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면들은 모두 수납공간이다. 진열장 외에는 모두 문을 달아 깨끗한 벽처럼 보이게 했다.

■PLAN

설계 IR arquitectura(IR architecture) 위치 아르헨티나 Barrio Norte

프로젝트 팀 Luciano Intile, Enrico Cavaglia, Fermin Indavere, Stephen Basili Tonoli

면적 60㎡ 사진 Javier Agustin Rojas, IR arquitectura

같은 면적이라도 집은 더 넓어 보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 있다. 어떤 평면으로 어떤 소재를 써서 방을 나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공간 활용성의 극대화는 이 분할(divide)이 쥐고 있다.

아르헨티나 바리오 노르테에 있는 이 집은 60년대 지어진 아파트다. 서울처럼 인구밀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아파트는 사회경제적 문맥에 편승한 사회 규약을 따르고 있었다. 공간의 분배방식이 당시 고층주택에서 널리 시행된 특정 기준에 부응하고 있었다. 

작은 조각 같은 방들

방 마다 용도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서양주택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 원칙에 따라 입구에서 가까운 쪽은 거실과 주방이, 좀 더 떨어진 쪽은 침실이 배치되었다. 60㎡ 크기의 집을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10개로 잘게 나눴으니, 주방과 거실, 심지어 식당까지 독립된 방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이 집의 거실이다. 소파 정면으로 보이는 3단 와이드 도어를 터치하면 TV 가 나온다.

작업은 ‘통합’과 ‘집으로서의 조건’을 덧씌우는 것에 맞춰졌다. 현대에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파편의 공간에 대한 재배열이 필요했다. IR architecture 측은 현관, 주방, 침실, 그리고 복도와 거실을 집으로서 조건을 갖춘 새로운 열린 공간으로 통합해 버렸다.

1 투명 소재를 써서 채광성을 높였다. 2 개수대에는 폴딩 창문이 식당 겸 서재 방향으로 내어져 내밀함과 공적 영역 사이의 경계를 계획적으로 나눈다. 3 가운데 난 투명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기존 복도를 만나게 되는데 가구는 이면에서도 디자인을 반복한다.

가구의 공간화, 공간의 중성화

그렇다고 해서 평면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은 아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 짓던 복도와 식당 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그대로 ‘공간화된 기다란 가구’를 넣었다. 이 과정에서 주방이 식당으로 옮겨지고 현관이 거실로 통합되어졌는데 이로써 평면은 전보다 훨씬 심플해졌다.

1 가운데 투명 문을 중심으로 왼쪽은 거실가구 오른쪽은 주방으로서 역할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가구다. 가구는 보관, 수납, 진열 따위의 가구로서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동시에 공간을 분리하고 있다. 거실을 마주보는 부분에서는 책장 및 장식장, TV장, 거실 수납장으로 이용된다. 선반을 제외하면 모두 흰색 문이 달려 있어 평소에 깨끗한 벽처럼 존재한다.

▲간단한 작동법으로 TV를 가릴 수있게했다.

투명 소재로 뒤바뀌는 곳부터 방으로 기능한다. 가운데 난 투명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욕실과 침실 그리고 주방에 진입할 수 있는 복도를 만나게 되는데 가구는 이면에서도 디자인을 반복한다.

가구 뒤에는 판이 없다. 그래서 거실, 식당, 주방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서 다른 용도를 갖지만 같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주방은 개수대 폴딩 창문을 여는 것으로써 맞은편 식당과의 관계성을 갖게 된다.

더구나 개수대에는 개방성을 극대화하는 폴딩 창문이 식당 겸 서재 방향으로 내어져 내밀함과 공적 영역 사이의 경계를 계획적으로 나눈다. 

이렇듯 공간화된 가구는 공간과 설비를 절약하고 집을 응축한다. 또 투명한 문과 창문은 한정된 공간에서 가변적이며 사용성과 채광, 통풍을 최대화한다. 집으로서 최적화된 조건을 갖춘다.

IR architecture는 2008년에 설립된 협력 플랫폼으로, 건축과 산업디자인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플랫폼은 열려 있고 유연하며 공생의 시스템을 제공한다. 도시, 건축 그리고 개별 디자인 작업에 있어 에너지 고효율성, 기능성, 심미성에 부응하는 사회적, 환경적, 그리고 경제적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