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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100세 주택 ④]
주거공간에 따라 인간관계가 바뀐다

주거지를 선택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할 때다. 50대 이후에 주거지를 선택할 때는

이웃과 나의 성향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 속에 머물러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로빈슨 크루소’를 연상시키는 무인도 생존기이다. 온 세상이 기쁨으로 들떠 있는 크리스마스 이브. 국제 화물배송업체 직원 톰 행크스는 여자친구 헬렌 헌트와 로맨틱한 데이트를 채 끝내지도 못한 채 화물운송 비행기를 타게 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악화된 날씨로 인해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하고, 톰 행크스는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아남게 된다.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섬에서 톰 행크스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펼쳐나간다. 아름다운 해변과, 무성한 나무, 높은 암벽, 그리고 지천에 널려있는 온갖 열매들과 해산물. 톰 행크스가 혼자 사는 섬은 세상 어떤 관광지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섬은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다. 천국처럼 아름다운 섬 생활이 지옥 생활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곁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톰 행크스에게 섬 생활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톰 행크스는 낙담하지 않는다. 섬 생활에 적응하며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배구공에게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붙이고 대화를 나누며 톰 행크스는 외로운 섬의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배구공이 말을 알아들을 턱은 없지만 톰 행크스는 그렇게라도 혼잣말을 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를 4년. 고립된 섬에서 1500일을 견뎌낸 톰 행크스는 마침내 섬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루미늄 판자 하나를 이용해서 뗏목을 만들고, 거친 파도를 향해 돌진한다. 톰 행크스가 낙원 같이 아름다운 섬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견딜 수 없는 고독 때문이었다. 톰 행크스는 인간이라고는 자기 혼자뿐인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목숨까지 내건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속에 머물러야 한다

노후 생활을 준비하며 주거공간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암시하는 바가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은 사람들 속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사람과 어울릴 때에 비로소 사람처럼 살 수 있고,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였던 섬이 톰 행크스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진 것은 그 속에 사람이 없었던 까닭이다. 치열한 경쟁관계 속에서 사람에 시달리면서, 사람 때문에 못살겠다는 소리를 수없이 질렀을 톰 행크스였겠지만, 막상 혼자 지내게 되면서부터는 그런 사람들조차 간절히 그리워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고립무원 절해고도에서 혼자 지내게 되면 자신을 괴롭혔던 악마 같은 사람들조차 천사처럼 그리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교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교포들은 처음 이민을 가면, 너나할 것 없이 한인타인을 중심으로 돈벌이를 시작한다고 한다. 영어가 능숙하고, 유학생이나 주재원으로 미국 생활을 했어도, 한인 타운을 중심으로 이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예외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학생이나 직장인의 신분으로 미국생활을 한 것과, 방패막이 하나 없는 생활인으로 미국생활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 까닭이다.

 

그래서 풋내기 이민자들은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이민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미국풍파에 닳을 대로 닳아버린 교포 선배들을 상대하는 일이라고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있고, 죽고 싶을 만큼 쓰라린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도 겪는다. 그렇게 물고 물리는 격렬한 전투를 벌이면서, 교포들은 미국생활에 점점 적응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렵게 생활터전을 닦은 교포들에게는 또 다시 예외 없는 일이 하나 벌어진다. 미국 생활에 자리가 잡히면 한인타운을 떠나서 얼른 미국인 상류층이 사는 부촌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꼴도 보기 싫어서, 미국사람들만 사는 고급 주택가에 수십만, 수백만 달러짜리 고급 주택을 구입하고는, 술래를 피해 숨은 어린아이처럼 머리카락 보일세라 한인타운 근처에는 얼굴도 내비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사는 일이 힘들었으면 그런 일이 벌어질까 안타까움이 절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또 하나의 반전이 있다. 미국 사람들 속으로 숨었던 교포들에게 예외 없는 일이 하나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모천회귀 본능을 가진 연어처럼, 한인타운으로 귀향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5년, 길어봤자 10년, 교포들은 결국 다시 한인타운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유는 하나, 외로움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도 미국 사람들이 한인교포들을 이웃사촌으로 맞아들이는 일은 흔치 않다. 자녀교육이 끝난 교포들은 더 이상 사친회 같은 친교모임에도 참석할 수가 없다. 따라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미국 부촌에 사는 교포들은 식당이나 상점에나 가야 비로소 미국인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이 싫어서 한인타운을 떠났던 교포들이 다시 한인타운을 찾아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서 살 수가 없다.

 

주거지에도 격이 있어, 이웃 성향과 맞아야 한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나, 미국 교포들의 한인타운 귀환은 노후 주거지 선택을 위한 적절한 사례이다. 100세 시대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마당이므로, 이제는 주거지를 선정하는 기준이 바꿔져야 할 것 같다.

 

30대에는 일터, 40대에는 자녀교육이 우선 조건이었다면, 50대 이후에는 인간관계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경치 좋다고 주거지를 선택하다보면, 하루 종일 사람 꼴 못 보는 심심산천에 혼자 떨어져 사는 수가 있다. 그런 경우는 말이 좋아 귀향이지, 출가나 다름이 상황이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생이 좋다는 말은 공연히 생겨난 소리가 아니다.

 

은퇴를 전제로 주거지를 정한다면, 주거지 인근 이웃들의 성향을 잘 따져봐야 한다. 사람에게 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에 격이 있기 때문이다. 주거지의 격에 맞지 않는 사람이 되면 이사를 간 것이 아니라 도 닦으러 입산한 상황이나 다름없다. 스님도 아닌데 굳이 주택을 사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사 가는 것은 누군가의 이웃이 되려는 것이다.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사를 가겠다는 것은 만용이다. 아니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조화롭게 살고 있는 이웃들 사이에서 잘못 끼어 짐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50대 이후에 주거지를 선택할 때에는 이주 후의 인간관계를 반드시 고민해봐야 한다. 나이든 미국인들이 개를 끌고 산책하는 것은 개라도 있어야 이웃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민 KBS 아나운서. 사랑의 가족(KBS 1TV), 생방송 토요일, 일요일 아침입니다(KBS 1라디오), 경제를 배웁시다(KBS 한민족)를 진행 중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일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백석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특히 노인문제를 포함해서, 미래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펼치고 있다. 100세 시대 다시 청춘, 대통령의 설득법,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7가지 설득력, 반기문 대망론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매일 2시간씩 걸어서 출근할 정도로 걷기를 좋아하고, 책읽기, 영화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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