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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100세 주택 ⑦]
보여주는 집이 아니라, 편안한 집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여주기 위해 집을 짓는 풍토가 여전한 것 같다. 그러나 보여주기 위한 집에서의 삶은 탤런트의 삶처럼 고단하고 불편하다. 집은 편안할 때 가장 가치를 발하며 선택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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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영애 씨나, 전지현 씨를 보며 갖는 생각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겠다’ 이다. 고혹적인 자태와 매력적인 미소를 발사하는 CF 속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하고 피부 관리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하니, 남들 보기 좋은 삶이 정작 자신은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불편한 생활의 연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인은 그녀들에게 있다. 은퇴를 선언하면,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고 자외선 차단제 같은 것을 바르지 않고 돌아다녀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호출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까닭에, 이영애 씨나 전지현 씨는 결국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CF 광고 속의 그녀들은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두 사람을 보면 땀도 안 흘리고 개기름도 안 번질 것 같은 적당한 보습 상태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런 비현실적 아름다움은 CF 광고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미지 모델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세상에 그런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땀이 흘러 냄새가 나고, 때가 끼고 더러워진다. 땀이 흐르지 않고 때가 끼지 않으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신체대사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땀이 나고 때가 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CF 속의 그녀들을 보면, 과거 유럽의 명화 속에 등장하는 여신들 같은 모습이다. 여신들은 땀도 안 흘리고 몸에 때도 안 끼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 하면, 유럽 명화 속의 여신들은 신진대사활동을 하지 않는 신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섭취할 필요도 없고 섭취한 음식이 없으니 배설할 내용물이 없었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주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런 비현실적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 되어야 할 주택이 외형적 아름다움에만 치우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집주인의 삶은 탤런트와 비슷한 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CF 속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투자하는 이영이씨나 전지현 씨가 단 한 번이라도 마음 놓고 음식을 먹거나 살이 쳐지든 말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듯이, 근사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쓸고 닦고 치우고 다듬는 일을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도 며칠만 관심을 놓으면 얼룩덜룩 먼지가 내려앉게 마련이다. 전망 좋은 전원주택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폐가를 넘어서, 흉가처럼 보이는 상황은 한달이면 충분하다.

 

잘 아는 변호사 한 분이 강원도에 펜션을 구했다고 놀러오라고 하셔서, 몇 달 만에 용기를 내어 갔다. 처음에는 방 2, 3개짜리 단독 전원주택인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규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테이블 20개 정도가 있는 레스토랑에, 방 3개짜리 타운하우스 5동이 모여 있는 복합 단지였다. 강원도 산간이므로 땅값이 싸다고 쳐도, 건축 자재와 인부 동원에 도시에서 건축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 같았다. 어림짐작을 해보아도 수십억 원은 족히 들어갔을 것 같았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남들은 집 한 채 짓는 것도 용기를 못 내는데 “대단하시다”고 했더니, 껄껄 웃으시면서 “경매로 구했다”는 것이었다. 몇 차례 유찰된 주택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직접 찾아와봤더니 마음에 들어서 낙찰 받았다고 했다. 변호사는 그 집을 구하기 위해서 서울의 아파트는 물론이고,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다 집어넣고도 모자라서 몇 억의 부채를 지게 되었다고 했다.

 

 

 

 

 

 

 

 

 

 

 

 

 

 

 

 

 

 

 

 

 

 

 

 

 

 

 

 

 

변호사는 원래 이 집을 지은 사람은 중소기업 사장이었는데, 우연히 북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에 집을 짓게 되었다고 했다. 북유럽의 정취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도록 핀란드식 사우나와 핀란드식 벽난로, 핀란드식 침대와 침실을 꾸몄던 것이다. 그래서 건물기둥에서부터 바닥 타일, 유리 창틀, 문짝과 문고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재료를 핀란드에서 구입했다는 것이었다. 건축주는 핀란드식 숙박업소로 지어놓으면 신비감 때문에라도 숙박업소에 손님이 차고 넘칠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막상 숙박업소로 개장을 한 뒤로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주변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핀란드식 숙박업소를 운영하자니 호객이 가장 큰 문제였다. 관광객이든, 여행객이든, 강원도 산골짜기 외진 곳의 핀란드식 숙박업소를 굳이 찾아와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구경삼아서라도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던 손님들이 없어서, 결국 건축주는 버티고 버티다 물러났고 경매시장으로까지 흘러나온 것이었다.

 

변호사는 그렇게 해서 경매시장에 나온 핀란드식 숙박업소를 구입한 것이 행운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구입한 집에서 문화모임을 가져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문화모임을 갖다 보면,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면, 숙박업소 운용비용으로 충분히 관리비용을 뽑아낼 것이라는 말이었다.

 

집은 편안할 때 가장 가치가 있다

하지만 나는 변호사가 구한 핀란드 숙박업소의 운용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 주민들이 아니라면 찾아가기도 힘든 거리에 있는 핀란드식 숙박업소를 두, 세 시간 걸려서 찾아갈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문화모임을 갖기도 전에 운전 피로에 지쳐서 밥숟가락을 든 채로 졸기 시작할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1년 만에 변호사 부부를 다시 뵈었더니, 이번에는 당신이 경매매물로 내놓을 상황이라고 했다. 손님은 없는데 품위 유지를 위해 매일 쓸고 닦고 치우고 다듬자니 직원 급여로 생돈이 들어가는데다, 간단한 시설물 수리를 위해서도 핀란드에서 재료를 구입해야 하는 바람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나는 그때 이영애 씨나 전지현 씨가 가진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강원도 땅에 어울리지 않는 핀란드식 주택을 한 결 같은 모습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변호사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을 살게 되었다. 보여주기 위한 집을 선택한 결과이다. 살기 위한 집을 보여줄 목적으로 구하다보니, 숙박업소가 되고, 결국 팔게 된 것이다.

 

 

이성민

KBS 아나운서. 사랑의 가족(KBS 1TV), 생방송 토요일, 일요일 아침입니다(KBS 1라디오), 경제를 배웁시다(KBS 한민족)를 진행 중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일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백석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특히 노인문제를 포함해서, 미래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펼치고 있다. 100세 시대 다시 청춘, 대통령의 설득법,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7가지 설득력, 반기문 대망론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매일 2시간씩 걸어서 출근할 정도로 걷기를 좋아하고, 책읽기, 영화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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