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년차 김선미 씨는 대학시절부터 고향 전주를 떠나 서울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4년제 대학 학자금은 김씨가 대출을 받아 해결했고 당시 월세비용과 생활비는 부모가 보내줬다. 졸업 후 2년 만에 취업한 김씨는 여전히 학자금대출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그 사이 아버지가 퇴직하면서 월세지원도 끊겨 월세비용 부담도 크게 느껴진다. 강남에서 30~40분 이내에 출근이 가능한 동대문에 29㎡ 오피스텔을 얻었는데, 매달 월세 55만원에 관리비 5만원을 내고 있다. 주택이나 빌라 건물에 월세를 들어가면 단돈 5~10만원이라도 아낄 수 있지만 여자라 보안걱정에 마음을 바꿨다. 목돈을 마련해 보증금을 늘려 월세부담을 낮추고 싶지만 향후 몇 년간은 요원한 일이다.
올해도 1~2인 가구 확대와 함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월세임차가구도 증가했다. 전체 임차가구 중 전세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보면 월세의 비중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 2014년 주거실태 조사결과에 다르면 2008년 전체 임차가구 중 전세비율은 55%, 월세비율은 45%였다. 2012년이 되자 월세가 50.5%, 전세가 49.5%로 역전된다. 2014년에는 월세가구가 55%로 월등히 그 비중이 많다. 이후로도 월세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조사를 살펴보자. 한국복지패널이 조사한 ‘세대별 주거 및 안정특성’을 보면 청년층 1인 가구의 절반은 보증부 월세(45.2%)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를 선택한 1인 가구는 26.6%, 월세(사글세)는 3.9%였다. 청년층 2가구 중 1가구는 보증부 월세에 산다는 얘기다. 청년층 대부분 스스로 벌어 주거비를 냈고, 목돈 부담을 줄이려 보증금을 낮추고 높은 월세를 내고 있다. 또한, 청년층 1인 가구의 자가소유율은 11.6%로, 다인 가구(58.0%)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월세살이는 간단치 않다. 월세 뿐 아니라 청소용역비 명목으로 받는 관리비 등까지 생각하면 주거비에 드는 고정비만해도 가계소득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월세는 잦은 이사가 동반되므로 이사비도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월세는 거부할 수 있는 시대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주택가격의 안정으로 소유의식이 약화되고 있는데다, 임차 성향이 높은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저금리 때문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되니 집주인과 임차인의 사정이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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