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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반의 매력에 취한]
목공예 작가 양병용

어린시절부터 목공소를 드나들며 나무와 대패를 만지던 소년이 어느덧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목선반 공예를 살려내고 소반 문화에까지 불을 지핀 작가로 성장했다.

양병용(42) 씨가 그 주인공이다. 나무를 돌려가며 깎아내는 갈이 기법과, 못을 쓰지 않는 정교한 짜맞춤으로 완성해내는 양병용식 소반의 멋에 흠뻑 취해보자.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반김 02-730-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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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서패리 돌곶이마을 속에 자리한 양병용 작가의 공방에는 나무향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목선반 공예가로 알려진 그는 30대의 이른 나이에 이곳 파주로 들어와 ‘좋은목공예공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목공예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이제 나무를 돌려가며 깎아내는 서양식 ‘우드터닝’ 기법의 표현력은 그를 넘볼 사람이 없는데다, 몇 해 전부터 전력을 다해온 소반작업에서도 무르익은 그만의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 소반은 다리 형태와 지역에 따라 나뉜다.

큰 나무를 이용해 원통형으로깎은 다리는 강원도지역에서 주로 만들었다.

 

 

“너무 많은 것을 표현 하려 들지 않습니다. 전통 목선반이나 소반에서 보았던 좋은 느낌에,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모던한 감성을 살짝 추가하는 것이죠. 결국에는 기술과 연장이 따르지 않으면 어찌 좋은 작품이 나오겠습니까? 저도 그리 되도록 노력하며 연마하고 있는 중입니다.”

 

 

▲ 양병용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연장들. 목선반과 소반의 손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도구들이다. 나무와 수공구를 다루는데 능한 그는 자유자재의 손놀림으로 목공예품의 맛과 멋을 더한다.

 

 

나는 나무를 보는 순간부터 즐겁다

양 작가를 처음으로 목공예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은 우드터닝이라는 기법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금속 날에 원판 나무를 돌려가며 원하는 모양으로 깎아낸다. 소년시절부터 목공소를 드나들며 나무를 다뤄왔을 정도로 야무진 손끝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던 그는 다이내믹한 우드터닝 기법에 매료됐다. 

 

▲ 양병용 작가의 주특기인 우드터닝 기법이 잘 표현된 목선반들. 표면에 원형의 나무결이 고르게 드러나고 있다.

 

“나무를 보는 순간부터 즐거움이 시작됩니다. 머리 속에서는 나무가 이미 돌고 있어요. 이제 그 나무에 어떤 칼이 들어가면 모양이 어떻게 깎여지고 나무의 속살과 무늬는 어떠할지, 어떤 표현을 해야할지 즐거운 상상이 가득 차죠. 돌아가는 나무와 칼, 그리고 만드는 이가 삼위일체가 될 때 느끼는 절정감이 최고의 매력입니다.”

 

▲ 한가운데 회오리처럼 돌아가는 나무결이 돋보인다. 주변부는 완만한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수공구를 이용해 직접 다듬었다.

 

우드터닝에 입문했다가 우리 고유의 전통갈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작가는, 전통갈이에서 느껴지는 가공기법과 칼자국, 그리고 아름다운 선을 갖고 있으면서도 완벽한 쓰임이 조화로운 목공예품을 직접 표현해보고자 전통갈이에도 뛰어들었다.

 

 


▲ 늘씬한 다리가 경쾌함을 주는 긴 사각 형태의 장방형 마족반.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매진하고 있는 소반 작업은 그 결과물이다. 원체 짜맞춤기법을 좋아하던 그는 자신의 장점인 갈이기법을 합쳐 나무의 결을 오롯이 살려낸 소반을 주로 만들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사 내 자리한 ‘반김’ 매장에서 그의 소반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소반들이 쓰는 사람과 쓰임이 다양했듯이 양 작가가 추구하는 소반 역시 특별한 게 아니다.

 

“소반의 멋은 단순함과 따뜻함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무가 변하면 크게 어찌 변하고 우리 손이 다듬으면 얼마나 현란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부모가 자녀에게 정성껏 사랑의 희생을 하듯, 따뜻한 정성이 들어 있는 소반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소반 주변을 국화잎처럼 둥글려 만든 국화반. 전통 국화반에서는 보다 볼록한 입체감을 갖는 것을 작가는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다.

 

 

손맛 나는 공예품이 간절해지는 시절 온다

양 작가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따뜻한 기술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릇과 소반의 마무리로 옻칠을 선호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여러 겹의 옻칠 아래 숨어 어떤 나무인지 조차 모르고 사용하다, 어느덧 옻이 발색하며 드러나는 나무결의 멋을 즐기기에, 옻칠만한 재료가 없다. 살균력, 방수성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옻칠은 목공예품을 실용적인 코드로 바꿔놓는 최고의 재료기도하다. 기능과 디자인을 겸비한 목공예품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철학과도 잘 들어맞는다.

 

 


▲ 숱한 손이 가고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옻칠 목그릇

 

“좋은 공예품이 많아져서 쓰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만든 이 작은 소반 하나가 쓰는 이를 품위있게 만들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 작가로서 더한 보람이 또 있을까요? 삶의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손맛 나는 공예품이 더욱 필요해지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작가는 10월30일부터 서울 낙원동 춘원당한방박물관에서 열리는 약상 전시 준비에 매진 중이다. 약상은 약을 올려 내는 작은 소반들을 말한다.

 

양 작가의 소반은 일본에도 알려져, 매장 손님 중 절반이 일본인이다. 올 겨울에는 파주 공방 옆으로 전시장을 옮겨갈 계획이다. 그 전에 10월30일부터 12월25일까지 서울 낙원동 춘원당한방박물관에서 양병용 작가의 약상(약을 올리는 상)을 주제로 한 초대전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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