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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人3色 제주 정착기 02 레프트핸더 대표 류기현]
대기업에 사표 내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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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이른 아침, 기타를 둘러 맨 류기현(45·레프트핸더 대표) 씨가 서둘러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마을잔치 무대에서 기타 합주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마을주민들이 참여하는 기타동호회 멤버다.

류 씨는 2011년 아내와 딸과 함께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의 낡은 농가주택을 구입해 리모델링한 후, 2012년 봄 ‘레프트 핸더’라는 간판을 내걸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을 살았다. 제주 이주민들이 정착하는데 있어 최대 고비가 2년이란다. 처음에는 제주의 일상이 새롭기만 하지만 반복이 거듭되면서 슬슬 재미를 잃게 된다는 것. 그렇지만 류 씨는 예외로 보인다. 그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 머물지 않고, 제주올레재단에서 손꼽히는 열혈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왔다. 지질해설사 자격까지 갖춘 그는 아침마다 손님들을 이끌고 오름 투어에 나서며 제주의 속살을 해설하는데 보람을 느낀다.

 

류 씨는 지금도 제주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제주 현지인들이 서울을 외국이라고 부르듯이, 서울 사람에게 제주는 외국이나 다름없이 적응이 필요한 곳이다. 그 점을 잘 알기에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오픈마인드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전직 마케터 출신의 예리함으로 분석한 게스트하우스 창업 가이드 책을 냈는가 하면, 찾아오는 예비 이주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내놓는 멘토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마을 안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해녀박물관과 세화해수욕장이 가까이 있고 올레길 20코스의 종점이자, 21코스 시작지점에 위치해 있다. 일출봉, 비자림, 우도 등 동북쪽 명소를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입지다.

 

 

제주 이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처음 제주행을 원했던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다. 나는 대기업 마케팅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아내에게 내려진 갑상선암 선고였다. 이후 아내는 제주 올레길 걷기를 시작했고 건강을 회복해갔으며, 제주에 살기를 희망했다. 나도 아내를 뒤따라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에 매력을 느꼈고, 제주행을 결심했다.

 

                              ▲ 기타를 둘러매고 마을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나서는 류기현 씨.

                                 외동딸 서진이도 아빠를 따라 나설 작정이다.

 


준비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2011년 늦여름, 1달 동안 올레코스를 완주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는데, 그때 나도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며 가능성을 보았고, 마케팅 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세웠다. 낡은 농가주택을 구해 수개월에 걸친 공사를 거쳐 2012년 5월 오픈했다.

 

▲ 매일 밤 레프트핸더는 올레길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서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저녁을 함께하기도 한다.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수중에 큰돈이 없었다.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나니 1억5000만원이 남았다. 550m2 토지구입에 8000만원, 리모델링에 7000만원을 썼다. 농가 2채가 있고 창고 건물들이 딸린 땅이었다. 건물의 뼈대만 남겨두고 모두 뜯어낸 후 단열공사부터 마감까지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농가 2채에 각각 방 2개를 만들고 화장실을 들였다. 창고는 카페로 개조해 숙박객들의 휴식공간이자 커뮤니티 공간, 공동주방으로 활용하게끔 꾸몄다.

 

▲ 건물 한 동을 카페로 만들고 주방 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다. 숙박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년을 돌아본다면

역시나 게스트하우스는 돈을 벌기 힘든 사업이라는 점을 몸소 체험했다. 우리집 같은 규모는 잘 운영해도 연간 순수입이 2000~3000만원 안팎이다. 큰 돈을 벌기 원한다면 침상이 50개 이상되는 대규모 게스트하우스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도 규모가 되면 투자비도 껑충 뛰고 손이 많이 가고 신경써야할 점도 늘어난다.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 제주에 왔는데, 일에 치여서 살다가 지쳐버리게 된다. 부부 중 한명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수입원을 준비하는 게 좋을 듯싶다.

 

 

2년이 지난 후 가장 큰 변화는

제주 구좌읍에 위치한 상도리라는 동네의 주민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3년 살다가 버티지 못하고 육지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단순히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아닌 제주도 사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 역시 2년이나 살면서도 동네 어르신 한분 사귀지 못했고, 동네에 조금도 기여한 바가 없었다. 올해부터 조금씩 해보자는 결심으로, 동네 사람들로 구성된 기타동호회에 들어가서 활동 중이다.

지금도 많은 이주자들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테두리 안에서 살다가 재미를 잃고 육지로 돌아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제주에 온 만큼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제주 안에 들어가 살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레프트핸더의 주방을 점심과 저녁시간 빌려서 ‘오빠밥줘’라는 

                                 식당을 창업한 이광석 씨. 오빠밥줘의 식단은 SNS를 통해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만든 코티즈 치즈로 맛을 낸 샐러드가 미각을

                                  자극한다.

 

 

게스트하우스에 ‘오빠밥줘’라는 식당을 열었는데

얼마전 레프트핸더 간판 아래 ‘오빠밥줘’라는 간판을 추가했다. 일종의 ‘가게 속가게’다. 서울의 5성급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젊은이가 음식을 만들어낸다. 나는 점심과 저녁시간 주방을 빌려주고 그 친구는 식당 창업을 통해 제주 정착을 준비하는 중이다.

요즘에는 제주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큰 자본이 없기 때문에 소규모 틈새창업을 노리는데, 호응이 괜찮다. 숙박객들도 이용하지만, SNS를 보고 찾아오는 여행객도 있다. 블로그나 SNS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는 창업이라고 본다.

 

 

 

2년 사이 제주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늘었나

2년 전 200여개 남짓에서 지금은 800여개로 추산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고, 지금 이 순간도 게스트하우스 건축 현장들이 즐비하다. 대다수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온 이주민들이 창업한 게스트하우스이고, 여기에 현지 주민들이 영업하는 민박까지 더하면 소규모 숙박시설만 1200개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2012년만 해도 인근에 게스트하우스는 우리 집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열 곳이 넘게 영업 중이다.

 

▲ 게스트하우스 내부. 침실을 빌려주는 남녀 도미토리와 2인실, 4인실이 있다.

 

 

게스트하우스 경쟁이 극심할 것 같은데

지금 제주의 게스트하우스들은 생존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방 4~6개 수준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하룻밤 손님을 많이 받아봐야 20명 수준이다. 지금은 마땅한 농가주택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창업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나중에는 집을 직접 지어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게스트하우스의 규모도 더 커졌다. 요즘에는 독채 개념의 게스트하우스가 성황이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도시 손님들의 요구에 맞춰 2인실, 가족실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이 늘어났다.

 

▲ 류기현 씨는 게스트하우스 창업에 관한 솔직한 경험과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안목을 접목한 창업서를 내기도 했다. 또, 제주 해녀를 캐릭터화한 핸드메이드 인형 ‘숨비’를 개발해, 서귀포시 중섭거리에 작은 공방을 열어 운영 중이다.

 


앞으로 제주 게스트하우스를 전망한다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겨날수록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 저가로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고급 게스트하우스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될 것이고, 저마다 숙박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징을 하나씩은 가져갈 것이다. 지금도 게스트하우스에 카페를 만들어 오히려 카페가 더 유명해진 곳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규모가 작은 만큼 거둘 수 있는 수입도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요소를 접목해야 하고, 앞으로는 주인장의 장점을 특성으로 내세우는 게스트하우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렇게 해야만 경쟁력이 생긴다.

 

 

지금 창업한다면 여건이 어떤가

시기적으로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여러모로 창업 여건이 불리하다. 우선 게스트하우스 지을만한 부동산 가격이 하늘을 찌른다. 레프터 핸더를 창업하던 2011년 말, 토지를 구입할 때 3.3㎡당 45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지금 100만원을 육박한다. 목수와 일꾼 구하기도 어려워서 공사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리해서라도 땅을 사고 집을 지었을 때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 신중히 따져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차려서 순식간에 돈이 벌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1~2년은 연습기로 잡아야 하고, 그동안의 생활비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 여행정보와 여행객이 남긴 메모가 가득한 카페 내부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해서 운영하는 건 어떨까

게스트하우스를 팔고 육지로 나가는 분들의 매물을 인수받는 것도 괜찮다. 제주 와서 제일 힘든 게 땅 사고 공사하는 일이다. 운영 중인 물건을 인수하면 리스크가 적다. 앞으로는 육지로 돌아가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게스트하우스 매물이 더 나올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매물조차도 프리미엄이 붙어서 비싼 상황인데, 좀 더 시간이 흐르고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향 조정될 듯싶다.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하려는 분들께 한마디

여전히 이주를 준비 중이라며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서두르지 말고 조금 더 여유있게 기다리면서 준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무리한 투자를 하면 조급해지고 시작부터 지쳐버린다. 결국 때를 기다리면서 준비를 철저히 해두었다가 적정 시기에 맞춰 이주하는 것이 리스크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겠나.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을 버리고 이주하길 바란다. 자유롭게 살면서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자유롭게 살 수는 있을지언정 돈은 못 버는 게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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