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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수주,]
파이낸싱이 필요하다

오일머니에 힘입어 도약하던 해외건설이 저유가 여파로 위기에 봉착했다. 글로벌 건설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가격 경쟁력 중심으로 입찰에 뛰어드는 단순 도급방식 사업은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는 해외건설사업에서 사업비를 조달하는 파이낸싱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윤도진(비즈니스워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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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남동쪽으로 167km 떨어진 히말라야산맥 중턱 산간지역 굴푸르(Gulpur). 이곳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이 발전용량 102MW, 우리나라 화천댐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이 댐은 대림산업과 남동발전이 지분도 투자했다. 2019년 완공 후 34년간 운영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이다.

 

 

▲굴푸르 위치 및 발전소 조감도

 

 

우리 기업들이 총 사업비 3억67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공사를 이 낮선 땅에서 수주한 데는 금융의 힘이 있었다. 대림산업은 2012년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뒤 프로젝트 파이낸싱 작업에만 2년 넘게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월드뱅크(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수출입은행(K-EXIM), 영국개발은행(CDC), 네덜란드개발금융공사(FMO) 등을 대주단에 끌어들여 사업을 본격화 할 수 있었다.

 

금융동반 방식 사업비중 점점 늘어

‘뉴 노멀(New Normal)’이라 불리는 저성장 국면은 건설시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자원 개발이나 인프라 건설 등이 시급한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건설 사업 수요는 여전히 적지 않다. 다만 이런 나라들은 재정이 부족해 정부가 곧바로 공사비를 내줄 여력이 없다. 최근 해외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데 ‘파이낸싱’이 핵심이 된 배경이다.

 

파이낸싱은 투자개발형 사업에서 특히 중요하다. 개인이 집을 살 때도 대출이 필요하듯 사업비가 수억~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사업을 건설사의 자기 자금으로만 벌일 수는 없다. 지정학적·정치적 불안이 내재된 개발도상국의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나눠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파키스탄 굴푸르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도급사업에서도 건설사에게 금융을 맡기는 방식이 늘었다. 이른바 ‘시공자 금융제공(주선)형’ 사업이다. 쉽게 말해 건설사가 직접 사업비를 대출받아 쓰고 나중에 발주처와 정산하는 구조다. 공사 재원이 발주처 예산이더라도 일부 사업비를 건설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키거나 보증을 받는 방식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글로벌 건설시장의 트렌드가 금융을 빼놓을 수 없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파이낸싱 역량은 아직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 선진 건설사뿐 아니라 막대한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건설사에도 밀리는 형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실적에서 투자개발형의 비중은 평균 3%, 시공자 금융제공 방식 도급사업도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최근까지 동남아, 중동 등지의 수주전에서 경쟁사보다 조달 금리가 높아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란·AIIB 뚫을 금융지원책 필요

특히 앞으로 우리가 선점해야 할 신시장으로 꼽는 이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시장에서는 금융조달 역량이 더욱 절실하다.

 

이란의 경우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서 빠져나온 이후 국가재건을 위한 인프라 및 산업설비(플랜트)사업 수요가 많지만 재정은 특히 열악한 상황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건설) 사업 대상인 중국 주변국들도 교통인프라 건설 수요에 비해 재정은 취약하다.

 

박기풍 해외건설협회장은 “저유가로 글로벌 건설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사업의 타당성을 분석해 프로젝트의 기본 구도와 재무모델을 만들고 여기에 금융기관들을 사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참여시키는 파이낸싱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활용한 파이낸싱을 통해 개발 수요가 풍부한 국가들에서 투자개발형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2014년 기준 17억7590만 달러로 일본 98억8730만 달러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재원이 적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또 ODA 집행 통로인 수출입은행의 대외협력기금(EDCF)의 금리 경쟁력도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점 등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가 해외건설의 금융지원을 위해 조성한 글로벌인프라펀드(GIF),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 등이 있지만 이 역시 자금규모가 각각 3500억원, 20억 달러로 크지 않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정도로는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끌고가긴 어렵고, 월드뱅크 등 다자간개발은행(MDB) 등을 파이낸싱에 참여시키는 마중물 역할 정도만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해외건설 금융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의 파이를 키우는 것은 물론, 사업성이 확인된 사업이라면 EDCF나 관련 펀드를 경쟁력 있는 금리와 조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우·한화

사우디에 분당 2배 신도시 건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분당신도시 2배 면적의 대형 신도시를 건설한다. 10만가구, 총 인구 60만명을 수용하고 사업비는 21조~23조원으로 예상되는 규모다. 국내 해외건설수주 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 될 전망이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은 지난 3월24일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서 마제드 알-호가일(Majed Al-Hogail)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 장관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우디에 향후 10년간 1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가 발주한 이 사업은 수도 리야드 공항 동쪽 14km 떨어진 곳에 분당신도시(19.6㎢) 2배 규모인 38㎢ 면적의 ‘다흐야 알푸르산(Dahiyat Alfursan) 신도시’를 건설하는 공사다. 이 도시는 향후 10년간 10만가구 주택과 신도시 기반시설을 갖춰 약 6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최첨단 신도시로 조성된다.

 

전체 사업비 규모는 약 180억~200억달러(한화 약 21조~23조원)로 추정돼 국내 해외건설 사상 최대규모 수주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종전 최대 수주 실적은 2011년 수주한 186억달러(운영비 포함)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이 갖고 있다.

 

사업계약은 도급시공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은 대우건설과 한화건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건설사인 SAPAC(Saudi Pan Kingdom for Trading, Ind. & Contracting) 컨소시엄이 맡는데, 아직 사업 지분율 구성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업은 작년 즉위한 살만 빈 압둘라지즈 사우디 국왕의 핵심 공약사업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가 직접 재원을 조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약 3000만명으로 수도 리야드에 6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등 대도시 집중률이 높다. 그러나 주택보유율은 60% 정도로 낮아 주택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초 사우디 정부는 향후 7년간 약 4000억달러(약 464조원)를 투자해 15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대우건설은 작년 국내 최대 주택공급 건설사로 해외에서는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알제리 부그줄 신도시 등의 사업을 벌였다. 한화건설은 101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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