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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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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여성을 위한 비밀스러운 집

천장이며 바닥에서 뭔가가 툭툭 튀어 나온다. 57.60㎡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지만 그네에 해먹, 디스코 볼까지 갖췄다. 건축가라는 공간 마법사가 보여주는 요술 같은 집이다.

장영남(인테리어 칼럼니스트)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천장에서 피크닉 벤치 세트를 내려 순식간에 다이닝 룸을 만들 수 있다.

 

건축가들은 진정 공간의 마법사다. 가구가 평범한 천장에서 내려오고 벽에서 튀어 나오게 하는 마술은 예사다. 문 하나를 여닫음으로 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쇼를 보이기도 하는데, 거주자는 마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여러 개의 문을 차례로 열 때마다 벌어졌던 기상천외한 일들을 직접 경험하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게 된다. 겉으로는 가구 한 점 보이지 않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이 집. 건축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사가 연발되는 요술 같은 집이다.

 

 

 

 

▲ 천장에서 해먹과 팬을 내려 바캉스 못지않은 휴식을 집에서도 취할 수 있다.

 

 

12가지 레이아웃 중 그 첫 번째며 계단을 중심으로 1층 공간이 하나로 통합되는 레이아웃을 제공한다.

 

 

▲ 매자닌층에는 침실과 오픈타입의 욕조를 배치했다.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에 침실이 오른쪽에 욕조가 위치해있다. 지붕에는 천창이 나있어 채광이 풍부한 편이다.

 

가구, 그네, 해먹, 디스코 볼까지 툭툭 튀어나오는 집

이 집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 한 명이 산다. 기이한 이 집에서 그녀의 하루는 이렇다. 경사진 지붕 아래 매자닌 층에 아늑히 자리 잡은 침실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다. 천창을 열어 맑은 공기를 마신 다음 침실 바로 옆 바닥에 비밀스럽게 난 도어를 열어젖혀서 차를 마신다. 그러고는 계단을 내려간다.

 

주방 옆, 분명히 주방의 키큰장처럼 보였던 문을 여니 샤워기가 있는 욕실이 나타난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반대 방향의 커다란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이동한다. 이번에는 분명 아무 것도 없던 하얀 벽이었던 곳이 그녀의 터치 한번으로 옷장으로 변신한다. 마음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고는 하루를 시작한다.

 

스터디에 이어 설거지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그녀가 어느새 해먹 위에서 선풍기 바람을 받으며 느긋한 여유를 부리고 있다. 그것도 좀 전의 워크 인 클로젯(walk-in closet)으로 사용됐던 공간에서 말이다. 자리를 턴 그녀가 벽에 난 핸들을 돌리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책장이 내려왔고, 책을 꺼내 보며 스터디를 마저 마친다.

 

 

▲ 붙박이 주방가구의 일부분이 테이블로 변신했다. 물론 평소에는 가구의 바디(측판)로 존재한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사방이 개방된 욕조에서 거품목욕으로 피로를 푼다. 샤워부스와 욕조를 1층과 2층으로 분리한 기묘한 구조다. 전신욕과 메이크업에 필요한 용품들을 다도 세트처럼 바닥에 난 도어를 열어서 쓴다. 특히 메이크업 도구가 보관된 비밀스러운 수납공간은 우리나라 경대처럼 도어 안쪽에 거울을 부착한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 욕실용품들이 보관된 바닥 매입형 수납공간.

 

오늘은 친구가 오기로 했나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번에는 해먹 대신 그네를 내려 탄 그녀가 연신 입구를 바라본다. 친구가 왔다. 주방으로 들어간 그녀들. 벽에서 테이블을 꺼내 작업대를 만들고 요리를 준비한다. 책장이나 해먹, 그네를 이용했던 방식처럼 벽에 난 핸들을 돌려서 천장에 있던 2인용 피크닉 테이블도 아래로 내린다. 촛불에 와인까지 근사한 저녁을 마친 그녀들이 이동한 곳은 워크 인 클로젯의 그 곳.

그렇지만 이번에는 해먹도 그네도 아닌 디스코 볼이 천장에서 나와 있다. 한바탕 몸을 흔든다. 천장과 벽, 바닥에서 뭔가가 계속 툭툭 튀어나온다. 신기하고 재미난 집이다.

 

 

 

비밀은 도르래와 바닥 수납공간, 대형 슬라이딩 도어

건축가는 도르래 원리, 그리고 벽이 아닌 바닥층에 수납공간을 내면서 그 가리개를 바닥소재와 일체시킨 도어 시리즈, 움직이는 대형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요술 수준의 재치를 발현해냈다. 매자닌 층은 이러한 기획을 실체화하는 데 있어 매우 주요한 기능을 담당했다.

 

 

1 워크 인 클로젯과 계단공간을 완전히 차단한 1층의 모습이다. 주방 및 다이닝룸, 샤워실만을 쓸 수 있는 레이아웃이다.

2 계단을 중심으로 통합되는 대형 슬라이딩 도어는 모두 12가지 옵션으로 공간을 나눈다.

 

매자닌 층에 도르래 원리로 오르내릴 수 있는 6개 아이템(책장, 피크닉 벤치 세트, 그네, 해먹, 팬, 디스코 볼)을 매입하고, 겉으로 바닥처럼 보이는 6개의 수납공간(옷장 세트, 다실, 화장대, 욕조 수납장 세트)을 내장했다.

또한 공간의 유연한 활용은 가이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대형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가능하도록 했는데, 모두 12가지의 옵션으로 분리가 가능하다.

 

 

 천장에서 책장을 내려 책을 꺼내고 있다.

 

공간의 중심부인 계단에서 통합되는 이 슬라이딩 도어는 손님을 위한 엑스트라 룸을 추가하거나 리빙룸으로부터 주방을 분리하거나 혹은 파티를 위해 공간전체를 오픈하거나 하는 등 상황에 따라 집안구조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이중으로 경사진 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 빛이 1층으로도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슬라이딩 도어 소재는 투명한 것을 선택했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이 집의 면적은 57.60㎡에 불과하다. 클라이언트는 기존 구조를 현대화하면서 다양한 기능이 갖춰진 집을 요청했다. 매자닌 층과 중앙에서 1~2층을 잇는 계단을 갖는 기존 구조에 매입과 내장, 무빙 시스템 등을 대입함으로써 공간 레이아웃을 요술처럼 순간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한 발상은 면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2000년 설립된 elii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도시개발, 개인 및 공동주택, 산업건물 등 다양한 공간을 설계해왔다. FAD상, COAM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한국건축가협회와 세계건축가협회에서 주최한 전시회에서 2012년 100명의 건축가로도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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