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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활용한 창업 도시민박_case03 ]
도시민박으로 되살아난 적산가옥 ‘소설여행’

오랜 시간의 켜가 쌓인 공간은 편안함을 준다. 1927년 지은 적산가옥과 근대가옥을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재생한 소설여행이 그렇다. 지친 몸을 나무기둥에 기대고 느린 사색 속으로 빠져들기 좋은 집이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소설여행 010-3924-9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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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시흥동 월명터널 입구에 위치한 소설여행 전경. 붉은 철재 대문과 어우러진 적산가옥의 풍경이 멋스럽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항구도시 군산. 일제강점기 당시 미곡을 수탈해가던 최고의 무역항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중 항구 가까이 위치한 신흥동은 군산시내 유지들이 살던 부유층 거주지역으로 근대의 풍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동네다.

 

특히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히로쓰가옥은 신흥동을 대표하는 일본식가옥(적산가옥)이다. 그 히로쓰가옥에서 몇 골목쯤 떨어진 월명터널 입구에 게스트하우스 ‘소설여행’이 자리한다.

 

소설여행은 첫 눈에도 일본식가옥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마치 히로쓰가옥처럼 나무로 마감한 지붕과 내외벽이 단정한 정원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소설여행에 자리한 두 채의 건물 가운데, 2층짜리 목조주택은 1927년 지은 적산가옥을 재생한 집이다.

 

목조주택의 1층은 서까래를 멋스럽게 드러낸 목조 카페로, 다락층은 벽을 터서 하나의 게스트룸으로 꾸몄다. 2층짜리 목조주택과 나란히 서 있는 단층 건물은 게스트하우스 전용 건물로, 슬레이트 지붕이 덮인 구옥을 매입해 적산가옥과 비슷한 분위기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1927년 지어진 적산가옥.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태어났다.

 

 

“90년 된 적산가옥을 되살리고 싶었어요”

소설여행의 주인장 허숙경(49) 씨가 이 주택을 처음 발견한 것은 2014년 말이다. 서울에서 줄곧 살아온 그녀가 연고도 없는 군산에 흠뻑 매료된 계기는 오래된 적산가옥과의 만남이었다. 90년 남짓된 히로쓰가옥의 나무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오를 때 그녀는 전율을 느꼈다고 전한다. 그 길로 적산가옥 매물을 수소문하고 나섰고, 지난해 3월 지금의 집을 만났다.

 

 

▲오래된 적산가옥의 한쪽 벽은 시멘트로 마감되어 있었다. 그대로 노출해 놓고 주인장의 작업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천장의 서까래와 나무판도 그대로 살렸다.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에요. 적산가옥이 마냥 좋아서 살아보고 싶었던 거랍니다.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 마당 가득한 쓰레기더미에 눌려 숨을 못 쉬는 느낌이었어요. 어서 이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조각을 전공한 허 씨는 예쁜 구조와 뼈대를 지닌 적산가옥들이 방치되어 있는 게 못내 안타까워, 우선 구입하고 활용 방도는 나중에 고민하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해도 좋을 거라 여겼지만, 철거공사를 마친 허 씨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주거용 방을 만들자면 단열재를 설치해야 하는데, 철거 후 드러난 서까래와 흙벽을 다시 덮어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허 씨의 오빠 부부를 설득해 구입한 옆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미기로 했다.

 

 

▲적산가옥 2층에 마련한 게스트룸. 일본식 수납공간과 창호들을 만날 수 있다.

 

적산가옥 수리는 살릴 수 있는 모든 기둥과 서까래, 고재를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었다. 고치거나 새로 추가해야 하는 부분은 조각을 전공한 허 씨가 직접 디자인하고 허 씨와 손발이 잘 맞는 목수가 손으로 제작해서 맞춰 나갔다. 철거하다가 드러난 흙벽과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의 창호 양식도 드러내 놓았다.

 

“꼬박 1년 동안 공사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살펴가며 고쳤거든요. 이 집의 예전 모습을 알았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해요.”

 

 

▲소설여행의 출입구. 데크와 정원을 분리해 동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왼쪽 2층 건물이 적산가옥이며 오른쪽 단층건물은 적산가옥 형태로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다. 나무로 덮인 지붕이 일본식 가옥의 정취를 전한다.

 

 

일본식가옥 형태로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

소설여행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는 올해 7월 초순 문을 열었다. 허 씨는 생전 해보지 않은 일이라 긴장과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걱정은 기우가 될 듯싶다. 소설여행은 여행자에게 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의 안팎을 이루는 모든 소재가 고풍스럽게 처리한 나무여서 고급스러운데다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백미다. 마당을 향해 한껏 오픈한 유리 거실도 여행자들에게 온전한 휴식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터리룸. 모두 8개의 침대가 놓여있다. 손으로 직접 짜고 칠해 고풍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침대 8개가 배치된 도미터리룸과 거실, 주방, 샤워실 2개, 화장실 2개 등으로 구성된다. 요금은 1인당 2만5000원으로, 성수기와 비수기 구별을 두지 않는다. 아침조식도 준다. 군산의 유명한 베이커리 이성당의 빵과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적산가옥 카페에서 맛보며 특별한 아침을 보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도 나무를 적극 사용했다. 가구 하나를 고를때도 어울림을 고려했다.

 

“소설여행이 나를 찾는 사색여행에 도움이 되는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라죠. 낯선 이방인을 만날 수 있는 토미토리룸이 그것을 도울 것이고, 적산가옥 카페는 여행자들의 이야기방이 될 거예요. 각자 떠나왔지만 이 집에서 만큼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네요.”

 

 

▲욕실에도 나무를 사용해 분위기를 맞췄다.

모두 8명이 사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샤워실과 화장실을 각각 2개씩 갖추고 있다.

 

허 씨 역시 자유롭게 여행을 즐겨온 여행마니아다. 아파트에 작업실을 두고 혼자서 일하다 보니 가끔씩 우울해지고 허전해지곤 했다. 그때마다 가방 하나 둘러매고 지방의 중소도시를 떠돌았다. 그녀가 여행에서 찾은 것은 다름 아닌,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었다.

 

40대의 끝자락에서 호스팅이라는 이름표를 내걸고 새 인생을 시작한 허 씨는, 자신과 같은 여행자에게 잠시라도 완벽하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일 자체에 매력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거실. 정원을 향해 한껏 열린 시선을 제공한다. 정원이 도로보다 낮게 자리하기 때문에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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