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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교수의 도시건축이야기]
사무공간의 변혁 ‘디지털스페이스’

제2 공간인 사무실은 산업혁명 이후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제 21세기의 업무환경은 사무기기와 도구들이 IT화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지만, 아직 제2 공간의 변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날로그적 업무공간에서 벗어나 IT의 핵심을 담을 디지털스페이스로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글·사진 김석철(국가건축정책위원장·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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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즈 신 본사의 업무공간 모습 (2007년)

 

사람이 사는 공간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제1 공간은 집이다. 제2 공간은 집을 나서 가는 곳이다. 바로 직장이다. 제3의 공간은 제2 공간이 쉬는 날 가는 곳이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제1 공간인 집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적다. 삶의 대부분을 제2 공간에서 지낸다.

제1 공간에는 누구나 관심이 많아도 정작 깨어 있는 삶의 현장인 제2 공간에는 무심하다. 주어진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좋은 제2 공간은 삶을 더 낫게 한다. 공장도 제2 공간이고 학교도 제2 공간이지만 역시 사무실이 제일 많다. 제1, 제2 공간이 필수의 공간이라면 제3의 공간은 선택의 공간이다.

 

 

1 2007년 건축된 뉴욕타임즈 신 본사건물 (렌조피아노 작) 2 록펠러센터(1947년 레이먼드후드 작).

 

필수의 공간인 제2 공간에 대한 인식이 점차 커가고 있다. 공장에서는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사무실의 경쟁력과 사무실에서의 삶의 질은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잘 기획하고 설계된 공장은 월등히 생산성이 높다. 잘 기획되고 디자인 된 업무공간은 그렇지 않은 업무공간에 비해 높은 생산성을 가진다.

 

주거를 선택하듯 업무공간도 선택의 대상이다. 좋은 지리의 아름답고 질서 있는 업무공간은 더 많은 일을 하게 한다. 사무실을 빌릴 때 임대료가 싼 곳을 고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업무공간의 생산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공장의 기계에 해당하는 것이 업무공간에서는 인테리어다. 좀 더 나은 업무공간은 당연히 더 높은 생산성을 보장한다.

 

몇 년 사이 IT라는 말이 만능의 키워드같이 되었다. IT화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 대단한 전환인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작 디지털의 세계, IT의 세계를 현실세계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번 달의 주제는 현대의 IT화된 업무환경 속에서, 디지털화된 사무기구와 도구들을 사용하여 일하는 업무공간, 작업공간이 어떻게 될 것이고 그 흐름은 지금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 HSBC 본사사옥. 라킨빌딩에서 시작된 대공간형식의 업무공간을 더욱 큰 스케일로 확장한 작품이다.

 


시스템 자체가 바뀐 실리콘밸리

현대에서 IT화가 가장 필요한 업무공간에 정작 IT화가 재대로 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책상 위에 컴퓨터를 놓고 랜선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구 설치의 차원이지 공간형식을 디지털화하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업무공간은 록펠러센터의 업무공간과 다르다. ‘아날로그스페이스’가 아닌 ‘디지털스페이스’가 되어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 디지털스페이스를 도입한 기업은 그만큼 앞서가는 것이다. 장치로서가 아닌 공간으로서의 IT화가 업무공간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업무조직을 벗어나야 하고 아날로그식 공간조직의 틀을 깨트려야 한다. 디지털시대 업무공간의 조직과 미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20세기 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라킨빌딩에서 과거의 업무공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대공간형식의 업무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처음 타자기가 나타났을 때 사무실 풍경은 전과 아주 달랐다. 사무공간의 기계화가 이루어지면서 전통적인 업무공간의 스타일이 바뀌고 사무공간에 큰 변화가 왔다. 사무의 기계화가 이루어진 20세기 업무공간이 사무기계가 전자화된 20세기 후반에 와서 또 한 차례 큰 변화를 겪는다. 업무용 도구들이 IT화되면서 달라지는 작업환경, 사무공간 등 어떤 것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몇 년 전 실리콘밸리에 가서 몇몇 IT기업의 오피스들을 둘러보았다. 단순한 작업환경으로서의 사무실 자체만 바뀐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바뀌었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시스템의 사무실들을 보고 놀랐다. 다른 것은 업무조직만이 아니라 출근에서 퇴근까지의 생활 그 자체가 달라진 것이었다. 타자기 대신에 컴퓨터를 쓰고 회의실 대신에 화상회의를 하고 도서자료실을 찾기보다는 클릭을 통해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것만이 아닌, 일한다는 사실 자체의 기본형식이 달라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IT기업 시스코의 업무공간 모습

 


디지털스페이스가 공간의 새로운 흐름이 되어가다

옛날에는 머리가 좋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기억력과 수리능력 두 가지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수리와 기억능력은 컴퓨터와 IT기기가 다 해주는 상황이 되었다. 이럴 때는 결국 인간의 업무능력은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조합능력, 예지능력, 창의력 같은 것이다. 재래식 업무에서는 쉬는 시간이나 생각하는 시간도 작업의 연장이지만 IT세계에서는 일하는 시간만 작업시간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제로(O)와 원(l)의 흐름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일 바깥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1 시스커 내부공간.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의 경계를 최대한 없애고자 한 모습이다. 2 실리콘밸리 야후 오피스. 각자의 업무데스크가 개방된 형태로 계획되었다. 3 구글(Google) 더블린 지사의 업무공간

 

이삼십년 전 만해도 사무실의 모습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지털 스페이스에서는 자기 업무 특성에 맞는 캐릭터를 추구하는 자기들의 상징체계를 갖춘 공간들을 요구하고 있다. 사무기기가 IT화되면서 정보들을 공유하게 되고 상대적인 다양화와 특성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결국 각 유닛들이 비슷하게 되자 데스크들이 모인 전체는 독특한 양상을 띄우게 되고 자유롭게 자기의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공간형식이 된 것이다. 디지털스페이스라는 것은 특정집단, 특정공간이 독특한 자기의 색깔과 형상을 가지는, 마치 하나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되어가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타자기와 계산기가 지배하던 아날로그적 십진법의 업무공간과 키보드가 끊임없는 O와 l의 선택을 요구하는 디지털적 이진법의 업무공간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창조적 디지털공간의 모습을 생각해야 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미학적 디자인이 아니라 발명과 발견적 디자인이 시작되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제2 공간은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지식혁명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는데 아직 제2 공간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 MIT 미디어랩빌딩 (2009년 후미히코 마키 작). 서로가 다른 사람의 작업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IT의 핵심 담은 제2 공간의 필요

디지털시대의 제2 공간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느냐는 것은 무의미하다. 네트워크의 세계에는 공간적 입지가 없다. 입지는 접근을 전제하지만, 디지털 공간에는 클릭으로 사이트에 닿을 수 있고 클릭으로 컨텐츠를 찾아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업무공간에서는 개개인의 데스크보다 공유의 스페이스가 더 중요하고 공간의 효율보다 공간의 철학과 미학이 의미 있는 근거가 된다.

 

 

▲ IT기업 페이스북 본사의 업무공간. 현시대에 맞는 신사옥 건축을 현재 계획중이다.

 

제1 공간은 시대와 상관없이 지속한다. 가전제품이 제1 공간에 등장하면서 집합주택이 보편화되고 고밀도 주거가 산업화되었지만 기본적인 삶의 형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2 공간은 제1 공간과 달리 조직의 공간이므로 기계화된 20세기의 업무공간과 IT화한 21세기의 업무공간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인데, 아직 IT시대의 핵심을 담은 제2 공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사옥을 지을 때는 1930년대 크라이슬러가 사옥을 지을 때와 다르지 않고 업무공간을 조직하고 디자인할 때도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은 제2 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제2 공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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