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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 맨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만들어 낸 작지만 멋진 내 집

도심에 위치한 소형 맨션을 일컫는 ‘콤팩트 맨션’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당초 작은 규모의 주택으로만 인식되었던 콤팩트 맨션은 좁지만 3~4인 가족까지 살 수 있을 만큼 평면의 진화가 이루어졌고, 도심에 살 수 있다는 이점에 비해 가격부담도 적다. 최근에는 도심에서 콤팩트 맨션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지주공동개발 형태도 새로운 투자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사진 최승철(프리랜서)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서울에도 혼자 가서 먹을 수 있는 고기집이 생겼다. 혼자 식당에 가서 음식 먹기가 뻘쭘하다는 이들도 크게 줄었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1인용 반찬이나 식재료가 제법 많이 등장한 것도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많아야 2~3인이 사는 소규모 가구가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어쩌면 세계적인 트렌드인 것 같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던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흔했던 것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족 위주로 가구를 꾸려 왔던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가족의 분화와 소가족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의는 아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개인의 의식이, 사회의 트렌드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는 게 가장 확실한 대답 아닐까. 조금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여성의 사회진출, 이혼율 증가, 직업 유형의 다양화, 개인생활 중심의 가치관 확산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전통적이고 전형적 가족 유형이 대세를 이루는 사회가 아닌 것이다.

 

일찌감치 독립한 젊은이 1인 가구, 결혼이 아니라 동거를 하고 있는 2인 가구, 맞벌이 신혼부부, 딩크족, 한부모 가구, 자식들을 모두 분가시킨 실버 가구 등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에선 우리나라보다 좀 덜 일찍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급효과를 미쳤고 주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 콤팩트 맨션은 일본의 주택건설사들이 이런 사회적인 변화에 대응해 만들어 낸 신상품이었다.

 

 

 

 

다시 이는 콤팩트 맨션 붐

일본에서 콤팩트 맨션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이다. 몇몇 주택건설회사들이 도시의 1~2인 가구를 타겟으로 한 주택의 하나로 ‘콤팩트 맨션’이라는 고급진 이름을 붙인 도심형 소형 맨션을 내놨는데 이 상품이 그리 어렵지 않게 시장에 안착했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에게 ‘작은 집’은 그리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던 게 큰 몫을 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축소지향의 일본인’들에게 콤팩트 맨션은 사실 그리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던 것이다. 작은 공간엔 익숙했지만 낡고 좁은 임대주택은 싫어했던 젊은이들의 성향을 읽어냈던 게 주효했다. 작지만 보다 고급스럽고 편리한 맨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당시 주택건설사들의 콤팩트 맨션 론칭 컨셉트는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도 멋스러운 디자인과 감각적인 브랜드를 도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작으면 불편하다’는 고정 관념을 깬 파격적인 디자인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콤팩트 맨션은 면적 30㎡~50㎡ 정도의 작은 규모의 주택이다. 이른바 ‘아파토’라 불리우는 전통적 임대주택보다는 크고 패밀리용으로 공급되는 일반 맨션보다는 작았다. 평면은 원룸에 1LDK 또는 2LDK가 일반적이다.

 

입지는 대부분 도시의 목 좋은 곳을 골랐다. 1~2인 가구들이 주거를 결정할 때 가장 우선적인 조건이 교통과 생활편의였기 때문이다. 전철 등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이 콤팩트 맨션의 최적지인 셈이다. 안전성과 디자인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썼다.

 

건설사들의 분발에 힘입어 2003년과 2004년은 콤팩트 맨션의 전성기가 되었다. 공급량만 연간 1만호를 넘을 정도로 절정을 이뤘다. 새로운 장르의 분양 맨션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전성기가 그리 오래 이어지진 못했다. 2004년 이후 도쿄의 땅값이 떨어지면서 타워형 맨션 공급이 급증한 것이다. 대규모 용지 매입이 상대적으로 쉬워지자 주요 주택건설사들은 대형 맨션 건설에 집중했다. 그 탓에 그 후 몇 년 동안 콤팩트 맨션 공급은 크게 위축되었다.

 

그러다 2007년 다시 도쿄 땅값이 오르면서 콤팩트 맨션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땅값이 오르면서 고층 맨션을 지을 만한 대규모 용지의 취득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건설사들은 다시 꾸준히 증가하는 1~2인 가구의 수요층을 위한 콤팩트 맨션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콤팩트 맨션에 대한 제2의 붐이 일었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임대주택에 사느니 콤팩트 맨션을 분양받는 게 유리하다는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도쿄의 30~50㎡ 규모 콤팩트 맨션 분양가는 대략 3300만~4000만엔 선(약 4억5000만~5억4500만원)이다. 임대형인 경우 월 임대료는 14만~16만엔(190만~210만원)인데 임대보다는 분양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3300만엔짜리 집을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아 살 경우 매달 내는 상환금액은 10만엔 정도이다. 월세를 내는 것보다는 집을 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한 것이다. 일본 정부도 집을 살 때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 주택건설사 담당자는 “일본은 은행 대출이자가 낮기 때문에 직장이 있고 월 임대료가 15만엔을 넘는 집에 살고 있다면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콤팩트 맨션을 사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사실 좁은 만큼 가격 부담이 작다는 것이 콤팩트 맨션의 매력이다. 가격대가 조금씩 오르는 추세지만 아직도 3000만~4000만 엔 사이에서 분양받을 수 있다. 젊은 맞벌이 부부라면 낡고 좁아터진 임대 아파토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의 주택단지에서 벗어나 도심에 내 집을 장만하는 데 도전해 볼 수 있는 가격대인 것이다.

 

3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좁지만 쾌적한 집

일본의 콤팩트 맨션은 지금도 여러 모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본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으며 그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해지고 있다. 그 덕에 지금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해의 경우 수도권 신축 맨션 4만여 가구 가운데 15%가 콤팩트 맨션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콤팩트 맨션이 공급되면서 수요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독 가구나 2인 가구를 위한 편리한 원룸 정도였던 종전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 3인 거주도 가능해지면서 최근에는 1~3인 가족 가구 전체를 흡수하는 유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좁아도 자녀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부부나 출산 계획이 있는 가족까지 잠재 수요로 가세한 것이다.

 

분양 실적도 놀랍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의 콤팩트 맨션들 대부분이 발매 즉시 완판 기록을 세우는 히트 상품이 되었다.

 

이처럼 콤팩트 맨션이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중견 주택건설사들의 시장 창출을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작지만 안전하고 편리할 뿐 아니라 아이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마케팅이 주효했다. 굳이 비싸고 큰 집이 아니더라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그에 걸맞는 상품을 내놓았다.

 

좁아도 3인 가족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콤팩트 맨션은 평면의 변화로 가능해졌다. 그 결과 40㎡의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갖출 건 다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 독립 공간인 방이 2개이다. 예전엔 원룸 형태의 독신자 전용 주택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3인 가족의 최저 공간이 60㎡라는 업계 정설이 깨진 것이다.

 

공간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혁명적인 발상은 ‘과감한 생략’에 있다. 생략은 일본인들의 특기인데 불필요한 공간은 삭제하고 필요한 공간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넓고 다양한 수납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40㎡의 공간에 방을 두 개 넣겠다는 생각은 집이 좁더라도 내 방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현대 가족의 심리를 정확히 읽은 데서 나온 것이었다. 방의 크기보다는 방의 숫자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핵심은 거실과 자녀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다. 필요에 따라 벽을 움직이게 했다. 자녀 공간과 거실 공간의 자유로운 조절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자녀가 독립할 경우 넓은 거실로 되돌릴 수 있는 설계이기도 하다.

 

좁은 공간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mm 단위까지 낭비하지 않는 효율 극대화에 사활을 걸었다. 적재적소의 다양한 수납공간과 욕실 내 건조기 등은 대부분의 콤팩트 맨션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청소 서비스와 웹 사이트를 통한 생활지원 서비스 및 첨단 시스템 등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쾌적성 확보를 위해 환기와 소음 방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단독 가구에서 생략된 자주 사용되지 않는 공간들은 주민 공동 공간으로 확보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도심에 살고 싶고 방마저 갖고 싶다면 평수는 양보할 수밖에 없다. 책은 도서관에서, 냉장고는 편의점에 기대면 된다는 실리 강조도 포인트다.실제로 주택건설사의 잠재 고객 관련 마케팅을 보면 소구 대상은 청년 시절부터 도심 생활에 익숙한 현역 커플이 주력이다. 도시 생활의 쾌적성과 최적화를 알기에 자녀 출산 이후에도 계속해 도심에 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부심까지 건설 반경 확대

가장 기본적인 입지는 여전히 변함없이 대부분 대도시 도심의 편의성이 좋은 곳이다. 이것은 기본이다. 수요층의 특성상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완비된 도심이 콤팩트 맨션 최고의 입지다. 구체적으로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까지 5분 이내여야 하고 카페 및 상점가 이용도 편리한 곳이라야 한다. 콤팩트 맨션 분양 광고의 가장 크고 굵은 글씨로 쓰이는 문구가 바로 ‘도심에서의 편리한 생활 보장’이다.

 

요즘은 입지적 다양성도 눈에 뜨인다. 기본적으로 도심의 핵심 권역 위주로 지어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부심의 환승 역세권까지로 건설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상업시설만 완비되어 있고 도심과의 연결성만 좋다면 굳이 도심이 아니라도 수요는 있다는 게 주택건설사들의 생각이다.

 

다만 역세권이어야 한다는 것은 필수이다. ‘역에서 5분 거리’는 콤팩트 맨션 입지의 기본 가운데 기본이다. 한 동에 거주하는 가구수는 통상 50~60 가구 정도이다. 주차공간은 가구 수에 비해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상이나 지하에 가구 수대로 주차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대신 자전거를 놓아둘 수 있는 주륜장은 가구 수대로 확보하고 있다.

 

자가용 차량 소유자들이 주된 수요층이 아니기 때문에 주차장 부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다만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일본인들의 생활 특성상 자전거를 위한 충분한 공간 확보는 필수라는 것이다.

 

일반 패밀리 맨션과는 차별되는 특별한 서비스의 제공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추세다. 특히 중요시 되는 것이 생활 안전의 확보이다.

 

입주자들이 독신 가구나 2~3인 가구가 대부분이고 건물 자체의 규모 역시 작기 때문에 대규모의 패밀리 맨션 등 보다 안전 확보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첨단 경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채용되어 있고 각 주택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자동 제어 시스템들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컴팩트 맨션을 브랜드화하여 최초로 공급한 건설사는 도큐 부동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쯔이 부동산 레지덴샬㈜, 코스모스 이니시아㈜ 개발회사 등이 콤팩트 맨션 건설의 강자다. 이들 회사는 저마다 특징적인 콤팩트 맨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쓰이부동산 레지덴셜이 도쿄에 공급한 ‘파크 럭스 오차노미즈’는 싱글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주택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욕실에 빨래 건조기를 기본 설치했고, 개인물품 보관용 트렁크 룸을 따로 두었다. 24시간 경비회사와 연결되는 것도 강점이다.

 

전용면적 23~55㎡로 분양가격은 3760만~3950만엔이다.’INITIA iO 분쿄 나카자카’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평면으로 계획되어 외관 형태가 아름다운 건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조망과 채광도 뛰어나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가변적인 평면과 수납공간, 친환경적인 급탕기, 변기, 조명, 복층유리 등의 설비를 적용했다. 관리인이 시간제로 근무하며 쓰레기 처리 및 기타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콤팩트 맨션 인기 지속될 듯

일본 주택건설업계는 콤팩트 맨션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본다. 느닷없이 선호도가 높아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대 도심부를 중심으로 확산된 협소 주택 붐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이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데 이미 익숙해져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건설사들의 입장에선 용지 확보가 가장 큰 과제이다. 도심의 목 좋은 부지를 구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심이라면 땅값도 문제가 된다. 건설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용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래 된 주택가의 낡은 집들이 대안이 되기도 한다. 그 집들을 사들이거나 지주와 공동개발해 콤팩트 맨션으로 탈바꿈시킨 사례가 꽤 많다. 지주공동개발은 특히 도심 부근에 자가를 가지고 있는 실버세대들에겐 추천할만한 투자방식의 하나로도 부상중이다.

 

콤팩트 맨션 붐은 매우 일본적이다. 축소지향의 작은 것을 아름답게 여기는 일본인들에겐 낯설지 않을 뿐더러 합리적인 주거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설사들은 그런 핵심을 잘 짚어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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