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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에 부는 새 바람]
고시원말고 셰어하우스 ‘셰어 어스(Share Us)’

4~5㎡크기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시원은 청년 1인가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편견을 깨고 쾌적하고 감각적인 셰어하우스로 재탄생한 고시원이 있다. 1인가구의 편안한 보금자리이자 동네주민의 사랑방이 된 신림동 셰어어스다.

취재 지유리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선랩건축사사무소(www.facebook.com/ASUNLAB) 셰어어스(www.share-us.kr)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감각적으로 재탄생한 셰어어스 입구.

 

한 때, 길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나던 관악구 신림동. 전국각지에서 모인 고시생들로 꽉 찼던 동네가 한적해졌다. 2009년 로스쿨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다. 빠져나간 이들만큼 고시원의 빈방도 늘었다. 관악구청에 따르면 신림동 고시원의 공실률이 30%에 이른다.

 

 

▲카페처럼 꾸민 셰어어스의 라운지. 건물재생이란 콘셉트에 어울리도록 개·보수현장에서 나온 폐자재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었다. 테이블 프레임은 창틀이고 그 위에 얹어진 유리는 책상유리였다. 리폼 인테리어로 건물재생과 비용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뒀다.

 

기운이 빠진 신림동에 지난해 9월께쯤 새로운 바람이 감지됐다. 낡은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셰어하우스로 문을 연 ‘셰어어스’ 덕분이다.

선랩건축사사무소는 방치돼있던 6층짜리 고시원건물을 임차해 지난해 11월 셰어어스를 정식 개소했다. 건물 1층엔 식당 및 상가가 입주해있고 2층엔 건축주의 살림집이 있다. 3층부터 6층까지가 셰어어스의 몫이다.

 

 

▲입주민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오픈주방이다. 이곳에서 종종 함께 요리를 해먹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셰어어스 라운지 한켠에 칠판을 만들었다.

공동생활인 만큼 지켜야할 일정이나 전달사항을 기록해 둔다.

 

본래 이곳은 44개실이 있던 고시원. 고시생이 줄고 관리 및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단 4명만 살고 있던 곳을 선랩이 5년 장기임차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셰어하우스로 재단장했다.

 

44개실은 2~6명이 함께 사는 9개실로 확 줄었다. 1인이 사용하는 방의 크기는 전용 4~7㎡로 이전과 비슷하지만, 공용거실과 공용발코니 등이 마련되면서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면적은 넓어지고, 전체적인 주거환경도 훨씬 쾌적해졌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살기에 편해지니 인근 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아져 이제는 대기자 명단을 받아야할 수준이 됐다.

 

 

▲출입문에 적인 숫자는 방에 살고 있는 사람수를 나타낸다.

1A, 1B는 방 가운데 화장실을 공유하는 1+1인실이다.

 

 

 

 

고시원 44실→방 9개실+커뮤니티실 3개

셰어어스는 총 4가지 타입의 실로 구성된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1+1실’이다. 개별 출입구를 사용하는 독립방에 살면서 방 가운데 끼어있는 화장실을 공유하는 구조다. 2인실은 원룸형태로 돼있다.

 

 

▲개별출입구를 가지고 혼자서 방을 쓰는 1+1실 내부. 방 가운데 화장실은 공유하고 있어 셰어하우스의 특징도 경험할 수 있다.

 

개인공간이 별도로 없이 이층침대가 있는 침실과 책상이 있는 거실로 나뉜다. 3인실은 가운데 거실을 중심으로 방 세 개와 발코니가 있다. 6인실은 거실과 화장실, 샤워실 및 발코니 등 공유공간과 여섯 개의 방으로 이뤄진다.

 

 

▲편안한 친목모임에 어울리는 좌식 공간. 여러 가지 행사에 어울리도록 다양한 형태의 다목적실을 갖추고 있다.

 


▲주거공간이 있는 3층 복도모습.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기 위해 천장 일부를 노출형식으로 마감했다. 파티션 안쪽은 여럿이 사용하는 다목적실. 복도를 따라 1+1실, 2인실, 3인실이 있다.

 

리모델링을 거쳐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커뮤니티공간이다. 셰어어스의 출입구가 있는 3층은 전체를 라운지로 꾸몄다. 입주자가 자유롭게 사용하는 오픈주방과 카페, 독서실이 마련됐다. 선랩의 사무실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이 모든 시설을 입주자는 무료로 이용하고, 지역주민은 약간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2인실은 원룸형태로, 침실과 거실공간으로 분리돼있다. 셰어어스의 방 가운데 가장 공유생활시간이 많다.

 

 

3▲인실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가운데 거실을 중심으로 방 3개가 나눠져 있다.

 

주거공간이 있는 4~6층에는 층마다 다목적실이 있다. 다목적실은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하도록 내부를 각기 다르게 꾸몄다. 벽면을 화이트보드로 마감해 회의하기 좋은 스터디룸과 편안한 친목모임에 어울리도록 좌식으로 꾸민 회의실 등이 있다. 층마다 다양한 커뮤니티공간에서 여러 모임과 만남이 수시로 이뤄진다.

 

mini 인터뷰

김지홍 입주자

“사생활보호와 공유생활 장점 한 번에”

 

김지홍(29)씨는 지난 2월부터 셰어어스 ‘1+1실’에 살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혼자 힘으로 독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요즘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내 방을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있단다.

 

Q. 입주하게 된 계기

A. 대학교 졸업 전까지 파주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선랩에 취직하면서 독립을 해야 했다. 원룸을 알아보니 1000만원이 넘는 보증금을 마련해야 돼 부담이 되더라. 셰어어스는 보증금이 없어 스스로 독립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Q. 공유생활의 어려움은 없나

A. 화장실을 공유하는 ‘1+1실’에 살고 있다. 공간 일부를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지만, 사생활이 충분히 보장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다.

 

라운지에 내려오면 항상 이웃들을 만날 수 있어 혼자 살면서 겪는 외로움이나 고민도 금방 해소된다. 입주자활동에 대한 의무가 없어 오히려 더욱 공유생활을 편하게 하고 있다.

 

mini 인터뷰

현승헌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

“함께 사는 ‘공간’에 대한 고민 풀어낼 것”

 

그동안 공공과 민간협동조합이 선보인 공유주택은 입주자간 커뮤니티활동에 방점을 찍은 사례가 많았다. 셰어어스는 그보다 함께 사는 1인가구를 위한 공간을 짓는데 중점을 두었다. 건물 곳곳에서 선랩건축사사무소의 현승헌(36) 대표의 고민이 엿보인다.

 

Q. 셰어어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

A. 예전부터 1인가구의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2~30대 1인가구가 주로 원룸에 사는데, 원룸도 형태로 보면 공동주택이다. 다만 일상을 공유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공간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일상이 변화하는지 실험해보고자 했다. 공유주거에 적합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다.

 

Q. 입주자간 커뮤니티 의무사항이 없는데

A. 입주자들은 셰어어스에 들어오면서 처음 만난 이들이다. 갑자기 모르던 이들과 친해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커뮤니티활동을 강제하면, 그것이 셰어어스에 들어오는데 진입장벽이 될 테다. 공간을 공유하다보면 강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고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역할은 입주자가 모이는 공간을 제공하고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마련하는 일까지다. 지금까지 다양한 모임이 자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Q. 고시원 셰어하우스에 대한 아쉬운 점

A. 주택법상 고시원은 준주택시설에 속한다. 이에 따른 법적인 제약이 있다. 예컨대, 방 내부에 취사시설을 만들 수 없다. 리모델링할 때 설비공사를 마쳤지만 법규 탓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6층의 6인실의 경우 3층 오픈주방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겪는다. 고시원형 셰어하우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법적 제약이 개선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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