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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E’ 인증 받은 국내 첫 CLT하우스]
목재 연구자가 제시한 미래의 집

한 평생 목재 연구에 매진해 온 대학교수가 정년을 1년여 앞두고 지은 집. 그 집은 자신의 만족을 넘어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탐색하고 있다. CLT라는 새로운 목구조방식을 적용해 국산목재산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가 하면, 에너지절약형주택 수퍼-E 인증을 받아 고효율주택 대열에도 합류했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교수마을에서 만난 CLT하우스. 이층집과 단층집을 잇는 채 나눔 설계를 통해 경관과의 조화를 이루고 마당에서의 개방감을 찾았다.

   


■PLAN

위치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지역지구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자연경관지구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1세대)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지하층)+CLT(벽체)+경량목구조(천장)

건물높이 9.20M 건축면적 119.13㎡

연면적 266.71㎡ 용적률 산정연면적 174.55㎡

건폐율 19.97%(법정 20% 이하) 용적률 29.24%(법정 100이하)

주차대수 2대 조경면적 298.30㎡

설계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 (주)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수퍼-E 기술자문 캐나다 수퍼-E사무국,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 건축주 이전제

 

용인시 수지지구 외곽에 가면 교수마을이라는 전원주택단지가 있다. 90년대 중반 서울대교수들이 동호회를 꾸려서 터를 닦은 곳이다. 올 봄 이 단지에 입주한 이전제 교수(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는 동호회를 조직한 원년 멤버다. 이 교수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서울을 떠나지 못하다가, 정년퇴직을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야 집을 짓고 마을 식구가 됐다.

 

그런데 이 집은 지을 때부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사례가 전무한 CLT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CLT(Cross Laminated Timber)는 목재를 직교로 붙여서 단단하게 만든 구조용집성판이다. 골조는 물론이고 벽과 바닥, 천장에도 시공할 수 있다. 개별 CLT 유닛의 두께와 길이는 구조계산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혁신적인 디자인도 가능하다.

대학에서 목구조를 전공한 후 대학교 교단과 국내 유수의 문화재 현장을 오가며 평생 목재와 살아왔다는 이 교수가 CLT로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나름의 큰 다짐이 스며있다.

 

 

▲벽돌로 마감한 단층집에는 거실과 주방이 위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거대한 나무 빌딩이 지어지고 있어요. 오스트리아에는 6층짜리 목조건축물이 즐비하고 최근 캐나다에서는 18층짜리 나무 기숙사를 지어요. 이게 다 CLT라는 새로운 구조용집성판이 개발되면서 가능해진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CLT에 접근도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그래서 나만 좋을 집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집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도로변에 길게 뻗은 이층집이 단층집과 안마당을 살짝 가려준다.

 

이 교수의 결심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국내산 나무로 제작한 CLT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그는 국산 낙엽송과 국산 소나무로 CLT를 직접 제작해 실험했고, 그 결과 구조용재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천마디 말보다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 교수는, 내가 먼저 지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보자는 마음으로 실험적인 집짓기에 나서게 된다.

 

 

▲단지 내 도로에 접한 건물은 외장재로 일본산 목재사이딩을 적용했다. 방부와 흰개미방지 처리가 된 목재로 멋스러운 질감을 선사한다.

 

 

CLT 표면을 그대로 드러낸 실내

집을 짓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공법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랜 인연이 있던 설계자와 시공자, 목재산업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겪었다.

 

 

▲채와 채를 잇는 현관.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서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통유리창 너머로 건너편 마을과 자연이 엿보인다.

 

고생 끝에 지어진 CLT하우스는 외관으로 봤을 때는 CLT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단지내 도로보다 높게 형성된 마당에 올라서니 채 나눔을 통해 이층집과 단층집을 연결해 놓은 모습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도로변에 놓인 이층집이 팔을 펼쳐 정원을 품고 있는 듯한 형태여서 아늑한 느낌이 강했다.

 

 

▲현관을 중심으로 왼쪽의 채는 가족들의 프라이빗 공간이다. 지하층과 2층을 잇는 계단실이 보이는데 CLT벽체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외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나무결이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사이딩이다. 일본에서 방부와 흰개미방지 약재가 처리된 목재 사이딩을 가져와 이층집에 세로로 붙였다. 이 교수는 이 사이딩에 쓰인 약재를 입힌 나무를 10년간 땅에 묻어두고 변화 추이를 살펴본 터였다. 그 결과 기능만큼은 분명한데다 삼나무의 색이 크게 변하지 않기에 관리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1층에 자리한 거실과 주방의 전경이다. 이 집은 CLT 벽체 바깥에 단열재를 붙이는 외단열을 적용했다.

 

CLT하우스의 실체는 집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니 벽이 온통 나무다. 국내산 붉은 낙엽송을 그대로 노출해 붉은 기운이 강하다. CLT가 가장 잘 드러나는 거실 벽은 마치 나무로 조각보를 만들어 놓은 듯 CLT 유닛들이 지그재그 형태로 이어져 있다. CLT가 적용되지 않은 천장은 하얗게 도장해 붉은 기운의 나무와 모던한 대비를 이뤄냈다.

 

 

 

 


1 1층 계단실 반대편에는 서재가 자리한다.

2 거실 벽에는 국산 소나무로 제작한 CLT를 적용했다. 마치 나무로 만든 조각보처럼 CLT 유닛들이 지그재그로 맞물려 있다.

 

 

▲햇살 가득한 침실. CLT 벽체가 곧 인테리어 소재가 되고 있다.

 

CLT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하지만 이 집은 벽체에만 적용하고 있다. 천장과 바닥은 경골목구조 방식으로 완성했다.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CLT 골조공사를 비교해보니 중목구조에 비해 2배 정도의 비용이 더 들었다. 나무가 몇 배로 더 쓰이니 당연하다.

 

 

 

 

 

 


1 2층 복도에서 만난 뜻밖의 공간. 창호지를 붙인 접이식 문을 달고 종이장판을 깔아 전통적인 멋을 낸 다실이다. 올라앉았을 때 눈높이에 닿는 긴 창을 내놓은 것도 엿보인다.

2 2층의 복도. 벽 전체가 CLT다. 기밀성이 좋고 구조적으로 튼튼하다.

 

“CLT의 비용은 대규모로 짓거나 여러 채를 한 번에 짓거나, 또는 CLT의 특성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지을 때 많이 절감됩니다. 공사기간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죠.”

 

국내 2호 수퍼-E 인증 획득

CLT하우스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수퍼-E 인증을 받은 주택이기도 하다. 수퍼-E는 캐나다의 친환경 목조주택 프로그램으로 목재를 사용해 가장 에너지효율적인 설계를 적용한 모델이다.

 

이 교수는 기밀성과 단열성능이 우수한 CLT 구조에 수퍼-E가 요구하는 단열성능을 추가하고 폐열회수환기시스템을 장착하니 저에너지주택을 완성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주차장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공간 취미실. 지하층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했다.

 

“독일 패시브 인증은 엄격하고 제한적인데 비해 캐나다 수퍼-E 인증은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범위에서 접근하기 좋더군요. CLT와 만나니 시너지 효과도 나고요. 앞으로 에너지 문제 때문에라도 CLT가 부각될 수밖에 없어요. 기술적으로 많은 장점을 가질 수 있는 구조에요. 벽 전체가 저항을 하기 때문에 내진에도 강한 구조이고요.”

 

 

1 CLT를 결합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철물도 사용된다. 2 실내외에 환기구가 보인다. 강제환기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위판과 아래 판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창틀처럼 개구부 윗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등 시공 내내 이 교수의 고민이 적지 않았다.

“우리 집을 지으면서 경험한 문제점이나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서 정책 건의를 할 생각이에요. 집짓기가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인 거죠.”

 

 

▲거실에 놓인 테이블은 이 집을 지을 때 사용한 CLT로 만든 것이다. 벽 안에 감추어진 CLT의 단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이전제 교수

“CLT는 우리 미래의 방향입니다”

 

평생 목재 연구에 매진해 온 이전제 서울대학교 교수(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CLT 주택의 건축주가 되었다. 평소 “목재는 문화다”라는 가치관으로 목재문화진흥회를 창립하고 회장으로 활동하며 목재 문화 보급에 노력해온 그인 만큼, CLT라는 새로운 목조건축방식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CLT하우스의 건축주 부부인 이전제 교수와 부인 박종유 씨.

 

 

CLT로 집을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90년대 중반에 터를 마련해 놓고는 20여년을 기다려온 집짓기예요. 막상 지으려니 어떤 주택을 지을까 고민이 됐죠.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는 목재여서 가능한 목조를 짓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목조도 공법이 여러 가지니까요.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집을 지을 게 아니라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집을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른 거예요. 그래서 CLT를 선택한 거죠.

 

CLT를 미래 모델이라고 보는 이유는요?

CLT는 10여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각광받아온 건축공법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목재의 경제성에 별로 관심이 없는 터라 CLT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목재를 가구 만들 때 필요한 소재나 청정 에너지원 정도로만 여기는 실정이니까요.

 

알고 보면 국산 나무로도 CLT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국산목재는 대형목이 없고 대부분 중소목입니다. 국산재를 건축 구조재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이유인데요. CLT라면 국산 중소목으로도 얼마든지 유닛을 만들 수 있어서,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는 최적의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또, 앞으로 저에너지 친환경 건축물을 짓는데도 매우 유리한 구조여서 국내산 CLT 확산이 필요하다는 신념이 있었죠.

 


CLT만으로 지어진 세계 최고 높이 목조건축물의 CLT개념도.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기숙사로 높이 53m, 18층이다. 골조 및 외관을 만드는데 70일이 채 걸리지 않았으며 철근콘크리트 건물보다 4개월 앞당겨 완료됐다.(자료제공:www.naturallywood.com)

 

 

CLT 주택의 최대 장점을 꼽는다면요 

CLT로 지은 건물은 기밀성이 좋습니다. 자연히 단열성능도 좋아지죠. CLT 자체가 골조가 되고 벽이 되고 천장이 되면서 나무벽이 집 전체를 보온병처럼 둘러싸게 되니까요.

 

이에 반해, 중목구조나 경량목구조, 한옥 같은 경우는 보와 기둥만 목재이고 나머지 벽체나 천장에 이질적인 재료를 넣어야 하죠. 건축에서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났을 때 기밀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어려워서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따라서 CLT는 저에너지건축물을 짓고 싶을 때 매우 효율적으로 기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법이 됩니다.

 

왜 CLT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목조가 고층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강도 때문이었는데, CLT가 그 우려를 극복해주었죠. 영국 런던의 Stadthaus(9층, 2009년), 호주 멜버른의 FORTE(10층, 2012년) 등의 고층 목조빌딩이 사용 중에 있어요. 또, 올해 초 캐나다 밴쿠버에서 18층 건물이 착공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고층 목조빌딩 건설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CLT의 경제성도 각광받는 이유에요. CLT는 공장에서 유닛을 제작해서 현장에 설치하는 건식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매우 단축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고층건물일수록 공기가 짧아져서 얻게 되는 비용절감 혜택이 커집니다.

 

국내 CLT 발전에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요 

국산 나무들을 CLT라는 구조용재로 활용하려면 정책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공장 제작이 필수이기 때문에 시설투자가 선행되지 않고는 개개인이 이 공법을 적용하기가 어렵죠. 공공건축물을 CLT로 지을 때 인센티브를 주어 수요를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겠고, 활성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제 정부에서 국산목재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데 관심을 갖고 투자와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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