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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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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기대는 홀가분한 삶]
컨테이너 하우스에 산다

60여년 도시생활을 영위하던 부부가 파주의 한 전원단지에 집을 지었다.

알록달록한 컬러가 눈부신 이 집은 보기 드문 컨테이너 하우스다.

셀프 정원까지 더해져 부부의 집은 생기가 넘친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마을 안쪽에서 바라본 컨테이너 하우스. 각각의 컬러가 하나의 컨테이너다. 총 4개의 컨테이너를 연결해서 만들었다.

 

 

파주 헤이리마을 인근에 자리한 통일동산 주택단지. 이곳에 가면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이층집이 있다. 빨강, 파랑, 노랑이 조합된 컬러풀한 외관부터 관심을 끄는데다, 잘 가꿔진 너른 정원마저 볼거리가 풍성해서 길손들을 붙잡는다. 바로 김부권(64)·양홍자(60) 부부의 집이다.

 


▲집을 짓기 전에 정원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부부에게 정원을 가꾸는 일은 즐거움을 주는 일상이자 단조롭기 쉬운 노후에 활기를 불어넣는 윤활제다.

 

올해 결혼 35년차에 접어든 부부는 줄곧 서울에서 살며 장성한 두 아들을 모두 출가시켰고 손주들도 보았다. 언젠가는 마당있는 집에 살고 싶다던 아내의 바람을 잊지 않은 남편은, 지난해 “아이 둘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아내에게 이 집을 지어 헌사했다.

 

 

▲파주 통일동산에 등장한 컨테이너 하우스. 큰 도로변에서 강렬한 컬러와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띄기 때문에 궁금증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잖다.

 

 

컨테이너하우스, 과정은 어려웠지만 만족도 높아

매끈한 철제 외관을 보면 얼추 짐작되듯, 부부의 집은 컨테이너 하우스다. 컨테이너 박스 2개를 가로로 맞붙여 만든 1층에는 정원을 향해 거실과 주방을 넓게 배치했다. 2층에는 컨테이너 박스 2개를 ㄱ자로 연결해서 2개의 방과 가족실, 걸어 나갈 수 있는 테라스까지 두었다. 집 규모가 적잖은 이 이층집을 컨테이너로 지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대다수 사람들이 놀란다고 한다.

 

 

 

 “컨테이너 하우스는 건축과정이 간편하잖아요. 모양도 간결하고, 시간도 절약되고, 경비도 적게 들고요. 기둥이 없으니까 훗날 공간에 변화를 주기도 쉽고요. 여러 모로 매력이 있죠. 외국에는 컨테이너 주택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내 나이에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집을 짓는 게 모험이긴 한데, 그래도 평범하지 않은 집을 짓고 싶어서 도전했지요.”

 

과감하게 도전은 했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남편은 말한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편차가 심한 건축비였다. 수도권 일대에 분포되어 있는 컨테이너 회사와 전시장 십수 곳을 찾아갔지만, 어느 한곳도 투명하게 납득할만한 견적을 내주는 곳이 없었다.

 

“건물구조가 목조냐 콘크리트냐에 따라 골조공사비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컨테이너는 업체에서 부르는 게 값이에요. 평균적으로 3.3㎡ 기준으로 350만원에서 400만원을 불러요. 그런데 우리 집을 지어보니 그 가격의 3분의 2 비용이면 충분히 성능 좋은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을 수 있더군요.”

 

 

1 컨테이너 하우스의 내부.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주방의 모습이다. 컨테이너 하우스는 내부 구조 변경이 손쉽다. 2 1층에서 마당의 풍경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구조다. 단열성능이 좋은 PVC 4중창을 적용해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집을 만들었다. 3컨테이너 하우스도 2층으로 건축할 수 있다. 실내 계단실의 모습.

 

남편은 건축사사무소에서 먼저 설계를 진행한 다음 설계도에 따라 견적을 받아 공장에서 골조를 제작했다. 특히 단열에 취약한 컨테이너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이중 단열과 기밀한 창호 시공이 그것이다. 우레탄에폭시로 컨테이너 내부를 보온병처럼 감싼 다음 난연스티로폼을 덮고 그 위에 합판과 석고보드를 덧대어 틈새 없는 실내를 만들었다. 로이유리에 PVC 사중창을 적용한 창틀은 폭이 무려 242mm에 달한다. 최소 30년은 끄덕없이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는 각오가 반영된 결과다.

 

“파주의 겨울이 유독 추워요. 그런데도 지난 겨울 두 달간 도시가스비로 33만원이 나왔어요. 이 집 실평수가 131㎡인데 이 정도면 단열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죠.”

 

남편은 얼마 전 ‘컨테이너하우스 컨설팅’이라고 적은 작은 간판을 마당 입구에 달았다. “나처럼 지금 당장 간절하게 컨테이너하우스를 짓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제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고 싶어서 걸어 놓았어요. 그렇지만 그저 호기심에 노크하는 분은 사절합니다.”

 

 

▲김부권 씨의 컨테이너 하우스는 일반 컨테이너 보다 두께가 두꺼운 철판을 적용해 내구성이 높다.

 

 

집 짓기 전부터 가꾼 풍성한 정원이 묘미

부부가 컨테이너하우스에 이사 온 지는 6개월 남짓 되었지만, 정원은 집이 들어서기 전부터 가꾸기 시작했다. 올해 5월, 딱 1주년을 맞이한 정원은 부부의 일터이자 자랑거리다.

“우리 마당에는 꽃이 참 잘 피어요. 비결이요? 꽃이나 사람이나 정성으로 키우는 거죠.”

 

아내에게 마당에 심은 식물들을 읊어 달라 하니, 순식간에 100여 가지 이름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선 허브 종류만 20가지, 다육이가 15가지, 매발톱만도 4가지를 두루 심었다. 초화류들은 계절마다 꽃이 이어지게끔 심어, 지금은 노랑 매발톱이 향을 피우고 있다. 분홍빛깔 꽃을 탐스럽게 매단 금낭화는 귀한 종이라 더 자주 눈길이 간단다.

 

 

 

나무들의 리스트도 화려하다. 백일홍, 돌단풍, 동백나무, 엄나무, 두릅나무, 더덕나무, 조팝나무를 비롯해 매실과 앵두나무 같은 과실수도 있다. 그밖에도 천리향, 엉겅퀴, 옥잠화, 원추리, 은방울, 금낭화, 네잎클로버, 백합, 맥문동, 제라늄, 인동초 등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식재를 엿볼 수 있다.

 

평창동 마당 너른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내는 마당에 대한 추억이 유독 깊다.

“마당을 보면 친정아버지 생각이 나요. 나무와 꽃을 좋아해서 늘 마당에서 사셨거든요. 그런 기억 때문에 이 집이 더 편안하고 좋은가 봐요. 다만 친구들이랑 번개팅 같은 건 못하죠(웃음). 아침 저녁으로 풀을 뽑아야 하니까.”

 

마당 관리는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일거리다. 잔디도 직접 심고, 관리도 남의 힘을 빌지 않고 제 손으로 한다. 텃밭도 아기자기하게 일궈 두었다. 수박 모종 2개, 토마도 5개, 파프리카 3가지, 방풍나물, 오이, 깻잎, 고추, 머위, 부추, 상추, 취나물, 땅콩, 파, 쑥갓 까지 총 15가지 먹거리가 텃밭에서 자라고 있다.

 

 

▲이층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저 하늘로 새들이 떼 지어 날아간다.

 

 

직접 만들고 직접 수확하는 생활의 즐거움

평생 살아온 서울을 훌쩍 떠나 파주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부부의 일상은 모든 면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남편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느끼지 못하던 여유로움에 빠져 있다. 집 옆으로 우람한 산이 있는데, 아침이면 기러기 떼가 산을 넘어 이동하는 모습이 장관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다. 마당을 가꾸고 텃밭을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는 순간에도 바람이 드나드는 그늘이 있어 또 여유롭다.

 

 

1 햇살 좋은 날에는 야외에서 점심을 즐긴다. 직접 뜯어온 쑥으로 아내가 차려낸 식탁. 2 손재주가 좋은 아내는 저녁 시간마다 인형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3 반려묘를 돌보는 남편을 위해 고양이 인형도 직접 만든다. 모두 자투리 헝겊이나 낡은 옷가지를 재활용해서 지은 것이다.

 

아내는 먹거리의 변화가 반갑다. 집 밖으로 조금만 나서면 공수해올 수 있는 자연의 반찬들이 널려 있다. 쑥 한 바구니를 뜯어다가 밀가루에 살짝 버무려 튀겨낸 쑥 튀김은 남편이 가장 맛나게 먹는 음식이다.

 

반려묘를 키우는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남편은 유독 고양이를 좋아해서 8년 전 만난 길고양이들을 지금껏 키우고 있다. 그런 신랑을 위해 아내는 고양이 인형을 즐겨 만든다. 남은 옷가지와 양말, 헝겊을 엮어서 갖가지 표정의 고양이를 완성해낸다. 손바느질 솜씨가 좋은 아내는 고즈넉한 저녁시간을 이용해 취미생활을 맘껏 즐기고 있다.

 

 

▲아내의 50년 지기 친구가 놀러 와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파주 통일동산은 서울이나 분당 등 서울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쉬워 도심형 전원주택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도시를 좋아하는 남편은 종종 자유로를 내달려 서울로 나간다. 전원생활이라지만 언제든 친구를 만나러 나설 수 있는 지역이라 부담이 없다. 아내도 한달에 한번씩 50년 지기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로 나선다. 광역버스가 집 근처까지 오니 친구들이 놀러오기에도 괜찮다. 부부는 파주 통일동산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한 결정이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선택인 듯싶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PLAN

위치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개발진흥지구, 제2종 지구단위계획구역 

건물용도 단독주택(1가구) 대지면적 420.6㎡ 건축면적 88.07㎡ 연면적 131.87㎡ 

건폐율 20.94% 용적률 31.35% 구조 경량철골조+평스래브 최고높이 6.0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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