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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라벨라와 알함브라]
인간이 만든 위대한 자연의 두 공간

자연을 알면 삶의 시간과 공간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을 아는 일은 어렵다. 자연은 시간과 공간 모두이다. 태양과 달, 바다와 산, 강과 바람 모두가 깊게 연관되는 자연을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름다운 정원은 사람도 자연의 깊은 아름다움을 알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정원은 삶의 빛나는 한때를 알게 하는 인간이 만든 자연이다. 이솔라벨라와 알함브라는 삶의 시간과 공간을 알려주는 인공의 자연이다.

글·사진 김석철(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석좌교수·명예건축대학장,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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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정원건축인 이솔라벨라의 모습

 

유럽문명의 정원, 이솔라벨라

유럽 최고의 정원이 이탈리아에 많은 것은 이탈리아가 자치정부인 소왕국으로 나뉘어 영주와 귀족들이 경쟁적으로 특별한 별장과 정원을 지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같은 중앙집권 국가에서 귀족은 왕의 견제를 받아 그들만을 위한 궁전과 정원을 왕궁보다 좋게 짓기 어려웠다. 왕궁과 정원은 전략적, 정치적, 군사적인 목적의 궁이지만 이탈리아의 팔라초는 귀족과 부유한 상인 모두가 자신의 궁전으로 지은 것이다.

 

이탈리안 빌라는 거주하는 집이 아니라 사람을 초대하는 공간이다. 이탈리안 빌라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빌라 로툰다고 이탈리아 정원의 정수는 이솔라벨라다. 빌라 로툰다는 역사적 건축이지만, 보통사람들이 감동할만한 특별한 곳은 아니다.

 

 

1 이솔라벨라. 하나하나의 조각상들이 매우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2 이솔라벨라에선 정교하게 연출된 인공화된 자연을 볼 수 있다.

3 지중해의 성채와 같은 모습의 이솔라벨라

 

유럽 귀족 모두가 가고 싶어 하던 특별한 집과 정원이 이솔라벨라다. 밀라노 북부 마지오레의 이솔라벨라는 보로미오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지은 호수 위의 인공정원이다. 데스테 가문이 사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자 마지오레 호수 옆 코모호반에 빌라 데스테를 지은 일은 유럽왕가에 큰 화제였다. 

 

이솔라벨라에는 팔라초와 테라스가든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폴레옹이 조세핀과 함께 머물던 유명한 곳이다. 이솔라벨라가 더 뜻이 있는 것은 이솔라벨라를 보고 반한 많은 귀족과 부자들이 주변에 아름다운 빌라와 팔라초와 호텔을 지어 이솔라벨라 주변을 이솔라벨라의 세계로 만든 일이다.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수십, 수백의 아름다운 집과 정원을 만들게 한 것이다. 인공정원 이솔라벨라가 있어서 마지오레가 세계적 명소가 된 것이다.

 

이슬람문명의 정원, 알함브라

더 큰 세상을 알려면 시간을 초월한 역사를 알고 공간을 초월한 지리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를 통해 역사와 지리를 나름대로 짐작한다. 교과서가 잘못되면 잘못된 세상을 알게 된다.

우리 교과서는 그리스, 로마와 기독교중심의 역사와 지리에 편중되어 있다. 인류역사에는 그리스, 로마 이전에 더 크고 다양한 문명이 있었고 서양세계에는 기독교문명 못지않은 다른 문명이 있었다. 서유럽의 기독교문명과 불교와 유교의 동양문명과 같이 중요한 문명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문명이 이슬람문명이다. 우리는 이슬람문명에 대해 모르고 있고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 이슬람문명의 정원 알함브라의 모습

 

서양에서 벗어나 우리 것을 찾고자 하기에 앞서 서양문명 못지않은 이슬람문명까지 제대로 알고 난 후에 우리의 것을 찾는 것이 순서다. 우리가 이슬람문명의 정수인 코란을 다 알 수는 없어도 이슬람문명의 상형문자를 통해서 이슬람문명의 정수에 접근할 수 있다. 위대한 건축에서는 문명이 상형문자로 남아있다. 그것이 위대한 건축을 찾아가는 이유다.

 

 

▲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형태의 알함브라의 정원

 

이슬람문명을 우리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슬람사원이 아니라 이슬람의 정원이다. 이슬람세계에서 현세는 원래의 세계로 가는 여정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슬람 문명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이슬람의 정원이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뜻있는 것이 자연과 기하학의 합일이라고 생각했다. 신의 피조물인 자연 속에 인간의 공간인 기하학을 더한 공간이 이슬람의 정원이다.

 

 

▲ 자연과 일채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_알함브라 궁전의 외부 조경

 

이슬람 정원은 유럽의 정원같이 정원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는 공간과 혼연일체가 되어있는 공간이다. 알함브라는 이슬람정원의 정수이다. 이슬람건축과 정원 가운데 알함브라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없다.

 

성벽과 육중한 탑으로 둘러싸인 장엄한 요새인 알함브라는 붉은 궁전이라는 뜻이다. 알함브라에는 반복되어 나타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정경들이 자연과 인공의 세계를 넘나든다.

 

하얀 대리석에 알라의 이름과 코란의 구절이 새겨져 있고 타일을 바른 기단, 아치형 창문, 둥근 천장, 원주기둥이 동굴속의 종유석처럼 조화롭게 결합되어 있다. 자재로는 벽돌과 석고, 갈색타일만 사용되었지만, 그 화려함과 우아함은 견줄 곳이 없다.

 

 

▲ 인간과 대지, 그리고 하늘이 합일된 모습이다. 알함브라

 

알함브라 외곽의 헤네랄리페궁은 알함브라의 여름궁전이다. 테라스정원, 분수, 수조와 야자수, 무화과나무, 장미나무가 서로 뒤엉킨 여름궁전에 서 있으면 마치 에덴동산에 온 것 같다. 벽돌로 쌓은 성벽, 둥근 아치, 모자이크, 프레스코화, 원주기둥, 별들로 이루어진 알함브라의 구석구석에 하나하나가 모두 신비로운 은밀한 장소들이 있다.

 

무어인들에게 승리를 거둔 합스부르크 황제 카를5세는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페드로 마추카에게 명해 알함브라 안에 르네상스식 궁전을 짓도록 했는데, 알함브라의 옛 궁전보다 크고 화려하나 오히려 알함브라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를 알게 할 뿐이다. 기독교문명은 지배자의 공간을 만들었으나 이슬람문명은 깨달음의 공간을 만들었다.

 

바로크정원인 이솔라벨라가 인간이 만든 자연이라면 알함브라의 정원은 집과 방과 담 사이에 최소한의 자연을 개입시켜 자연의 원리, 현존성, 살아있음을 많은 사람이 알게 한다. 이솔라벨라가 인간이 만든 자연의 화려함을 뽐내는 것이라면 알함브라의 정원은 자연의 신비와 생명을 알게 하는 깨달음의 공간이다.

이슬람문명을 전투적인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왜곡된 교육 때문이다. 위대한 정원을 보는 것은 현재와 영원 사이의 깨달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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