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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림 작가]
드로잉으로 잇는 감성도시

도시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도시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80년생 젊은 작가 이예림.

오로지 선과 색으로 정제를 거친 듯 완성해낸 그녀의 감성도시를 만나보자.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더스트릿 갤러리 02-2005-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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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부터 3월 15일까지 GS타워 더스트릿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 이예림 작가

 

 

사람들과 호흡하는 그림이고 싶다

이예림(36) 작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GS강남타워 더스트릿 갤러리.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초대형 빌딩 안에 이 작가의 그림 34점이 내걸렸다. 다채로운 컬러 캔버스에 등장한 건축물들은 빌딩을 오가는 넥타이부대를 비롯해, 불특정한 사람들과 엎치락뒤치락 어깨를 견주며 활기를 뿜어내고 있다.

 

 

▲도심발견NY 336×162.2㎝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3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명화가 계속 명화일 수 있는 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보면서 다시 생명을 얻어서라고요. 제 그림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요. 그래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빌딩의 로비와 통로에 흔쾌히 그림을 걸었어요.”

 

2012년,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고 작가의 길로 접어든 그녀는 다소 출발이 늦은 만큼 절실함이 크다. 홍익대 회화과와 홍익대대학원 시각디자인과에서 수학한 재원이었으나, 졸업 후 작가의 길이 아닌 직장생활을 선택했다.

 

 

▲도심발견NY 45.5×37.9㎝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2

 

어릴때부터 누구보다 그림을 좋아했을 뿐 아니라 예술중·고를 거쳐 예술대학에 입학했으니 그녀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그저 밥 먹는 일처럼 당연한 행위였다. 스스로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건 그림 그리는 행위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몸담고 나서야 비로소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꾸게 된 이 작가는 2008년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머무는 몇 달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미술관을 드나들었다. 뉴욕의 미술관들은 경쟁하듯 굉장한 작품들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영감을 준 것은 뉴욕의 오래된 빌딩숲이었다.

 

 

▲도심발견NY 45.5×37.9㎝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2

 

“도시와 건물을 만든 건 사람들이지만 정작 도시를 지키는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건물이더군요. 햇살이 가득 비치는 아름다운 도서관, 백 년도 더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 저녁노을이 질 무렵의 아련한 도시의 얼굴은 매일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도시는 마치 거대한 미술관 같았고 나는 그런 도시를 그리기 시작했어요.(작가노트에서)”

 

 

▲도심발견NY 162×130㎝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3

 

 

건축물에 생명과 의미 부여하는 작업, 그 자체로 즐겁다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그녀의 관심은 계속 도시의 건물에 머무르게 되었다. 을지로 작업실로의 출퇴근길에 만난 오래된 도심의 풍경들은, “그리고 싶다”는 욕구를 부채질하기에 충분했다. 첫 작품은 옛 건물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무채색의 드로잉으로 시작됐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작업하는 펜을 이용한 드로잉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선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좋아했어요. 몇 해 전 ‘작가의 작업 이력’을 온전히 보여주는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수십권의 무지노트를 모두 공개했거든요. 그때 저도 깜짝 놀랐죠. 온통 선으로 표현한 그림과 시도들이 노트에 가득하더군요.”

 

 

▲원서동 45.5×37.9㎝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3

 

지금의 그림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걸 관객은 물론 작가 스스로도 깨달은 기회였다. 그러나 국내 화단에서는 드로잉을 그림으로 쳐 주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이 작가는 컬러를 사용하고 볼륨감 있는 선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실을 이용해 한 땀 한 땀 옷을 짠 듯한 느낌으로 완성해낸 그림에서는, 끝까지 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캔버스에는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선 뉴욕과 상해, 서울의 오래된 건물들이 속속 안착됐다. 건물은 선적인 요소를 극대화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이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도 그녀에게 가장 편안한 대상이기도 했다.

 

▲사간동-앞과 뒤 60.6×60.6㎝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3

 

My little Shanhai 60.6×60.6㎝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5

 

 

“친정 엄마는 자연에 있을 때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해요. 80년생인 저는 도시에 있을때 가장 편안함을 느껴요.”

도시는 그녀에게 추억의 장소다. 어린 시절 가락동 훼미리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친구들과 단지를 돌아다니며 뛰어놀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작가는 이제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몇 년간 태국에서 살게 된다. 남편이 집을 구할 때 가장 우선 순위로 꼽았던 조건이 ‘아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동네’였다고 한다. 그렇게 구한 태국의 살림집은 복잡한 구도심의 한가운데 자리하는데, 아내인 작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예림 작가가 태국의 도시에서 얻을 영감과 후속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건축물에 의미와 생명을 부여하는 이 작업이 무척 즐거워요. 나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그들이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건물이 아닌 다양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생기 있는 도시의 얼굴로 기억되기를 희망합니다.”

 

 

혜화동 72.7×60.6㎝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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