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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규모 커지고 발생 주기 짧아지는데]
내진설계 기준 미흡… 처벌규정도 없어

규모 5.8의 강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국내 건축 및 부동산시장에서 내진설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1988년 국내에 내진설계 기준이 도입됐지만 적용대상이 3층 이상 주택, 연면적 500㎡로 제한적이다. 기준 이상 주택이 내진설계를 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어 그나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저층주택이 지진에 더 위험한 만큼 국내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취재 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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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오후 7시께 경상북도 경주시 남서쪽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는 물론, 인근 울산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꽤 큰 지진이었다. 갑작스런 지진에 놀란 것도 잠시, 곧이어 규모 5.8의 강력한 본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경상도를 넘어 서울 일부지역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이날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우리나라가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이 같은 강력한 본진 이후에 일주일간 400회가 넘는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졌다.

이제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규모 5.0 이상의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등한시한 내진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고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1988년 내진설계 도입…

강제 조항 없어 실제 적용 미비


현재 우리나라는 건축법으로 특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의 내진설계 의무대상은 △3층 이상 건축물 △연면적이 500㎡ 이상인 건축물 △높이가 13m 이상인 건축물 △처마높이가 9m 이상인 건축물 등이다.

 

1988년 내진설계가 처음 도입된 이후로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지만, 현행 규정상 의무대상 건축물의 33%, 전체 건축물의 6.8%에만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건축물이 지진에 거의 무방비한 상태인 셈이다.

 

이 같이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건축주 및 시공업체가 내진설계 의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내진설계 의무화에 대한 강제 조항 및 처벌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다. 특히 사업규모가 10억 미만의 중소형 민간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공시설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철민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내진대상 공공시설물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5.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진설계를 유도하는 강제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허점 노출된 국내 내진설계 기준,

적용대상 강화하고 전문인력 늘려야

 

현실에 맞지 않는 내진설계 기준

전문가들은 내진설계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내진설계기준을 살펴보면,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할 때는 한반도에서 24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진을 견디도록 지진하중을 산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2400년만에 한 번 발생하는 지진을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대략 6.0에서 7.0 사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및 공공시설, 국가 중요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이 지진규모 6.0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의 추이를 살펴보면 지진 규모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발생 빈도 역시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한반도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34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의 여진만 일주일동안 400회 이상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규모 6.0에 육박하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내진설계 의무화를 강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진성능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균형한 내진설계로 안전문제 양극화

국내 내진설계 관련 규정은 1988년에 도입됐다. 즉,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고층빌딩이나 아파트의 경우 내진설계가 전혀 돼있지 않다. 노후화된 건물일수록 지진이 발생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주 대지진 이후에 논의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내진관련 안전문제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988년을 기점으로 내진성능에 대한 규정이 달라지는데다, 최근 지어지는 고층 건물이나 고급형 아파트의 경우 내진설계 특화를 내세워 분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저층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은 지진에 무방비한 상태다. 건축비가 적게 드는 사업인 탓에 내진설계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현행 건축법은 2층 이하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설계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주거약자의 거주지인 경우가 많아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높다.

 

지질학자 지헌철씨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땅이 딱딱해, 지진이 고주파로 발생하다. 이 경우 고층아파트보다 저층 주택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경주의 경우에도 단층 한옥 및 저층 주택의 피해가 더 컸다.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지진발생 피해의 90% 이상이 3층 이하 건물이며 초고층 건물은 흔들리기는 하지만 피해 영향은 적은 편이다.

 

지난달 열린 국회 지진 토론회에서 박구병 건설안전본부장은 소규모 시설에 대해 내진설계 및 성능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5층 이하 내진설계는 비전문가가 맡아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실제 건설 현장에서 건축사나 시공업체가 내진설계를 담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6층 이상의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5층 이하의 경우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진행해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 감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기술자로서,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관해서는 비전문가다.

또 내진설계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맡기고 있는데 크고 작은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내진설계확인서와 구조계산서를 작성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경우 수치를 잘못 입력하면 잘못된 내진설계값을 산출하게 된다. 또 현장상황이나 시공 시 돌발변수 등에 대해서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한 내진설계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현장에서 내진설계가 엉터리로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에 건축사 100여명이 내진설계서를 허위로 작성해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은 서울 3개구(광진·중랑·관악구)의 4~6층 다세대주택 및 도시형생활주택 1179동의 내진설계확인서를 검토한 결과 61%인 720곳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구조 형식을 적용해 실제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하중을 견딜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는 건물이 많았다. 설계자의 확인 도장이 없는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례가 405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설계 오류도 313건으로 27%나 됐다.

 

내진설계확인서가 오류가 있을 경우 이를 지적하고 확인해야 하는 건축관련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이 검증능력이 없다는 점도 심각하다. 현재 내진설계 시스템 안에서 엉터리 내진설계 및 설계도면을 걸러낼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축허가를 받은 뒤에 부실설계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가 건축공사 현장을 불시에 점검하는 ‘건축안전모니터링’ 2차 사업에서 600개 현장 중 77곳(12.8%)이 내진설계 등 건축구조 기준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국토부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 확대,

지역별 건축안전센터 설립 계획

 

지진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건축물 내진설계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올해 말까지 입법예고하고, 전문가와 관계기관 및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2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우선,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현행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에서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기존 건축물의 내진을 보강하는 경우에 건폐율과 용적률, 대지 안의 공지, 높이기준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축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건축물대장에 해당 건축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다.

 

건축물 내진능력의 산정기준과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안전영향평가의 세부기준·위법 건축관계자에 대한 업무정지 기준 등도 담긴다. 그동안 내진설계에 관한 강제 조항 및 처벌기준이 없어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건축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16층 또는 연면적 5000㎡ 이상의 건축물은 내진능력을 공개해야 한다. 이때 내진능력을 지반 및 건축물이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로 표시하도록 했다.

또 50층 또는 200m 이상의 초고층건축물과 연면적 10만㎡ 이상의 대형건축물이 들어서는 경우 구조안전과 주변의 대지·지반 안전을 위해서 건축물 안전영향평가를 받는 절차도 마련했다.

 

규정을 위반해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축 관계자 등에 대한 업무정지 및 과태료 기준도 내놨다. 10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1년간, 10억원 이상 재산피해가 발생하면 6개월 동안 업무가 정지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건축 인·허가 과정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별로 건축안전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구조설계에 관한 전문성 제고를 위해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범위에 대해 현행 6층 이상인 것을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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