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하우징
·Home > >
[화가 류제비]
정물 같은 풍경, 그곳에서의 힐링 여행

정지된 풍경, 정물화. 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장르다.

화가 류제비의 정물화는 강렬한 색채 연출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이제 그녀가 정물화의 기법으로 여행지를 그린다.

작가의 상상 속 집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에 초대한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갤러리 아인(051-747-2612)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자신만의 독특한 정물화 세계를 구축한 류제비 작가. 지난 5월24일부터 6월2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아인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맑음과 단순함 추구하는 류제비의 정물화

본명 류제비(46). 문학인 김정강 여사가 둘째 자녀인 류 작가에게만 유독 별난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릴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그림을 그리면서는 득이 되었다. 영남대에서 미술공부를 했고, 졸업 이후에도 줄곧 그림 작업에만 몰두해왔다. 서른여덟이 되어서야 같은 과 선배인 작가 장경국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지금 팔공산 자락에 부부의 화실을 짓고 있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 120X67cm Acrylic sand on canvas 2016

 

2001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서른을 갓 넘긴 어린 작가를 세상에 알린 건 정물화. 여리고 불안했던 시절, 불안해소법으로 정물화를 선택했다는 그녀다. 당시 그녀의 정물화는 강렬하면서도 단호함이 느껴지는 색채로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거창한 바깥 세상보다는 내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기쁨을 얻으려 했어요.”

 

 

▲산책의 시간 130×97cm Acrylic, sand on canvas 2012

 

당시 그녀가 정물화를 통해 추구한 것은 ‘맑음과 단순함’이다. 투명한 유리 화병에 담긴 카라와 백합 등은 말간 물속에서 푸른 줄기를 과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 맑음은 화병 너머의 공간까지도 낱낱이 드러낸다. “내 삶에서도 맑음과 단순함을 추구하던 시절이었죠. 문제를 명쾌하게 풀고 싶던 갈망이 그림에도 투영된 거예요.” 작가의 삶이 곧 작품으로 표출되던 30대다.

 

 

▲바람의 숨결 Acrylic, sand on canvas 2016

 

작가가 추구하는 맑음과 단순함을 극대화하는데는 붓 터치와 색채가 활용된다. 주로 유화를 사용하는 기존 정물화와 달리, 류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쓴다. 수채화적 요소가 많은 아크릴 물감으로 깔끔한 정물을 완성한다는 건 결코 간단치 않다. 숱한 시간 물감과 씨름하며 찾아낸 그녀만의 붓놀림이 숨어 있다. 선이 아닌 색을 돋보이게 하는 기법으로 깔끔하게 분할한 면들도, 류제비 그림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함이다.

 

 

▲별밤 40.9×27.3cm Acrylic, sand on canvas. 2015

 

 

마음 속의 집, 정물 같은 풍경으로 그려내

류제비 작가의 30대를 관통한 정물화는, 불혹의 나이 40대에 들어서면서 ‘상상 정물’로 이동한다. 지중해 풍경을 연상시키는 푸른 바다와 집이 등장하고 집 주변으로 자전거와 기타, 의자와 선인장 화분이 보인다. 실존하지 않는, 그녀의 상상 속에서 튀어 나온 풍경들이다. 한마디로, ‘조각된 풍경’이랄까. 집이 있는 풍경마저도 정물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그려냈다.

 

 

▲별이 빛나는 밤 40.9×31.8cm Acrylic sand on canvas 2016

 


▲별이 빛나는 밤 40.9×31.8cm Acrylic sand on canvas 2016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별로 떠나고 싶지 않더군요. 오히려 떠나기 전 여행지를 상상하면서 얻는 기쁨이 더 크다는 걸 알았죠. 굳이 떠나지 않아도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내면의 대화 속에서 찾은 여행지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1 별을 만나는 곳 40.9×31.8cm Acrylic sand on canvas 2016 2 길 Acrylic, sand on canvas 2016

 

그림 속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작가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한 집을 그렸기 때문이다. 집의 형태도 매우 단순하다. 사람 한명 들어가면 족할 크기의 집에 문과 지붕 외엔 이렇다할 장식이 없다. 작가는 예나 지금이나 이런 단순함이 좋다고 말한다.

 

 

▲명상 100×65cm Acrylic,sand on canvas 2015

 

앞으로도 그녀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화가가 되는 게 꿈이 아니었고, 평생 그림 그리며 살고 싶었던 게 유일한 꿈이었다는 고백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 

 

“그림은 한 사람의 세계에요. 나를 찾는 여행이자,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에 집중하는 작업이죠. 지금보다 더 깊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 대화해야죠. 그림으로 내 마음의 표현을 다 할 수 있을때까지요.”

 

지금 그녀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 보인다.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강렬한 색채가 만나 찾아가는 여행지마다 여유와 활기가 넘친다. 이 여름, 그녀의 그림 속에들어가 마음껏 힐링 여행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별을 만나는 곳 53×45.5cm Acrylic sand on canvas 2016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