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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 주택규제완화 방향

주택시장에 규제완화 기대감이 한층 무르익고 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 후보자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를 화두로 던지면서 이 기회에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와 거래를 옥죄는 각종 규제를 손보지 않겠냐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임대차시장 선진화 정책 발표 이후 냉랭해진 주택시장에는 벌써부터 온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졌다.

취재 류찬희(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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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LTV는 2002년 국민의 정부 시절 도입됐고 DTI는 2005년 참여정부 때부터 들여왔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오르고 주택 투기가 만연하던 시절에 도입된 금융분야의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억제책이다. 은행돈을 빌려 너도나도 주택 투기 대열에 끼여드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 직접적인 규제였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고 주택거래가 끊기면서 금융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최 후보자가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후보자의 한 마디는 그동안 LTV, DTI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던 금융당국도 움직이게 했다. 금감위나 금감원 수장이 최 후보자의 발언에 보조를 함께 하기 시작했다. 주택정책의 한 축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LTV는 금융권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이다. 은행이 집의 담보가치를 따져 안전하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출을 해주려는 취지이다. 담보대출 비율이 50%라면 시세가 5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최대 2억5000만원 이내에서 대출해주는 제도이다.

 

현재 한도는 수도권 50%, 지방은 60%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사실 LTV를 50% 적용한다면 금융권으로는 대출금 회수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금융권은 시세의 80%선까지 대출해줘 한참 집값이 오를 때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은행돈으로 집을 살 수 있었다. 결국 이런 금융 시스템이 투기를 부추긴다며 대출 비율을 묶어버렸던 것이다.

 

문제는 집값이 많이 떨어져 LTV비율 한도를 지키지 못할 경우다. 금융권은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거나 한도를 넘는 비율만큼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LTV 적용을 받지 않는 저축은행이나 보험 등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상황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제는 은행이 안전한 채권 확보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책임지고 대출해주면 되는데 정부가 LTV적용을 일률적으로 강제, 주택금융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주택구매 능력은 떨어지지만 충분히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는 정도의 주택구매 수요자들까지 진입을 막아 거래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수도권과 지역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가격 변동성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담보대출 비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일률적으로 운용하는 바람에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DTI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8000만원이고 DTI가 50%로 규정되어 있다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대출을 규제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 역시 큰 자금이 없어도 은행돈으로 집을 구입, 시세차익을 노리려는 투기를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5년 도입 이후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 등)에서 40%, 투기지역 외 서울지역은 50%, 수도권 및 지방은 60%로 규제됐다. 투기지역이 폐지되면서 지금은 서울 50%, 지방 60%로 정해졌다.

 

이 제도는 당장 드러나는 소득이 낮을수록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LTV보다 불만이 더 크다. 특히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DTI를 획일적으로 50~60%로 묶어두면 거래 욕구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매월 수입이 일정치 않고 현금흐름이 없는 자영업자나 노년층, 향후 소득증가가 보장된 젊은 층 가운데 은행돈을 지렛대 삼아 집을 사고 싶어도 이 제도에 걸려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게 사실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소득을 낮게 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득증명이 필요한 DTI를 이용한 대출을 꺼리고 있다. 이런 모순은 은행도 잘 알고 있지만 비탄력적인 엄격한 규제에 묶여 추가 대출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금융관련 부처도 완화 뜻 비쳐

관련 부처와 금융권은 부처별로 부동산 가격 급등을 가져오지 않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범위에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본격적인 논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관련 부처는 최 후보자의 발언에 화답, 발빠르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에 종료되는 20∼30대 청년층 DTI 규제완화 조치를 1년간 추가로 연장할 방침이다. 청년층 대출 규제완화는 직업을 갖고 있는 40세 미만 대출자의 DTI를 산정할 때 지금의 수입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앞으로 10년간의 연평균 소득을 추정해 소득 산정에 반영하는 한시적인 조치인데 이를 내년 9월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소득을 따져 소득 대비 대출 비율을 올려줌으로써 젊은 층들의 주택구입 욕구를 높여주자는 취지이다.

 

직장인의 소득 인정액이 늘어나면 대출 한도는 그만큼 올라간다. 당장 소득은 낮지만 향후 승진 등으로 소득이 늘어날 확률까지 고려한 것이다. 국세통계연보의 ‘연령대별 근로자 급여증가율’을 토대로 계산하면 20~30대 직장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5~25% 늘어나는 셈이다. 예상 소득을 반영하는 대출은 만기 10년 이상의 비거치식 분할 상환 방식에만 적용된다.

 

소득이 없지만 자산이 많은 은퇴자 등의 순자산(자산-부채)을 소득으로 환산해 인정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비대상자의 금융소득을 근로·사업소득에 합산하는 것도 1년간 더 연장할 계획이다.

6억원 미만 주택구입시 적용하던 것을 6억원 이상 주택구입용 대출에 대해서도 DTI 가산·감면항목 적용을 내년까지 추가로 허용할 예정이다. 고정금리·분할상환·비거치식 대출의 경우 각각 DTI에 5% 포인트를 가산해주고 신용등급에 따른 5%포인트 가감 등을 하는 내용이다. 이런 대출 요건을 갖추면 서울에서 6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도 DTI가 현행 50%에서 최고 65%까지 높아진다.

 

이밖에도 LTV 규제도 손을 댄다는 방침이다. 현재 지역별·금융권역별로 달리 적용되고 있는 LTV 규제도 손을 댄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 50%, 저축은행·여신전문기관 60%, 상호금융 70%다. 그러나 같은 은행이더라도 서울(50%)과 지방(60%)은 LTV 적용비율이 다르다.

우선 지역별 차등적용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지역 LTV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역별 차별도 개선된다. 이에 따라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의 소액보증금 차감 규정이 완화된다. 은행·보험회사는 올해 1월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에서 차감하는 소액 보증금 적용대상 방수를 종전 ‘1개 이상’에서 ‘1개’로 변경했고, 저축은행도 5월20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에서 돈을 빌릴 때도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처럼 주택담보대출시 공동주택의 소액보증금 제외 방수를 1개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서울 지역 LTV를 50%에서 지방처럼 60%로만 올려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집값 거품이 빠져 더이상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대출금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돈을 빌린 경우는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의 가계대출을 금리조건이 좋은 1금융권으로 옮겨갈 수 있어 이자부담을 더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다주택자 차별, 청약제도 등도 손질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도 손을 본다. 무주택자 중심의 주택정책에서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불이익을 겪고 있는 규제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만들어진 무주택자 우선혜택 정책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주택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수요는 현저하게 감소한 상황에서 굳이 다주택자와의 차별을 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부과를 어떻게 손댈 지가 관심이다. 참여정부시절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리는 종합부동산세 체계도 검토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현재 1주택 보유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2주택 이상 보유자는 6억원 이상에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집값이 싼 아파트를 두채 이상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부세를 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따라서 종부세 부과대상 다주택자 기준을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아예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따라서 현재 1주택자와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차등적용하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논의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1주택 이하의 경우 10년을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2주택 이상 보유자는 30%만 공제받을 수 있다.

 

주택 청약제도도 대폭 손질된다. 무주택자 우선 청약기회를 주기 위해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점수를 많이 주는 것을 줄이고 구간도 축소한다는 것이다.

 

국회에 게류 중인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도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만 상한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야당의원들도 개인적으로는 주택법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다만 당론이라는 명분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 역시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주택거래를 옥죄는 규제를 완화하면 우선 돈이 돈다. 각종 규제에 묶여 주택구매 욕구가 감소했고, 거래가 줄면서 부동산 시장의 자금도 경색됐다. 거래 감소는 연관 산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LTV, DTI, 종부세 등의 규제를 풀면 주택거래가 늘어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물론 침체된 내수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당장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에 적극 달려든다. 경기가 불확실하다보니 확보한 땅도 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사업을 벌이면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 소비도 덩달아 증가한다.

국토연구원은 DTI가 10%포인트 완화되면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첫해 0.01%, 둘째해 0.09%, 셋째해 0.20% 상승한다고 보고 있다. 주택거래량은 3년 안에 7%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욕구를 지닌 수요자들이 실제 구매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충분한 영향을 준다. 심리적으로도 구매욕구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규제완화 수준 놓고 논란 예상

하지만 논란도 뜨겁다. LTV, DTI 규제완화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주택시장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지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집값이 껑충껑충 뛰던 시절에는 LTV와 DTI 규제를 일부만 손질해도 시장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일부 금융규제 완화만으로 침체된 시장을 하루 아침에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LTV와 DTI 완화와 함께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야 거래량이 증가한다. 주택거래가 감소한 것은 단지 대출제한뿐만 아니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LTV, DTI의 전면적인 규제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만 지역별로 차등화돼 있는 규제는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금융권도 LTV와 DTI를 대폭 완화하는 데는 반대한다. 

 

따라서 새 경제팀이 추진하는 규제완화 정책은 만만치 않은 거부감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국가경제의 큰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금융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규제를 쉽게 풀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정치적인 반대 또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결국 새 경제팀이 규제를 완화해도 대폭적인 손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TV, DTI의 큰 틀을 유지하되 지역적·금융권역별 차등을 줄이거나 통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입 당시와 현재의 시장상황이 크게 바뀐 만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수준에서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

 

임대시장의 불확실성도 함께 개선돼야 LTV, DTL 규제완화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의 주택거래량 감소는 ‘2·26대책’에 따른 부작용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는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지만 사회적 합의 등 세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 반발을 줄이기 위해 다주책자들을 제도권 임대사업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이 기회에 주택시장 전반에 걸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할 때 비로소 시장은 반응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청약제도를 포함한 공급규제도 개선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탈출구도 마련해주고 규제완화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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