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피플&컬처 > 컬처
[상상의 세계, 제8기후대를 찾아서]
2016광주비엔날레를 가다

‘제8기후대 :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국내외 36개국 101작가(팀) 120명이 참여하는 2016광주비엔날레가 지난 9월2일부터 66일간의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의 현장 속으로.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2016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 프로젝트 ‘탐구자의 전철’.

 

 

움직이는 건축세계, 탐구자의 전철

직육면체 공간의 바닥과 벽, 천장을 타고 자유롭게 뻗어 나간 선들이 만나고 겹치기를 반복한다. 좌석 등판에는 반대자, 예언자, 선동가, 실종자, 스타, 정치운동가, 시인 등 다양한 이름표가 붙어 눈길을 끈다. 인도의 예술가 그룹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의 작품, ‘탐구자의 전철’이다.

 

재밌게도 작품이 설치된 곳은 미술전시장이 아니라 실제 이동하는 지하철 내부다. 인도의 예술가들은 광주의 지하철을 지식과 행동의 연결 장소로 변형시켰다. 순간 지하철은 이동이나 운송의 기능에서 탐구자들의 전철로 신원을 탈바꿈했다. ‘탐구자의 전철’은 비엔날레 기간 함께하는 광주 도심재생프로젝트인 광주폴리의 일환으로 설치된 작품이다. 가을의 문턱 즈음에 방문한 광주에서,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온 2016광주비엔날레를 만났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 이외에도 광주시내 8곳의 전시장에서 유기적인 전시가 열렸다.

 

광주비엔날레는 어느덧 22년의 역사를 지닌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 매체인 아트넷을 통해 세계 5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 만큼 올해도 유명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도라 가르시아, 필립 파레노, 왈리드 라드, 히토 슈타이얼 등이 그들이다.

 

한국 작가로는 2013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은 정은영과 옥인 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 박보나, 차재민, 이주요, 정지현, 강서경, 전소정 등이 참여했다.

 

 

▲미카다지마의 ‘매달린 의자’. 이 의자는 감정을 표현하는 의자다. 자체 제작한 감정분석프로그램을 통해 트위터에 나타난 사람들의 감정을 분석해 실시간 의자에 설치된 조명(네트워킹 LED)으로 표현한다. 조명색이 실제 변화하는 걸 볼 수 있다.

 

 

▲제1전시실 전경. 광주민주화 운동의 상징 녹두서점을 재현한 부스가 보인다.

 

이번 2016광주비엔날레 타이틀은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제8기후대란 지구에 존재하는 7개의 물리적 기후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상상의 세계를 뜻한다. 비엔날레는 제8기후대 상상의 세계로 관객을 유도하는 장치들을 대거 도입해 동시대 예술의 본질 탐구에 나서고 있다.

 

예술이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예술과 사회와의 매개성을 찾는 게 2016광주비엔날레의 목표다.

 

 

▲토미 스토켈의 ‘광주 돌’. 종이 조각으로 광주의 자연을 이모티콘화했다. 스마트폰을 위한 움직이는 키보드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작되어 실제 제공됐다.

 

 

1년6개월간 지역공동체와 예술의 밀착 시도

참여작가 중 31명은 광주 현지에서 지역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신작을 제작하고 나섰다. 아폴로니아 슈시테르쉬치와 배다리 작가가 주말 텃밭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누리봄커뮤니센터와 협업 프로젝트로 선보인 20분 분량 영상작 ‘도시계획, 두암동’이 대표적인 예다.

 

 

▲빅 반 데폴의 작품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 이 공간에서 매주 2차례 5.18광주민주화항쟁 유가족모임인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참여하는 포퍼먼스가 열리고 있다.

 

개발자 중심의 도시개발에 질문을 던지며 지역주민과 함께 직접 도시개발을 해보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이밖에도 31명의 작가가 지난해부터 광주를 방문하면서 현지 주민들과 지역 밀착형 현장 프로젝트를 진행, 1년 6개월간의 결과물을 전시에 반영했다. 광주의 생태와 소극장, 도시 환경, 역사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전시장의 개념도 지역으로 확대했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 외에 8곳의 외부 전시장(우제길 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등)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활용하면서 예술과 시민사회의 접점을 넓힌 것 또한 이번 비엔날레의 차별성이다.

 

 

▲제1전시실에서 만난 박인선 작가의 작품 ‘뿌리’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도시 재건축 현장을 조명하고 있다.

 

 

전시의 무게 덜어내고, 사색과 상상 늘리고

2016광주비엔날레는 전시 자체의 무게를 빼고 비움과 사색의 공간 형성에 주력한 점이 특색이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관 내 5개의 전시실은 온도와 밀도, 분위기 등의 기후환경이 제각각 다르게 조성되면서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1전시실은 41명 작가들이 다양한 장르 작품들을 밀집시켜 높은 밀도를 연출하면서 카오스적인 분위기를 부여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주요 거점이자 토론의 장이었던 녹두서점을 재현한 도라 가르시아의 신작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자, 우리 모두를 위한’을 만날 수 있다.

 

 

1 뿌리01(박인선) 2014, 캔버스에 혼합 매체 2 뿌리03(박인선) 2014, 캔버스에 혼합 매체

 

광주 출신인 박인선의 작품 ‘뿌리’는 광주의 재개발 지역을 작품 소재로 하면서 지난 시대의 가치를 되새겨 보게 한다.

제2전시실에 들어서면 조명을 사용하지 않은 어두운 공간 즉 ‘암실’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가벽 설치를 최소화하면서 비디오, 프로젝션 등 영상작품만 배치해 공간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제2전시실에서 만난 아이샤 술타아의 작품. 마치 건축 외장재처럼 보이지만 종이 위에 흑연으로 질감만 표현한 작품이다. 아이샤 술타아의 고향인 방탄의 임시건물들을 은유적으로 선보였다. 겉은 철제와 아연으로 만들어진 방탄의 건물들은 그 속이 허술한 임시거처에 불과하다.

 

 

▲어린이용 장난감 레고로 독일 군용 탱크의 기판을 재현하고 사운드를 설치한 pssst Leopard 2A7+. 나타샤 사드르 하기기안의 작품이다.

 

제3전시실은 작품마다 독립적 영역을 만들면서 가벽이 없는 열린 공간을 연출한다. 어린이용 장난감 레고를 이용해 독일 군용 탱크의 기판을 실사이즈로 재현한 사운드 설치작품 ‘Passt Leopard 2A7+’DL 전시되어 눈길을 잡았다.

 

 

▲제3전시실과 4전시실로 올라가는 통로에 설치된 ‘도움 브레익스’ 사회정치적 단상들을 여러 언어로 문구화했다.

 

독일의 대표 작가인 미하엘 보이틀러가 광주에 머물며 지역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대인 소시지 가게’도 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대인재래시장에서 과일 담는 망과 종이를 활용해 제작한 ‘종이 소지기’가 벽돌처럼 쌓여있다.

 

 

▲미하엘 보이튤러의 대인소시지. 실제 작가는 광주지역의 오래된 재래시장인 대인시장에 머물며 지역학생들과 작업했다. 과일망에 종이를 넣어 만든 소시지 모양의 물건을 가져와 전시기간 동안 벽처럼 쌓아올리고 있다. 천장에 걸린 조명은 중국작가 리징후의 작품 ‘하얀구름’이다. 현대화 되어가는 중국 공장의 불빛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제4전시실은 동시대 미술에서 보여지는 추상성에 부응하는 작품들이 배치됐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타일러 코번의 작품 ‘인체공학의 미래’는 상상 속의 미래 인류를 위해 디자인된 인체공학적인 가구 시리즈다.

제5전시실에는 성과 페미니즘 논의에 기반한 여성 퀴어문화를 주요 주제로 다뤄온 여성 아티스트 듀오의 영상이 중앙에 설치되어 있다.

 

 

마리아린드 2016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추천작

 

1 이정민의 ‘문득’

2009년 용산사건을 작품에 담았던 옥인 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 작가는 도시의 풍경에 사회성을 가미, 사회문제를 독창적인 동양화의 필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최근 회화 연작인 ‘산책-형태’는 서울에서 작가의 도시 산책을 반영해 만든 작품이다. 전형적인 도시풍경이 아니라, 벽이나 포장된 도로, 돌무더기, 나무 등의 클로즈업들로 구성됐으며 질서에 가까운 형태들을 지녔다.

 

2 타일러 코번의 ‘인체공학의 미래’

뉴욕에서 활동하는 타일러 코번은 상상 속 미래 인류를 위해 디자인된 인체공학적인 가구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광주에서 머물며 전시기간 관람객들이 실제로 앉을 수 있도록 벤치를 제작했다.

 

 

 

 

▲이정민의 작품 ‘산책’ 시리즈를 관람하는 관객들. 타일러 코번이 만든 의자인 ‘인체공학의 미래’에 자유롭게 앉아서 관람하는 사람들도 보인다.(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 조직위)

 

미래학자와 인류학자 등과 만나 인체의 변화를 연구했으며 미래의 인간이 사용할 의자를 예측해서 구현했다.

 

3 아폴로니아 슈스테르쉬치의 ‘도시계획, 두암동’

시각예술작가이자 건축가인 아폴로니아 슈스테르쉬치는 지역과의 연계에 기반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말텃밭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누리봄 커뮤니티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도심의 녹생공간과 이를 둘러싼 지역 민주주의의 의미를 탐구했다. 지난 4월부터 주민대상 워크숍인 두암동 교실을 3차례 열며, 주민들이 친환경 매체를 활용해 직접 도시개발을 해보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담았다.

 

4 아르제니 질리아에브의 ‘인류의 요람’

러시아 출신 작가는 우주로 흩어진 인간의 미래를 표현하고 있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촬영된 어둡고 광활한 우주 이미지의 태피스트리가 벽에 일렬로 걸리며 표면이 유사한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불균형한 대형 황금빛 구를 표현한 인류의 요람 시리즈는 상상의 미술관을 표현한 설치작이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