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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삶은 유쾌하다]
정도영의 다세대주택

얼키설키 복잡한 주택 속에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그래도 삶은 유쾌하다’고 말하는 듯싶다. 낯선 서울생활을 바탕 삼아, 유머 가득한 구성과 볼륨 넘치는 화면으로 서울살이의 공감을 이끌어낸 작가 정도영을 만났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안국약품 갤러리AG(02-3289-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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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주택 이웃들의 서울살이 유쾌하게 담아

작가와 그림이 빼닮았다. 지난 7월 말경,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만난 작가 정도영(35)을 그의 그림 ‘다세대주택’ 옆에 나란히 세웠다. 엉거주춤 위태위태하게 쌓아올린 다세대주택과 작가의 명랑하고 담백한 표정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정 작가는 “낯선 서울생활에서의 경험을 에피소드처럼 재미나게 풀어내어 보편적인 인간관계와 소통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구나. 철저히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구나.

 

 

 

▲다세대주택 89×145×5cm hand painted cutout plastic 2016(2)

 

 

9년 전, 태어나고 자란 고향 울산을 떠나 머나먼 서울로 입성한 청년 작가 정도영에게 서울은 어떤 이미지였을까. 정 작가가 처음 입주한 집은 10가구가 넘게 모여 사는 신림동 소재의 어느 다세대주택. 그곳 2층에 작업실 겸 거처를 마련했다. 작가가 기억하는 다세대주택의 첫 느낌은 ‘차갑고 불편한 요소가 많던 집’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방음이란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다세대주택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관계를 경험하고 작품으로 승화해낼 수 있었다.

 

“소리를 통해 개인사가 공유되다 보니, 10세대의 사람들과 모든 걸 함께하고 있는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누구누구 집에 속상한 일이 있어도, 찡긋 눈빛만으로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덮어주는 것이 다세대주택 이웃들의 서울살이라고 느꼈어요.”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웃의 소리들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그들과 나름의 소통하는 방식이라 믿었다. 작가 표현대로라면, ‘이웃에게 수줍게 손을 내미는 방식의 소통’을 한 것.

 

 

 

 

▲작품 다세대주택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장면들. 서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림조각들을 팝업북 처럼 여러 겹으로 붙여 그림자가 생겼다.

 

 

그림 안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장면들에서 작가의 상상력을 엿보는 것은 단연 재미나다. 물소리가 날 때마다 이웃에 수영장이 있나 보다 상상하면서 웃던 작가는 그림 속에 슬라이드를 등장시켰다. 실뜨기를 하는 남녀의 달달한 모습과 오리배를 탄 사람, 옛 이발소 풍경, 그리고 옛날 방식의 목욕탕도 등장한다.

 

이렇게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와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유머러스한 표정은 서민주택을 상징하는 다세대주택의 시름을 씻어내는 힘이 되고 있다.

“다세대주택은 사회의 축소판 같은 곳이에요.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살다보면 부대낌이 생길 수밖에요. 그래도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유쾌한 표정을 찾고 싶었어요.”

 

 

▲캔버스에서 5cm 정도 돌출되어 있는 작품. 그림 표면에 코팅을 하여 볼륨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해체하고 조립해서 단 하나뿐인 건물로

작가 정도영은 다양한 색채와 과장된 표현으로 ‘유쾌함’을 극대화한다. 그의 그림은 화면으로 보면 평면인 듯싶지만, 실제로 보면 표면이 올록볼록한 입체화다. 또, 그림 조각들은 마치 팝업북을 보는 것처럼 여러 겹으로 중첩되어 있다.

 

 

▲정도영 작가의 작업과정. 각각 자르고 칠해서 완성한 그림 조각들을 하나의 화면에 자신만의 감각으로 배치한다.

 

 

▲Toy Story 64×21×47cm 말모형 아크릴채색 2016

 

“화면을 3차원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연극무대를 꾸미는 것처럼 그림조각들을 배치합니다. 실제 그림자가 생기게 유도해서 극적 요소를 강조하고 생동감도 주고요.”

 

 

▲태화강 2급수 기념 수영 대회 76×65×3cm hand painted cutout plastic 2016

 

그의 그림을 이해하려면, 크게 3단계를 거치는 작업과정을 알아야 한다. 우선 그림 조각들을 자른다. 2단계는 그림 조각 위에 페인팅을 하는 것. 마지막으로 칠이 완성된 그림 조각을 캔버스에 조립하듯 배치한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꼬박 한달 가까이 소요되는 만큼 스스로 즐기지 않으면 어려운 과정이다.

 

 

▲주차타워 65×100×6cm hand painted cutout plastic 2016

 

 

▲협동조합 공동주택 65×100×6cm hand painted cutout plastic 2016

 

정도영 작가는 이미 회화·도예·입체 등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이고 융합적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20011년 SOAF아트페어에서 ‘Young Generation Artist 10’에 선정된 이후 국내외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아트페어에 초대되는 단골작가가 됐다. 그동안 주로 ‘행복의 발견’이란 주제로 4회의 개인전과 수십 회 이상의 기획단체전을 가졌다.

 

 

▲토요일 PM 2시 185×45×4cm hand painted cutout plastic 2016

 

 

▲한솥밥 100×65×5cm hand painted cutout plastic 2016

 

올 가을에도 정도영 작가의 유쾌한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9월, 서울 DDP에서 열리는 2016 어포더블아트페어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다세대주택 외에도 현존하는 국내외 건축물들을 해체한 후 재조립하고 융합하는 작업을 통해 세상에는 없는 나만의 건축물을 창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추석 가족모임 117×73×7cm hand painted cutout plasti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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