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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훈조의 상가주택 이야기 ⑤]
숲을 보는 단계 계획설계 하기

건축설계는 설계계약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계획설계, 기본설계, 실시설계의 단계를 거친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는 목적과 방향이 분명해야 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검토하기가 쉽거나 중도에 방향이 틀어지는 것을 막기도 수월하다. 건축설계에 있어서는 계획설계가 그렇다. 땅도 사고, 설계자도 정했다면 설계를 시작해보자. 계획설계는 그동안 머릿속 에서만 맴돌던 상가주택에 대한 생각을 꺼내서 형상이 눈에 보이도록 구체화시켜 나가는 단계다. 그러기 위해서 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법규를 검토하며, 상가주택에 대한 추상적인 생각을 정리하여 하나하나 도면에 옮기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정리 구선영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설계 과정의 이해

 

설계에 대해서 몇 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각각의 내용들은 단계별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들이다. 즉, 숲이라기보다는 나무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나무만 보면 숲의 모양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 미리 전체 설계과정을 한 번 짚어본다. 사업계획을 세우는 시작단계에서부터 설계 도서를 납품하기까지를 설계 기간으로 보고, 검토해야 하는 내용과 거쳐야 되는 단계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본다.

 

1) 사업계획 세우기

- 사업성 검토

- 사업의 방향설정

- 요구사항의 우선순위를 결정

- 예산 수립 및 토지 매입

 

2) 설계 계약서 작성

- 설계자 찾기

- 설계기간과 업무범위 결정

- 설계비와 지급시기 결정

 

3) 계획 설계

- 건축주 및 사용자 요구사항 정리

- 측량 및 지질조사, 법규검토

- 건물 배치 계획 및 개략적인 평면 계획

 

4) 기본 설계

- 평면 결정

- 입면, 단면 결정

- 내·외장재 등 주요자재 결정

- 구조·전기·설비 시스템 결정

- 모형, 투시도 작성 및 검토

 

5) 건축허가

- 개발행위허가, 문화재심의, 미관심의 등의 유무 확인 및 도서 작성

- 허가 도면 작성 : 건축, 구조, 토목, 기계, 전기, 소방, 통신 등

- 허가 서류 작성 및 소유권 관련 서류 첨부

- 토지사용승락서, 건축동의서(지상권, 압류 시)가

필요한 경우 추가

- 건축주 인증(위임장으로 대신하기도 함)

- 건축허가서 교부받음

 

6) 실시 설계

- 건축 상세도면 작성

- 주방가구, 신발장 등 가구설계

- 인테리어 설계

- 건축허가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 수정 및 보완

 

7) 설계도서 납품

- 도면 취합, 정리

- 내역서 작성 : 견적서, 수량산출서, 일위대가

- 견적 금액 협의 및 조정 시방서 작성

 

해답은 법규와 땅에 있다

 

설계를 제약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건축주의 요구사항, 건축법규, 그리고 땅의 형상이다. 그중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제약이라기보다는 해당 상가주택의 목적, 혹은 목표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렇다면 법규와 땅의 형상이 제약사항이 된다. 제약 사항이 있다는 것이 설계를 하는데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제약이 없는 백지에 설계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답답할 수도 있다.

 

 

▲설계의 내용은 건축주의 요구사항에 의해 채워진다. 주인세대에 포켓식 발코니를 넣어 마당처럼 사용중인 상가주택이다.

 

 

건축주의 요구사항

설계의 내용은 건축주의 요구사항에 의해 채워진다. 건축주는 가족들과 상의하거나 주변의 사례를 참고하여 건축물에 들어가는 기능들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시설들을 결정한다. 이것을 설계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프로그램이 결정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정리되지 않은 채 설계자와 협의 테이블에 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설계자와 상의하여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정말 어려운 것은 매번 요구사항이 바뀌는 것이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검색하면 없는 것이 없다. 오늘은 이것이 마음에 들어 보이고, 내일은 또 다른 사진이 마음에 든다. 남편은 단순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 아내는 장식이 좀 있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원한다. 요구사항은 건축주가 정리를 해야 한다. 정 안되면 상가주택을 짓게 된 동기부터 되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 보고 설계자의 도움을 받자. 조그만 건물 안에 모든 것을 다 넣을 수는 없다.

 

상가주택은 우리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면적이 작다. 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상가주택 부지는 대부분 약 250㎡, 75평 내외다. 그러다 보니 1평이라도 더 크게 짓는 것이 능력 있는 설계자인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추세로 보면 이러한 생각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이제는 우리사회에서도 무조건 넓은 집보다는 살기 좋은 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다. 전용면적 60㎡의 투룸보다, 1평 큰 63㎡ 투룸의 가격이 모든 경우에 다 비싼 것은 아니다. 프라이버시나 채광, 환기 등에서 평면의 구성이 얼마나 사용에 편리하게 되었느냐, 냉난방 등 유지관리비용이 얼마나 적게 들도록 설계가 되었느냐가 오히려 관건인 것이다. 규모보다도 오히려 이러한 요인들이 확보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이사 횟수와 공실 발생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며, 이것이 상업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면적을 꽉 채우지 말자. 조금 작게 설계를 하더라도 건축물에 숨통을 터주자. 그로 인하여 사용자들의 쾌적한 환경이 확보되고, 유지관리비용이 줄어든다면 오히려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것이 건축주를 위하는 길이다.

 

중요한 법규의 이해

상가주택은 규모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법규가 적용되지는 않는 편이다. ‘건축법’을 근간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나 그에 따르는 ‘시도 조례’의 법적 규정을 적용하여 설계를 하게 된다. 장애인 관련 법률이나 주차장법, 소방법 등의 내용을 적용받는 경우도 있으며, 신도시의 지구단위계획지침 등 각종 ‘지침’이나 건축구조기준과 같은 각종 ‘기준’에 의한 내용을 적용하여 설계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 건축주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까지 이해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보며, 오히려 ‘건축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있는 대지면적, 바닥면적, 건축면적, 연면적, 건폐율, 용적율, 주차대수, 간단한 행정절차 정도까지만 이해를 하여도 사업성을 판단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설계자는 법규의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설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대지의 조건, 법규의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얼마나 설계자가 시간을 투입하고, 고민을 하느냐에 따라 이런 부분을 해결한 결과물의 품질이 결정되는데, 이것은 설계비용과도 직결된다.

 

요즘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번지만 입력하면 건축주가 의뢰한 땅의 주변 모양을 ‘로드뷰’나 ‘스카이뷰’로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에는 부쩍 부지를 직접 보지 않고 설계를 하는 설계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법규를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장 파악이 필수다. 바람, 빛, 대지의 높낮이와 경사, 주변 건물들의 상황 등을 확인하지 않고 설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부지를 보지도 않고 설계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설계비 덤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땅에 대한 자료 수집

설계를 제약하는 것 중 하나가 땅의 형상이다. 이 ‘형상’에는 대지의 폭과 넓이, 기울기에 의한 전후, 혹은 좌우의 높이 차, 전면도로의 폭이나 경사, 대지의 향, 대지 주변 땅과 산들의 크기와 높이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대지의 내부, 즉 땅속이다. 성토나 절토를 하였는지, 속에 암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지하수위의 높이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땅의 성질은 건조한지 아니면 무른지 등이다. 이러한 내용을 판단하기 위해서 ‘지반조사’라는 것을 하게 된다.

 

이것은 건축주가 미리 해서 설계자에게 넘겨주든지, 아니면 설계자에게 비용을 주어서 대행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땅의 속성에 따라 지하를 팔지, 기초를 어떤 기초로 해야 할지, 몇 층까지 올릴 수 있는지, 지하층에 방수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의 설계 방향이 설정되므로 아주 중요한 자료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였을 경우에는 건물을 잘 지었다 하더라도 건물의 한쪽이 가라앉는 부동침하, 침하로 인한 균열 등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 건축물이 많이 기울면 최악의 경우에는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철거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용을 하더라도 구조보강 등을 위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불되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 기초가 중요한데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비용 좀 아끼려고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지질조사를 하고 그에 맞는 설계를 하도록 하자. 몇 번을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경계측량이다.

 

신도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구도심에서는 실제 담장과 지적도 상의 경계가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경계분쟁은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더라도 해결방법이 매우 어렵다. 땅을 사거나 공사를 시작할 때 반드시 측량을 하여 경계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건물을 짓기 전에 미리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땅에 대한 자료는 최대한 확보하여 설계자에게 주자. 무슨 자료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으면 설계자에게 물어보자. 그래야 설계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고, 건축주가 손해를 보는 일이 줄어든다. 도배가 마음에 안 들면 뜯고 새로 하면 되고, 주방가구가 마음에 안 들어도 교체하면 된다.

 

심지어 콘크리트 골조에 문제가 생겨도 요즈음은 구조보강 기술이 발달되어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비용은 발생한다. 그러나 땅에 대한 판단 실수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돈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것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계획설계는 나침반이다

 

기본중의 기본, 배치계획

계획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치계획이다. 배치계획이란 주변 지형이나 환경과 건축물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산과 하천 같은 고정된 주변 경관은 물론 햇빛과 바람 같은 변화하는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일, 도로와 출입구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일, 이웃집 등 인공 경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일이 모두 배치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요인에 대한 고민은 건축설계에서 기본중의 기본이다.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 평면의 구성에 비해 이 배치계획을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을 짓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히려 배치계획이라 할 수 있다. 배치계획이 결정되면 그 집의 좋고 나쁨은 이미 판가름 난 상태라고 볼 정도로 선조들도 터잡기와 배치를 중요시했다.

 

상가주택에서는 건물 배치계획을 마스터플랜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부지에 대한 건물의 위치 잡기 즉, 배치에서 주차장을 어느 곳으로 하고, 주출입구를 어느 곳으로 하며, 상가를 어느 방향으로 할까를 결정하는 것은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건물의 배치계획이 잘못되면 내부 평면 계획이 아무리 잘되어도 반쪽짜리 기능밖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와 주택의 출입 동선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부지의 경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향과 조망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건물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낮게 해서 편안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또한 이 단계에서 하게 된다. 외부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물론 향후 증축 계획 및 리모델링에 대한 예측과 대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개략적인 평면과 규모 결정

계획설계에서는 위와 같은 배치도의 내용들을 정리하여 반영하면서, 각 층별 평면 구상을 동시에 하게 된다. 평면은 기본설계에 가서 구체화할 것이므로 층별 용도의 결정, 개략적인 실들의 위치 선정과 면적 확인, 법규 규정과의 합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정도로 진행한다.

 

따라서 계획설계에서의 평면 계획은 내부 주요 실의 구획 정도라고 보면 된다. 배치가 바뀌면 그에 따라 평면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의 평면은 상세하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배치도와 평면도는 기본설계가 끝날 때까지 서로 피드백(Feedback)을 계속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계획설계에서는 아래에 언급하는 내용들에 대한 고려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출입구, 동선을 결정한다

상가주택을 볼 때마다 아쉬운 것이 있다. 상가 전면 폭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주택의 얼굴인 출입구를 측면이나 후면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배치하는 것이다. 죄인도 아닌데, 주인세대를 포함한 최소한 3~5세대의 주택거주자가 매일 수십 번도 더 후미진 이곳을 통해 들락거리는 것이다.

 

주택에 대한 대표적인 풍수이론인 양택삼요(陽宅三要)에서는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문(門), 주(主), 조(俎)라고 하여 출입문과 주인침실(혹은 거실), 그리고 주방으로 보았다. 그중에서도 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면 현대건축에서의 주출입구 처리방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가 전면 폭의 물리적인 길이 보다는 상가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으로 보완하면 주택의 출입구를 앞으로 옮겨올 수 있다. 이렇게 하여 3~5세대의 주택거주자들의 환경과 이미지를 개선하여 주면 이주율이 떨어지고, 공실률이 낮아지니 수익률도 올라간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가의 전면 폭이 좀 줄어드는 것에 비하여 손해가 아닌 셈이다.

 

가끔 1층을 근린생활시설로 사용승인 받은 후, 임대가 잘 안될 때 원룸으로 개조한 경우를 본다. 대개는 무면허업자들이 이렇게 많이 하는데, 이럴 경우 원룸의 출입구를 외부에서 바로 들어가게 만든다. 여성 세입자들의 경우 도로에서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방 내부가 완전히 노출되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한다.

 

당연히 공실률도 높고 이주율도 높다. 원룸의 경우라도 주현관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간 후 복도에서 개별 현관을 통하여 진입해야 거주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심이 된다. 출입방식은 평면계획 시 뿐 아니라 배치 단계에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내부와 외부, 그리고 그 경계 공간

아파트가 주거의 대명사가 된 현대에 와서 주거공간이라고 하면 당연히 내부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옥을 연상해 보면 주거공간은 내부공간 뿐 아니라 마당이라는 외부공간도 있고, 대청마루와 같은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중간적인 성격을 가진 곳도 있다. 규모가 큰 한옥은 마당도 안마당, 바깥마당, 사랑마당, 행랑마당, 뒷마당 등 다양하게 만들어지며, 각각의 위치에 맞도록 활용된다.

 

봄·가을에는 대청마루까지가 내부공간처럼 활용되고, 여름에는 마당까지가 내부공간으로 확장되어 사용한다. 20여 평의 전용면적으로도, 시야가 통째로 열리는 대청과 빗물을 직접 맞을 수 있는 마당을 가지고 있는 한옥은, 공간이 다이나믹하고 변화가 많아서 좁다는 느낌보다는 생활에 활기를 준다. 이러한 공간의 확장은 계절에 따른 인체의 활동 사이클과도 맞아떨어져서인지 요즘에는 한옥에 대한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상가주택을 설계하면서 번듯한 마당을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옥상과 발코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다양한 외부공간을 만들 수 있다. 옥상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면 텃밭이나 바비큐 파티장, 운동시설, 정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조건 다락방을 만들어 면적을 넓히는 것보다 품위 있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발코니 또한 1.5m 폭의 획일적인 활용에서 벗어나 마당처럼 활용해 보자. 1.8m 이상이면 4인용 테이블을 놓을 수 있으며 2.1m 이상이면 도시인의 로망인 바비큐 파티 등 옥외 활동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평면 계획을 들어가기 전에 내외부공간의 배분을 구상해보자.

 

 

▲광교상가주택의 4층 마당. 주방과 거실 사이에 위치한 이 마당은 4.2m×3.0m의 작은 크기지만 여름에는 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 봄가을에는 바비큐장으로, 겨울에는 눈이 쌓이는 운치 있는 외부공간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조망, 어디를 볼 것인가 

동양과 서양의 가치기준에는 차이가 많이 있다. 장단점이라기보다는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특성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건축도 예외는 아닌데, 동양건축과 서양건축은 배치 개념이나 바라보는 관점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 중 하나는, 동양건축은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건물을 지은 반면, 서양건축은 외부에서 건축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우리의 전통건축에서는 건축물의 배치와 관련하여 건물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관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안대(案對)로 삼는 안산(案山)이나 조산(朝山)의 방향, 물이 들어오는 득수(得水)와 나가는 수구(水口) 등과 연관된 풍수 가치들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커리큘럼은 서양식건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 동양의 가치관과는 많이 달라진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축을 하면서 모형을 만들고, 3D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외형을 검토하고 비례를 따지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안산을 고려하고, 주산(主山)과 조산을 따지며 건축물의 좌향(坐向)을 중요한 가치로 놓고 설계에 반영하는 경우는 많이 사라졌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내가 밖에서 우리 집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은가? 아니면 우리 집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은가? 도심지 주택이라 하더라도 설계를 할 때 한번쯤 꼭 짚어보고 넘어갈 일이다.

 

자연환경의 고려

요즈음 주택에서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나 제로에너지하우스(Zero Energy House)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버나큘러하우스(Vernacular House)라고도 불리는 토속건축이다.

 

전기와 화석연료가 없을 때부터 사람들은 추위와 더위, 그리고 물과 불, 태풍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그리고 냉난방에 드는 에너지를 극도로 절약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하고 정착한 토속건축은 자연환경의 원리에 순응하고, 그 원리를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여 건축에 응용하며, 토속 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축이다.

 

토속건축은 수많은 시간동안 이러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온 지혜의 산물로, 현대에 와서는 에너지 절감에 가장 적합한 친환경 건축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제대로 숙지된 디자인만으로도 현대의 에너지 문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이다. 전통 방식을 반영하여 설계를 하고 시공을 할 경우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60%까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창의 크기 조절, 바람의 방향 활용, 태양의 입사각 반영, 온도 차이에 의한 바람의 이동, 높이와 온도 차이에 의한 물의 이동, 지붕의 경사각, 재료, 건축물의 높이, 건축물의 형태와 색채 등에 대한 반영으로 계획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유훈조 ㈜유림피엔씨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전통건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대건축에 전통건축의 개념을 적용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상업시설, 종교건축 등 다채로운 건축물을 설계하고 있으며, 최근 많이 대두되고 있는 상가주택의 사업성과 관련된 다양한 해법에 관심을 갖고 작업 중이다.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한국환경공단 VE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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