어와서 살려면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엔 가족 모두 찬성이었고요. 다만 어느 정도 까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요.

 

 

신축도 고려했을 것 같은데요.

신축은 너무 금액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되어 처음엔 고려대상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지출할 수 있는 비용의 상한선을 잡고 주변에 알아보니 리모델링 비용도 만만치 않더군요. 처음 생각했던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만난 시공업자에게 견적을 받고 이틀 반을 공사했어요. 그러다 바로 옆집에서 자기네 집이 무너진다고 공사를 못하게 막았어요. 재산권은 분리되어 있지만 옆집과 벽을 공유하는 합벽주택이거든요.

리모델링 업체는 민원해결은 건축주가 해야 할 일이라며 물러서버렸어요. 옆집은 향후 2년간 물이 새게 될 경우 고쳐주는 내용의 각서를 쓰고 안전진단까지 받은 후 공사를 시작하라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죠.

그러다 집 근처 건축사를 찾아갔어요. 건축사분은 저희가 받은 리모델링 가격으로는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올 리가 없으며 집이 너무 낡아서 리모델링 업체가 하는 보강을 믿고 맡기기엔 한계가 있으니 신축도 고려해보라고 했지요.

 

 

신축을 다시 고민하셨네요.

리모델링 가격에 4000만원 정도만 보태면 완전 새집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감이 생겼어요. 하지만 두 번째 찾아간 건축가인 이현욱 소장을 만난 후 리모델링으로 결정했지요. 신축을 하면 활용할 수 있는 땅도 줄어들고 민원에 더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거예요. 내 땅도 지키고 민원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리모델링이 맞아요.

 

 

이현욱 소장을 찾아간 이유는요?

처음 찾아간 건축사분을 만나 뵙고 너무 낡은 집을 리모델링 업체에 맡겼다간 집이 무너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틀 반 공사하고 지붕이 드러난 집을 보니 겁도 나고요. 건축사라면 어차피 구조 보강은 알아서 해줄 테니 옆집과의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시공사가 저희에겐 더 중요했어요. 이현욱 소장이 시공사를 통해 해결해 준다는 약속을 받고 계약을 했어요.

 

 

리모델링시 요구한 사항은요?  

오래된 집이기 때문에 춥지 않게 단열만 단단히 신경 써 달라고만 했어요. 먼저 살던 아파트는 베란다를 확장해서 외풍도 심하고 난방비도 많이 들었어요. 겨울엔 거실에서 아예 생활을 못했고요. 난방비 아끼려다 보니 방에서만 생활을 했었거든요.

몇 년 사이 추위를 너무 많이 타는 체질이 됐어요. 결혼 전에야 일반주택에 살았기 때문에 겨울에 추운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10년 정도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겨울 추위에 민감해진 것 같아요.

 

 

리모델링 비용은 적정하다고 생각하세요?

총공사비는 1억500만원 들었고요. 설계비를 2000만원 냈어요. 처음 생각한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지만 그동안 공사하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이 많아서 시공비는 적정했다고 생각됩니다. 또 아파트나 빌라 전세금보다도 훨씬 싼 금액으로 공사해서, 훨씬 넓고 마당도 있는 집에 살고 있잖아요.

 

 

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요?

백점만점에 백점. 공간 활용이 잘 되어서 너무 좋고요, 햇빛이 밝게 들어와서도 좋고요, 나무냄새가 많이 나서 너무 좋고요, 다 좋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네요.

아이들은 2층이 있어서 매우 좋아합니다. 집이 밝아서 생활하기 좋고 1층 방은 시원하고 2층 방은 따뜻해서 겨울에 2층에서 생활하기가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1층 방이 설계보다 작게 나와서 아쉬워요. 옆집과의 마찰로 더 크게 지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예산이 부족해서 2층에 다락을 만들려다가 포기했는데 그게 제일 아쉬워요. 아이들이 어려서 다락이 있으면 너무 좋아했을텐데 말이죠.

 


이웃들도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반응이 어떤가요?

이 동네는 모두 우리 집과 동일한 구조에 동일한 자재로 이루어져 있어요. 70년이 넘은 집들로 이미 일부는 집장사들이 사서 빌라를 짓는 추세랍니다. 남아있는 집들은 단열이 안되고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많이 추워요. 면적에 비해 구조도 너무 답답하고요. 다들 리모델링을 원하지만 실제 하는 집은 없어요.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고민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도움 받은 제도나 지원은 없었나요?

서울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상담을 해봤는데요. 저리 대출이 최대 2000만원 정도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고요. 더구나 리모델링 허가나 신고를 한 건에 대해서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오래된 집은 지금의 일률적인 제도 하에서 고치기엔 무리가 많아요. 거의 다 뜯어 고쳐야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대수선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대수선 허가는 거의 한 달이 걸려요. 만약 살던 집을 고쳐야 하는 경우라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거든요. 그 기간 동안 짐을 맡기는데,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죠.

 

그런 점을 감안해서 30년 혹은 50년 이상 된 고택들은 허가기간을 파격적으로 줄여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오래된 집일수록 대수선이 필요하고 대수선은 신축정도의 많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금액이 너무 적어요. 거의 내부의 도배나 마감의 변화만 줄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지원이 거의 쓸모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현실적인 수준의 저리대출이나 비용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 같아요.

 

<이어진 기사>
[도심 노후주택 재생보고서 01] 70년 세월의 고택 햇살과 나무향 가득한 집으로 다시 태어나다

[도심 노후주택 재생보고서 02] 내가 70살 노후주택을 고쳐서 사는 이유
[도심 노후주택 재생보고서 03] 리모델링 공사과정과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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