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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활용한 창업 도시민박_case04]
DIY 구옥 리모델링한 시간여행자의 집 ‘다락(多樂)’

1960년에 지어진 구옥을 리모델링했다는 게스트하우스 ‘다락(多樂)’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40대 중반에 민박업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다락의 주인장도 그 시절의 동네 아저씨처럼, 소박하고 친근하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다락 010-4660-1420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집과 집 사이에 끼여 있는 3층 가옥. 1960년도에 지어진 형태 그대로를 살려 리모델링했다. 노출 계단도 그대로 두었다. 히로쓰가옥 정원 담장에 붙어있는 집이다.

 

 

미니어처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군산시 월명동 골목길에서 만난 게스트하우스 ‘다락’은 도심 속 협소주택을 연상케 한다. 좁고 야트막한 대문과 종종걸음으로 올라야 하는 촘촘한 계단, 낮은 천장과 작은 문, 집안 구석구석의 모습이 70~80년대로 거슬러 온 게 분명하다. 1960년에 지어진 3층 건물로, 바닥면적이 17평에 불과한 이 주택에 한 때는 8가구가 살았다고도 한다.

 

비단 다락만 그런 건 아니다. 월명동은 일제강점기의 도시계획을 엿볼 수 있는 동네로, 여전히 다닥다닥 붙어있는 2~3층짜리 협소주택들이 가득하다.

 

 ▲1층 게스트하우스의 부엌이다. 1층에 2개의 침실이 있다.

 

새 주인장 최종만(46) 씨는 군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군산 사람이다. 대학을 다니며 군산을 떠나 20여년 넘게 외지를 떠돌았다. 산업미술을 전공한 그는 도자작업에 매진하기도 했고,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영위하기도 했다. 젊어서는 산으로 가서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나이 들어서는 도시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그였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그의 결심은 ‘다락’을 통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할 일을 찾다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만한 일이 없다고 생각됐죠. 애초 이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밀 생각으로 매입해서 고쳤어요. 월명동에 와보니 어릴 적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좋았어요. 여전히 시골스럽고 사람들도 소박하고요. 바로 뒤에 월명산이 있어서 언제든 산으로 뛰어갈 수 있기도 하고요.”

 

 ▲부엌의 창도 옛 모습 그대로다. 소품을 곁들여 분위기를 살렸다.

 

 

중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호스트로 새 출발

다락의 주인장은 지난해 바닥면적 17평짜리 3층집을 6800만원에 매입했다. 먼저 주인이 매입한 가격 그대로 넘겨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의 월명동은 사정이 다르다. 군산의 근대문화자원을 찾아오는 시간 여행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집값이 뛰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는 최 씨 스스로 해결했다. 산 생활에서 배운 생활의 기술들이 요긴하게 활용됐다. 집도 지어 봤고, 전통 구들방을 만드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그다. 눈길 주는 곳마다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손길이 보통 매무새는 아님을 느낄 수 있다.

 

 1 다락의 야외 휴게실. 집을 고치다 해체된 변기를 가져다 놓고 의자로 활용한다. 손님들이 이곳에서 꼭 인증샷을 찍는다고.

2 손바닥만한 마당을 통해 1층과 2층으로 이동한다. 계단 모양은 변경하지 않고 칠과 그림으로 재미를 주었다.

 

보석공예가인 아내의 친구들도 다락의 탄생에 도움을 줬다. 10여명의 친구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그려준 그림들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집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옛 살림집과 주인장의 미적 감각이 만난 이 집은 월명동 주민들 사이에서도 명물처럼 회자되고 있다.

 

“본래 있던 부분을 살리려고 애썼어요. 그 시대의 타일도 그대로 남겨 두었고요. 우리 집에서는 지금은 생산하지 않는 곡면 타일들도 볼 수 있어요. 사람도 갑자기 둔갑할 수 없는 것처럼, 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1 2층에도 2개의 룸이 있다. 현관을 거쳐 마루에 올라 방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옛 수납장과 소품, 장식이 어우러져 있다.

2 2층 복도. 옛 방문도 깨끗하게 손질해서 그대로 사용했다. 대신 갖가지 소품으로 온기를 불어넣었다.

 

 

손수 리모델링 통해 70년대 가옥 재현

다락의 구성은 아기자기하다. 손바닥만한 마당을 거쳐 들어서는 1층 게스트하우스에는 부엌을 공유하는 침실 2개가 있다. 옛날 집처럼 마루를 딛고 올라서야 하는, 부엌보다 방이 높게 위치하는 구조다. 각 방마다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부엌 역시 70~80년대 분위기로 꾸몄다. 이제는 골동품이 되어버린 풍로가 부엌 한켠에서 운치를 돋운다. 조명 갓 하나를 고를 때도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고려한 센스가 엿보인다.

2층은 조금 다른 구조다. 노출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루와 복도가 있고 방이 양쪽에 하나씩 자리한다. 마찬가지로 각 방마다 독립된 화장실이 있다.

 

 1 부엌 찬장으로 쓰이던 공간의 타일을 그대로 살렸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곡면타일을 볼 수 있다. 2 아내의 친구들이 그려준 그림들이 집안 곳곳에서 튀어 나와 위트를 발휘한다. 3 다락에서는 방마다 독립된 화장실이 제공되고 있다. 창이 있어 쾌적하다.

 

3층에는 주인의 살림집이 있다. 히로쓰가옥의 정원과 동네 풍경이 내다보여 전망이 좋다. 밤이면 여행을 마친 손님들이 주인집으로 올라온다. 주인장은 정성껏 준비한 드립 커피를 내주기도 하며 마음이 맞으면 긴 인생이야기로 밤을 보내기도 한다.

 

“문을 연지 딱 한 달인데, 열 팀의 손님을 받았어요. 벌써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해진 손님들도 있으니, 호스트로서 자질이 있는 거지요?”

 

 1, 2 침대가 있는 침실과 그에 딸린 화장실이다. 침실과 화장실 사이에 있던 유리창을 가리기 위해 화장대를 세웠다. 화장실에서도 재밌는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는 호스트의 일상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아침이면 손님들을 이끌고 월명산 정상까지 산책에 나서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금강하구와 서천까지 내려다보이는 명산으로, 여행객이 놓치기 쉬운 곳이다. 따라나선 손님들은 현지인들이 즐겨가는 국밥집에서 조식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니 손님들도 좋아한다. 퇴실 하면서 두루마리휴지를 한 뭉텅이 사다 놓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아이 손님들은 그림책 속 집 같은 다락의 펜이 되어 돌아간다. 그도 아이들을 좋아해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오면 덩달아 흥이 난다.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세상 여행을 하며 사는 법을 깨친 다락의 주인장은 중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여행자들과 그 깨달음을 나누고 있다. 분명한 건, 다락은 머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어린시절 동네 이웃집같은 게스트하우스라는 점이다.

 

 

<이어진 기사보기>

prologue 도시민박·공유민박업 시니어세대의 연금으로 각광

case01 빈방으로 연금을 만들다  ‘김여사의 홈스테이’

case02 외국인 취향저격 신축 게스트하우스 ‘바우하우스’

case03 도시민박으로 되살아난 적산가옥  ‘소설여행’

case04 DIY 구옥 리모델링한 시간 여행자의 집  ‘다락(多樂)’

Issue 국내 첫 도시민박 마을기업  ‘펀빌리지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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