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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김민주]
여유를 담다, 현대 산수화

동양화가 김민주(35)는 전통 산수화를

현대의 공간에 성큼 들여왔다.

전통적인 소재와 전통 재료를 고집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해학과 위트로 현대인의 감성을

세련되게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협조 오픈갤러리(www.opengall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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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도 붓 놓지 못한 동양화가의 길

동양화가로 활동하는 김민주(35)는 200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7년부터 동양화과에서 조교생활을 시작, 2010년 동대학 동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그 와중에 3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한해에도 여러 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가의 길을 모색했다.

 

 

▲어락원 장지에 먹과 채색 100x194㎝ 2008

 

2012년, 서른 살을 막 넘긴 작가는 20대를 오롯이 보낸 학교를 떠나 창작지원 레지던스에 입주하는 기회를 얻는다. 3년간, 두 곳에서 레지던스 생활을 마친 후에는 지금의 상도터널 입구에 친구와 함께 작업실을 마련해 가까스로 독립했다.

 

 

▲김민주 작가는 한국화 가운데 채색화를 그리는 보기 드문 젊은 작가다.

 

작가는 학교를 떠난 이후, 단 하루도 홀가분하게 손에서 붓을 놓지 못했다. 한 해도 빠짐없이 각종 작가상에 선정되고 창작 지원금을 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한 그녀였지만, 여전히 젊은 화가가 느끼는 미래는 불확실했을 터. 오로지 그림을 그리는 행위만이 그녀를 위안할 수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맘 편히 떠날 수 없었어요. 결국 작업실에 앉아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을 그리며 여기까지 온 거죠.”

 

 

▲어락도 장지에 먹과 채색 55×80㎝ 2007

 

2007년 어락도(漁樂圖), 2009년 어락원(漁樂園), 2011년 흥얼흥얼(Humming), 2012년 어초문답(漁樵問答), 2014년 숲을 그린 까닭으로 이어지는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살펴보면 그간의 성장과 변화가 감지된다.

 

어락도와 어락원에 등장하는 어인은 반은 사람, 반은 물고기 형상으로 이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노니는 여행자 같다. 이처럼 작가는 동양의 이상적 산수를 현실공간에 담아내는 유쾌한 상상을 시도하며,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실세계에 여유를 말하고 있다.

 

 

 

1 휴가(休家) 장지에 먹과 채색 130×157㎝ 2012 2 휴가(休家) 장지에 먹과 채색 130×157㎝ 2012

 

 

물고기, 건축, 자연으로 여유를 말하다

2011년에 이르러서는 어인이 노닐던 자연이 한옥이나 단독주택, 빌라 속 공간으로 침투한다. 폭포수가 벽이나 창문을 뚫고 시원스레 쏟아지거나 마당 가득 물의 정원이 출렁거리는 모습에서 보다 과감하고 유쾌한 여행을 즐기는 작가가 엿보인다. 전통 산수와 현대 건축공간의 만남이다.

 

 

▲어초문답 순지에 먹, 족자 34×46.5㎝ 2012

 

2012년, 작가는 어부와 나무꾼의 대화를 뜻하는 ‘어초문답’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세상과의 긴 대화를 시작한 마냥, 구멍 뚫린 커다란 그물을 던져 놓은 채 세상을 낚시질 하는 어부가 오늘의 우리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2014년, 작가는 이제 커다란 트렁크를 옆에 세워 놓은 채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나체의 여인으로 숲에 서 있다. 반복적으로 그려낸 잎과 과일 열매가 화폭을 가득 채우며 숲을 조용한 사색의 장으로 물들인다. 그림 속 여인은 자연과 한 몸을 이룬 듯 조화롭고 여유 있어 보인다. 여인의 여유로움처럼 작가 역시 긴 시간의 담금질로 한껏 성숙해졌다.

 

 

▲2013년 고양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했다. 작가는 주로 대작을 고집하고 있다. 팔기 위한 그림보다는 그리고 싶은 그림에 매진 중이다.

 

“지금껏 아슬아슬하게 이어왔다고 할까요? 어떤 고비마다 내가 작가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러다가 그림에 대한 반응이 오면 다시 그림 그릴 수 있겠구나 하면서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림 작업만 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아이들도 가르치고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부업을 해야 하죠. 하지만, 작업실에 들어오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걸 느껴요. 그림 그릴 때만큼은 무아지경으로 몰입하게 되고요.”

 

 

▲상도터널 입구에 위치한 김민주 작가의 작업실. 오는 11월 DDP에서 열릴 전시 준비로 동양 산수의 소재를 패턴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젊은 화가가 만드는 현대 한국화의 세계

작가와 그림만 일체되는 게 아니라, 재료도 한 몸처럼 녹아있다. 동양화 중에서도 채색화를 즐겨 그리는 김민주 작가는 전통 재료를 고집한다. 자연에서 채취한 차분한 색감의 안료와 검은 먹을 세필로 찍어 장지에 꼼꼼하게 그려내는 게 특징이다.

 

 

▲산수유람 장지에 먹과 채색_120x182㎝ 2011

 

“많은 재료를 써 봤는데, 한국화 재료가 나와 제일 잘 맞더군요. 빨리 빨리 변해가는 속도감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어요.”

 

전통 재료를 고집하는 작가지만, 그림만큼은 전통이나 과거에 묶여 있지 않다. 계곡과 산수가 등장하는 전통적인 산수화와 어딘가 닮아있지만 세련됐다는 게 미술평단의 평가다. 반은 물고기, 반은 사람 모양을 하고 있는 어인이라든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빌라건물을 산수와 접목시키는 시도 등이 새로운 한국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숲을 그린 까닭 장지에 먹과 채색 196.5×135.5cm㎝ 2014

 

오는 11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그동안 자신의 산수화에 선보였던 바위와 나무, 열매들을 패턴화해 화면 가득 확장시키는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김민주 작가가 오로지 그림에 매진할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빈 배 가득 밝은 달만 장지에 먹과 채색 130×3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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