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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구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
‘전세보증금 투자풀’ 도입

정부가 임차가구의 목돈을 직접 운용하고자 나선다. 전세의 월세전환이라는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발생한 임차가구의 목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궁극적으로는 월세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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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제도는 우리나라 고유의 임대차 계약방식이다. 볼리비아 지역에 ‘Anticretico(안티끄레띠꼬)’라고 불리는 전세계약이 있지만 전체 가구의 5%내외만 안티끄레띠꼬 계약을 맺은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그 규모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세가구는 많다. 2014년 기준으로 전세가구는 353만 가구이다. 전체 1800만 가구 중 19.6%에 이르며, 임차가구 783만 가구 중 4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고 주택가격에 대한 상승기대가 많이 약해지면서 전세가구가 월세가구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 이자수익 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월세전환율이 5~7% 수준이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 보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서 임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저금리 시장상황에서 임대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월세로 전환된 전세가구는 매월 부담해야 하는 월세지출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2014년 기준으로 소득대비 임대료 비중이 전세는 10.1%, 보증부월세는 14.0%, 월세는 18.3%로 전세보다는 월세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높다.

 

임차인은 주거비부담이 적은 전세거주를 원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차입금이 없는 임대인은 월세전환을 요구한다. 빚이 있는 전세가구라면 돌려받은 일부 보증금으로 빚을 갚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전세가구 입장에서 보면 임대인으로부터 반환받은 전세보증금을 운영할 수 있는 마땅한 운영처를 찾기 어렵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업무계획 자료에 따르면 임차인은 반환받은 전세보증금을 단기자금이나 예금 위주로 운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자금운용의 수익성 및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즉 임대차 계약의 변동 가능성, 계약 만료 이후 주거 변화의 예측 등이 어려워 단기자금으로 운용하거나 추후 내 집 마련의 기초자금이 될 전세보증금의 원금손실 우려 등으로 수익성과 관계없이 예금 등 안전자산 중심으로 예치하고 있다고 한다.

 

전세보증금 투자풀, 임차가구의 목돈 운용 돕는다

전세보증금 투자풀은 전세의 월세전환이라는 주택시장의 구조변화로 인해 의도치 않게 발생한 임차가구의 목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월세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기본적인 발상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구가 돌려받게 되는 전세보증금으로 투자풀을 조성해 뉴스테이 사업, 도시·주택 기반시설, 채권, 펀드 등 다양한 하위 투자펀드에 자금을 배분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돈을 맡긴 전세가구에게 수익금으로 배당금을 주기적으로 지급하고, 위탁받은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저리의 월세 자금을 빌려줄 예정이라고 한다.

 

저금리 추세와 집값 안정 등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전세가 빠른 속도로 월세로 전환되면서 임차가구들은 적게는 월 수십만에서 많게는 100만 원 이상 월세를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세금(이자소득세)을 제외한 정기예금 실질금리는 1% 수준에 불과하고 특별히 돈을 굴릴 데도 없는 상황에서 임차가구가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소득이 크게 변화지 않은 상황에서 매월 월세를 추가적으로 더 내야하는 중·서민층의 소비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주된 요인이 되는 상황에서 전세보증금 투자풀은 정부의 계획대로만 잘 운용될 수 있다면 시기적절하고 유효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제안한 전세보증금 투자풀 조성방안은 임차인이 투자한 전세보증금의 안전성을 유지하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으로 수익률을 높이고 임차인의 월세 납부를 위해 저리로 자금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이를 위해 ①전세보증금 원본은 예금 수준으로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하고, ②단기에서 장기로, 다양한 자산으로의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며, ③운용수익 배당과 함께 월세 저리대출을 통해 월세납부를 지원한다.

 

이 때 자금 조성은 전세→보증부 월세·월세 전환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반환받은 전세보증금을 위탁받아 투자풀을 조성한다.

 

투자풀 운용의 장점은 ①운용규모 대형화에 따른 자금운용의 효율성 제고(규모의 경제), ②투자대상 자산간·기간간 리스크 분산 등으로 인해 개인의 직접 운용 또는 소규모 자금 운용에 비해 수익성·안정성 제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운용 구조는 투자풀(母펀드)은 유동성 자산, 채권, 펀드, 구조화 채권 등과 같이 다양한 하위펀드(子펀드)에 자금을 적절히 배분하여 운용수익을 제고하는 fund of funds 구조로 설계하고, 투자풀 운용수익은 월세 납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임차가구에게 주기적으로 배당한다.

 

이 때 임차인이 위탁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저리 월세대출도 지원한다. 필요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않은 채 전세보증금 인상분만 월세로 추가 납부하는 전세→준전세 전환 임차인에 대한 저리 월세대출 지원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또한 뉴스테이 등 임대사업, 도시·주택기반시설 조성에 일정비율 이상 투자하여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저금리 시대, 보증금(종잣돈) 운용할 수 있는 대안

임차인에게 중요한 자산인 전세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한다. 전세보증금 투자풀 운용에 따른 손실 발생에 대비하여, 임차인이 위탁한 전세보증금 원본 보호 장치를 마련한다. 투자풀 및 하위펀드 운용자가 투자풀 운용규모의 일정비율을 시딩(seeding) 투자하여 일정수준까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 운용자의 손실 흡수범위를 초과하는 손실에 대하여도 공공법인 등을 활용한 손실 완충장치 마련을 검토한다.

 

저금리시대에 정부가 보증금이라고 하는 종잣돈을 운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에 있다.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바뀌면서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직은 낯선 전세보증금 투자풀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투자풀이 연간 4~5%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은 많지 않다. 어떻게 안정적이면서도 기대하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다.

 

또한 자산적 여유가 있는 계층의 투자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투자풀을 구성할 때, 그 대상을 정함에 있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월세시장의 계약 구조에 대한 파악이 좀 더 필요하다. 전세의 월세전환은 전세보증금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목돈에 해당하는 전세금을 되돌려주는 경우보다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 상승분 만큼을 월세로 바꾸는 형태의 계약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는 것 보다 목돈을 되돌려 받는 월세가구가 적을 수 있다. 이럴 경우 투자풀을 구성할 정도의 수요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계약특성에 대한 사전 조사도 병행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점들이 보완되어 상품설계가 된다면 월세전환이 불가피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투자상품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월세시대를 맞이하여 전세로 살고 있는 가구들이 눈여겨 볼만한 상품이다.

 

 

김덕례

현재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가천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토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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