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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일본 주택시장 ]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다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은 늘어나는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33년에는 빈집이 30%가 넘는 ‘빈집 대국’이 될 전망이다. 일본정부는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주택 전환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무장한 주택들도 개발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최승철(프리랜서)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도쿄의 중심 신주쿠에서 게이오센(京王線) 전철로 40분 남짓 달리면 타마(多摩)신도시에 이른다. 50여년 동안 도쿄의 가장 큰 위성도시이자 베드타운으로 번성했던 곳이다. 그런 타마의 모습은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바뀌었다.

 

활기 넘쳤던 젊은 도시는 너무 빨리 늙어버렸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나이에 이곳에 자리잡았던 이들은 이제 노인이 되었다. 그들의 자녀들은 장성한 후 대부분 독립해 이곳을 떠났다. 지금은 노인이 된 그들만 남았다. 남아 있던 노인들마저 하나 둘 도심으로 떠나면서 타마엔 빈집도 늘고 있다.

 

이것은 비단 타마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은 이미 ‘빈집 대국’이다. 2013년 전국의 빈집 수가 820만 채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2016년엔 빈집만 880만 채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본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33년엔 빈집 수가 전체의 30.5%인 2141만 채에 이를 전망이다. 세 집 중 하나는 빈집인 명실상부한 ‘빈집 대국’이 되는 것이다.

 

빈집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훨씬 심각하다. 지방 도시 어디를 가든 흉가처럼 변한 빈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구 구조와 주거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늘어만 가는 빈집이 일본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빈집은 늘고 집값은 떨어지고…

빈집이 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주택시장 변천과정을 보면 어쩔 수 없는 귀결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1960~1970년대는 ‘마이홈’ 열풍으로 뜨겁게 달궈졌던 시기이다. 유례없는 고도성장과 함께 국민소득과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올랐다. 일본인들은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장만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1970년대 ‘일본열도 개조론’으로 국토개발이 활기를 띄면서 일본은 전국이 투기장으로 변했다. 그리고 엄청난 땅값 폭등이 일어났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무려 3.5배나 뛰어올랐다. 무리해서 내 집을 마련했던 국민들의 자산 가치도 따라서 높아졌지만 좋은 꿈은 거기까지였다.

 

1990년대 초 이른바 버블 붕괴와 함께 집값 폭락의 시대가 찾아왔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자 부동산 가격은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장만했다가 빚을 갚지 못하고 자살하는 이나 노숙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산층들은 대도시 근교 신도시 등에 집을 장만해야 했다. 도심의 집값은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도심 땅값이 내리자 그들의 장성한 자녀들은 어떻게든 도심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자 이제 신도시에 남은 건 노인 부부들뿐이다. 이들이 숨지면 집은 빈집이 된다. 싼 값에라도 이곳의 집을 처분하고 도심으로 떠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빈집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집이 남아돌면서 집값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정권의 경기부양책과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의 영향으로 도쿄 도심 등의 부동산 가격이 뛰었다. 전국 평균으로도 땅값이 오르긴 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얼마 전부터는 전국적인 현상이 되었다.

 

일본 부동산업계에는 요즘 ‘2019년 집값 폭락’ 괴담이 돌고 있다. 나름 근거가 있다. 먼저 일본의 가구수가 2019년 5307만 가구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인구는 줄어도 1인 가구가 늘어나 전체 가구수는 증가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전체 가구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주택 수요도 급감, 집값 폭락을 결과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만들어낸 부동산 거품이 2020년 올림픽 개최 이후 꺼지면서 1990년대를 방불케 하는 버블 붕괴의 참사가 재현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빈집 증가, 집값 폭락 등은 모두 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가 바탕에 깔려 있는 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도쿄 맨션

 

 

리모델링비 지원 등 다양한 빈집 대책

일본 주택시장의 가장 큰 현안은 빈집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도 다각도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빈집의 임대주택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증가하는 빈집의 문제와 저소득층 주거 불안정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양수겹장이라는 게 메리트다. 빈집은 늘고 있지만 저소득자들은 주택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임대주택 임대료는 일반주택 임대료의 약 3분의 1 정도로 저렴해 임대주택 청약경쟁률이 굉장히 높다. 도쿄도는 22.8:1, 오사카부는 10.5: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임대주택 입주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빈집의 임대주택 전환’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빈집 입주자들에게는 임대료 일부를 보조할 방침이다.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새로 건설해 공급하는 것보다 빈집을 활용하는 것이 지자체에도 부담이 덜 되고, 빈집 해소의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전국 47개 도도부현(우리나라의 시군구)마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빈집을 입주 희망자에게 중개하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있다. 이 대책으로 저소득자 주택환경 개선과 빈집의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빈 집을 숙박시설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군마현 간라쵸에선 빈집을 숙박시설로 개조하기로 했다. 현 관계자는 “마을 전체가 호텔이라는 콘셉트로, 장기적으로는 관광객들의 숙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고주택 구입시 리모델링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보조 대상은 40세 미만의 젊은 층으로만 한정할 예정이다. 건당 최대 50만엔(약 558만원)까지 지원한다. 젊은 층이 자신이 살 집을 중고주택으로 마련하도록 함으로써 빈집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임대주택 아파토

 

빈집 증가와 집값 하락의 문제 속에서도 신규주택 착공은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9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지난 해 같은 달 대비 10.0% 늘어난 8만5622건에 달했다. 닛케이 시문에 따르면 이같은 증가세는 3개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규주택 착공가운데 자가는 1.4% 늘어난 2만5573건으로 8개월째 증가했고 임대용은 12.6% 증가한 3만8400건으로 11개월 연속 늘었다. 분양주택 경우 17.0% 급증한 2만1339건으로 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올 상반기(4~9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늘어난 50만151건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빈집이 늘고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신규주택 착공이 늘고 있는 것은 중고주택보다는 새 집을 찾는 수요층은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주택시장은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주택건설업계가 위기상황인 것은 아니다. 빈집 리모델링, 빈집을 활용한 임대주택, 신규 주택수요자를 위한 주택건설 등의 시장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일본 주택건설업계의 화두는, 그래서 예년과 다름없이 신기술과 신개념 주택의 개발이었다.

 

밖에서 문을 여는 냉장고, TV 대신 스크린 벽, 임대주택 타워, 천장과 벽을 지퍼로 열고 닫는 집… 지난 7월30일부터 8월2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하우스 비전(House Vision) 2016’ 전시회에서 소개된 신개념 주거시설과 주택들이다. 전부는 몰라도 그 중 몇 가지는 머지않은 장래에 일본 주택시장에서 또는 다른 어떤 나라의 주택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하우스 비전 출품작 노집

 

 

아이디어 돋보이는 신개념 주택들

2013년 시작된 하우스 비전의 올해 테마는 ‘Co-Dividual(코디비주얼), 나누어져 이어지고, 떨어져서 모인다’이다. 집이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주제이다.

 

올해는 특히 통신과 교통, IT가 고도로 발달하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증가에 따라 생기는 주택시장의 문제들, 더 나아가 사회의 여러 문제 문제들을 집이라는 수단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12개의 콘셉트 하우스를 통해 보여주었다.

 

이 전시회는 전 무인양품 디자이너 사다오 쓰치야가 총괄 감독을 맡았고 시바타 후미에 등 일본의 유명 산업 디자이너들이 함께 했다. 소우 후지모토, 반 시게루 등 현재 가장 핫한 일본의 건축가들과 파나소닉, 릭실, 도요타 등 일본 대표기업들도 참여했다.

 

최근 주택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파나소닉은 ‘노(の)주택’을 선보였다. 일본어의 노(の)를 형상화한 집인데 둥근 벽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서부터 실내까지 곡선의 벽을 따라 들어간다. 이 벽은 스크린으로, 집이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TV가 되는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집안 어디서든 TV를 작동시킬 수 있는 시대에 굳이 고정된 장소에 TV를 놓을 필요가 없다는 데서 이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내가 보고싶은 곳에 자리를 잡고 벽을 향해 리모컨을 작동시키면 그 곳이 그대로 TV 스크린이 된다. 이 흰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공간의 가운데 자리에 사각형의 욕실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화장실 위쪽은 침실이다.

 

현대인은 집에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고 자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고정된 침실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공간설계이다.

 

 

▲하우스 비전 출품작 삼나무 집

 

 

침실과 거실과 주방이 있고 각 방마다 그 기능에 맞는 가전제품들을 두도록 했던 지금까지의 보통 주택들과는 완전하게 다른 개념의 집이다. 당장 이 모양 이대로 실용화되지는 않겠지만 머지않아 다양한 모습으로 재해석, 재탄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임대주택의 명가 다이토겐타쿠는 독특한 형태의 임대주택을 출품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인 소우 후지모토와 함께 만든 타워 형태의 이 임대주택은 기존 임대주택의 문제점을 독특한 아이디어로 극복했다.

 

이 집은 개인 공간을 최소화하고 주방과 욕실, 미디어 룸, 정원 등을 넓은 공유공간으로 만든 것이 핵심이다.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는 셰어하우스의 확장판과 같은 개념이다.

 

개인공간은 취침공간과 최소한의 수납공간만으로 이루어진다. 면적으론 7~16㎡, 즉 2~4평 정도의 아주 작은 규모다. 기존 임대주택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주방이 빠지고 대신 개인 업무공간을 넣었다. 주방과 도서관, 텃밭 등은 함께 쓰는 공유공간. 사용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공유공간은 블록처럼 쌓아올리면 되는 획기적 공간구조다.

 

위기는 기회가 된다

일본의 대표 건축자재기업 릭실이 제안한 주택도 독특하다. 2014년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반 시게루가 이 작업에 참여했다. 이 집은, 물을 사용하는 모든 배관은 바닥 밑에 설치된다는 통념을 완전히 깨버린 공간이다. 화장실과 주방으로 이어지는 모든 수도 배관을 천장 위로 끌어올렸다.

 

반 시게루는 특수 합판과 선반이나 책상 제작에 쓰이는 특수 소재 사이에 허니콤 구조의 보드를 끼워넣어 천정 배관을 견딜 수 있는 패널을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지퍼 형태로 마감한 지붕이다. 그만큼 뛰어난 가변성을 보장한다. 방수기능을 가진 텐트 형태의 천장재를 천장에 대고 벽과 천장 사이를 지퍼로 채우면 된다. 마감이 쉬우니 공사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타마 신도시

 

 

화장실과 주방 등 물을 쓰는 모든 공간은 ‘라이프 코어’라는 하나의 시스템 공간으로 압축된다. 라이프 코어를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에 놓고 천장 지퍼를 열어 연결한 후 닫으면 인테리어 공사는 끝난다. 시대를 너무 앞서 가는 것 아닌가 싶은 이런 아이디어도 분명 몇 년 내로 활용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본격화되고 있지만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파나소닉은 최근 미국 IBM과 손잡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주택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과 IBM은 내년부터 독일 베를린 남동부에서 착공되는 ‘스마트 타운’에 인공지능(AI) 주택을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스마트 타운 내의 스마트 하우스는 AI를 통해 에어컨의 최적 온도를 자동 조정하고 방범 카메라 성능도 한층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IBM 클라우드 컴퓨터에 전송하면 이를 AI ‘왓슨’이 분석해 수상한 사람인지 여부를 인식하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IBM의 왓슨을 통해 주택의 안전성과 쾌적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벌이는 모든 주택사업에서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의 주택시장은 올해도 편안하지는 않다. 인구는 줄고 빈집은 늘고 있으며 집값 대폭락 시대가 머지않은 것 같은 위기감도 감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일본의 주택시장이 암울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업계의 노력이 또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그들이 새로 개발하는 상품이나 기술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접근방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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