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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100세 주택 ⑨]
인생 포트폴리오에 맞는 집이어야 한다

100세 시대에는 집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50대라면, 40평대로 넓혀갈 꿈을 꾸지 말고, 15평의 작은 공간으로 이주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긴 노년생활에 대비해 소비만 줄일 게 아니라, 집도 줄여야 한다.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노인에겐 넓은 집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집 팔고, 임대아파트로 이사 왔어요.”

75살 택시기사님의 이야기였다. 밤늦은 시간이라서, 제법 긴 거리를 이용했다. 말씀하신 나이처럼 안 보인다고 얘기했더니, 기사님은 염색 덕택이라고 껄껄 웃었다. 100세 시대를 향하는 요즘, 80세 택시 기사님 만나는 일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밤에 운전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기사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혼자서 빈집에 앉아있느니, 차라도 몰고 나와야 사람 구경이라도 하지요.”

 

서너 살 차이였던 사모님이 몇 해 전 돌아가시고, 기사님은 평생을 살던 일반 주택을 처분했다고 한다. 그리고 뒤늦게 소형 임대아파트를 하나 구해, 단신 입주를 했다. 마당이 있는 집을 고집하던 사모님 때문에 아파트 생활을 꿈도 못 꿨는데, 막상 혼자되고 보니 오히려 빈집에 외로움만 가득차서 견딜 수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방 두 칸짜리 임대아파트로 옮기게 되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집안 청소에 쏟던 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겨울철 웃풍도 없고, 여름에는 일반 주택보다 더 크게 덥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왜 진작 이 좋은 아파트 생활을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고도 했다. 돌아가신 사모님도 아파트가 좋은 것을 몰라서 평생 고생만 하고 갔다고 아쉬워했다.

 

“일반 주택에 사는 게, 혼자 사는 노인에게는 불편한 일입디다. 아파트는 철마다 대청소할 일 없지, 유리창 닦을 일 없지, 눈 내려도 대문 앞을 쓸 일이 없어요.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싶습니다. 그렇게 보면, 솔직히 방 두 칸도 많습니다.”

 

노인이 되면 청소하는 것만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자신처럼 하루 10시간 넘게 운전을 하는 경우는 산책이든, 등산이든 진짜 운동을 하는 편이 백번 낫다는 것이었다. 어설픈 청소나, 가사는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얘기다.

 

가족 줄어드는 노년, 집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50세 된 아드님과 45세 된 따님과도 1년에 서너 번 만나는 형편인지라, 요사이는 아예 가족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산다고 했다. 아드님은 직장관계로 지방에서 생활하고, 따님은 시부모를 모시기에 명절에나 한, 두 번씩 만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예 자식들과 만날 때면 좁은 집에 불러들이지 않고, 식당을 예약해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차 한 잔 마시고 헤어진다는 것이었다. 완전 초현대식이었다.

 

그래서 외롭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기사님은 비슷한 처지의 여자분과 만나서, 가끔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그럴 바에야 재혼이라도 하시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기사님은 나이가 들면 가족을 안 만드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재산 문제와 자녀 관계도 복잡해지고, 같이 살다가 한 사람이 먼저 가게 되면 상심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20대 전후에 결혼을 하고, 3,40대에는 가족 구성원을 늘려나간다면, 반대로 5,60대부터는 가족 구성을 줄여나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녀들이 진학이나, 군 입대를 하거나, 출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만, 배우자의 죽음도 경험하게 된다. 영원한 청춘이 없는 것처럼, 영원한 노년도 있을 수 없다. 언젠가는 죽음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은퇴 직전은 인생에서 가장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기이다.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해온 경우라면, 급여는 신입사원들의 서너 배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그래서 은퇴 이후의 인생에 대해 오판하기 십상이다. 은퇴 이후의 경제 여건이 은퇴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고정급여를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이다. 1억원을 벌던 사람의 소비습관은 1억원 대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30년 직장생활을 해온 경우라면, 3000만 원 신입사원 월급에서부터 1억원에 이를 때까지, 30년 동안 반복해온 생활방식이다. 따라서 그러한 태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직장에서 퇴직을 하는 순간, 급여는 한 푼도 제공되지 않는다.

 

퇴직 10년 전부터 소비 규모 줄이고 주택도 줄여라

그러므로 퇴직 이후에 뒤늦게 소비생활의 변화를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말고, 퇴직 이전부터 소비생활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퇴직 10년 전부터는 은퇴준비를 시작해야 하고, 소비규모도 급격하게 줄여나가야 한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40대 중반부터 퇴직 직전까지 소비규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부양, 자녀교육, 자녀출가 등 대규모 비용 소비처가 줄줄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노후준비가 바로 주거환경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 것에 대비해서, 미리 주택 규모를 축소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고가 자동차면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처럼, 집이 크면 관리비가 과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큰 노후준비는 집의 규모를 축소해 나가는 것일 수 있다.

 

40대부터 50대에는 대부분 주택을 마련한 뒤에 융자금 완전 상환이 이루어질 때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으로 착각하거나, 인생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 쉽다. 그래서 주택 규모를 늘리거나, 고정적인 임대소득을 올리겠다고 무리한 투자를 하거나, 전원주택이나 별장을 짓겠다고 과욕을 부리는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태도보다는 좀 더 실제적인 방법으로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주택이 가진 본질적 개념인 거주와 휴식의 개념을 회복하고, 가족 구성원 숫자가 줄어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45세에서 55세 사이, 인생 후반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때 주택문제를 생활경제에 연결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30평대 아파트를 가진 50대라면, 욕심내서 40평대 아파트로 이사할 것을 꿈꾸지 말고, 15평 미만의 소형주택에서 생활하는 방안을 검토해봄직하다. 이제 주택으로 허세 부릴 시대는 지났다. 자녀들이 출가한 70대에는, 3, 40평대 아파트는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미리 15평 미만의 소형주택에 거주하면서, 손님맞이용 오피스텔 하나를 월세로 빌려 사용하는 편이 100번, 1000번 낫다.

 

그러다 보면 소형주택도 팔고, 손님접대용 오피스텔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여유자금은 연금이나 적금에 부어두면 나중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일본식 주택시장 붕괴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주택은 원래 거주와 휴식의 공간이다. 70대 부부의 생활공간은 15평이면 족하고, 혼자라면 더 적어도 된다.

 

 

이성민

KBS 아나운서. 사랑의 가족(KBS 1TV), 생방송 토요일, 일요일 아침입니다(KBS 1라디오), 경제를 배웁시다(KBS 한민족)를 진행 중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일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백석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특히 노인문제를 포함해서, 미래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의 넥스트 삼성, 100세 시대 다시 청춘, 대통령의 설득법, 반기문 대망론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매일 2시간씩 걸어서 출근할 정도로 걷기를 좋아하고, 책읽기, 영화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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