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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서지방 기행 ③]
닮은 듯 다른 게 많은, 가깝지만 먼 이웃

4박5일의 일본 관서지방 기행 일정은 일본의 고대 및 현대의 건축과 문화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둔 멀고도 가까운 이웃인 일본은 우리와 닮은 듯 다른 게 많은 나라다. 사람들 사는 모습은 지구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이곳 또한 다르지 않았지만, 그속에 자리잡은 문화는 분명 우리와 다른 구석이 많았다.

취재·사진 권혁거 사진 제공 신정철((주)건축사사무소AD 그룹 대표건축사)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나오시마의 골목. 깨끗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동의 본고장에서 맛본 우동의 별미

처음 일본 가가와 현의 현도(縣都)인 다카마쓰에 도착한 날, 날씨도 흐린 상태였고, 시간도 저녁 무렵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다카마쓰는 나지막한 야산들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시골도시의 모습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서는 큰 건물을 보지 못했으나 시내로 들어오자 비로소 큰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가와 현, 그중에서도 다카마쓰는 일본 우동의 본고장으로 일컫는 곳이다. 일본에서도 사누키 우동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이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 바로 가가와 현이고, 그 중심지가 다카마쓰이다. 가가와는 사누키의 옛 이름이다. 다카마쓰에는 사누키 우동 투어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건물의 야경이 아름답다.

 

우동의 고장답게 이날 저녁 우리가 먹은 음식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맛보기 힘든 별미 우동이다. 고기와 면을 함께 넣고 즉석에서 끓이는 우동이다. 면이 끓으면 계란을 풀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일본의 전통술인 사케를 곁들여 먹는 맛이 그야말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날 저녁을 먹는 과정에서 우리와 다른 낯선 식당문화를 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물부터 갖다주지만,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을 시켜야 가져다준다. 물을 시키자 처음에는 시킨 사람에게만 가져다준다. 물이 몇잔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나서야 일행 모두에게 물이 나왔다.

 

나오시마의 항구. 항구 주변으로 일본의 전통마을이 들어서 있다.

 

우리가 묵은 곳은 항구 옆의 호텔로, 비교적 규모가 크다. 마침 호텔옆에 지하보도가 있었는데 계단의 폭이 아주 좁게 돼 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일본인들의 의식을 본다. 특히 다카마쓰에는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어릴 적 우리 시골도시의 모습과 너무 닮아 친숙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건축에 영향을 끼친 건축가 안도와 나오시마

여행 이틀째에 들른 나오시마는 폐허로 변한 도시를 어떻게 재생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동시에 건축가가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업가가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건축가와 힘을 모아 새로운 도시를 탄생시킨 정신은 우리도 본받을 만하다.

 

고베항의 야경

 

특히 나오시마에서 빛을 주제로 한 공간들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시 어둠속으로 돌아나오는 과정을 담은 빛의 건물도 그렇거니와 지중미술관에서 선보인 2차원의 공간에서 3차원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나 나오는 과정이 모두 그렇다.

 

일본의 기업가와 건축가가 의기투합해 시작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태어난 나오시마는 요즘 활력이 넘치는 섬으로 바뀌었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관광객이 찾으니 이들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곳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 도시에도 활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섬에 건립된 건축물은 거의 안도의 작품이다. 섬에 있던 전통건축물을 리모델링한 것도 안도이다. 이 섬에 있는 거의 모든 작품들이 빛을 주제로 하고 있다. 현대건축의 기하학적인 선과 빛과 물과 바람 등 자연적인 요소들을 끌어들이는 안도의 건축적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안도라는 인물이 일본 건축에 끼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한 시간이다.

 

고베항 인근 일본 밤거리의 풍경

 

지금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안도가 건축가가 된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그는 건축과 관련한 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다. 다만 어릴 때부터 목공이나 철공 등 만드는 것은 좋아했다고 한다. 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다닌 그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권투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졸업후에는 트럭운전사와 목수 등으로 일했다.

 

그가 건축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꼬르뷔제의 책을 읽고서였다. 그의 책에 감명받아 그에게서 건축을 배우겠다고 결심하고 파리로 떠났지만 르꼬르뷔제는 그가 도착하기 한달전에 숨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유럽의 전역을 여행하면서 중세부터 근대건축까지 많은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웠다.

 

유럽에서 돌아온 1969년 안도는 스스로 건축연구소를 설립하고 건축설계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첫 작품인 스미요시 연립주택으로 일본의 건축학회 작품상 수상을 필두로 세계적인 건축상을 여러차례 받았다. 1995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도 수상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1997년 도쿄대 건축과 교수로 임용됐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인물이 도쿄대 건축과 교수가 된 것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그 이전에 이미 예일대,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그의 건축적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고베항 인근의 쇼핑몰 내부. 갖가지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대지진의 폐허위에 재건된 도시 고베

나오시마에 이어 들른 구라시키는 일본 전통건축의 모습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을 여행하는 이들은 미관지구로 지정된 구라시키를 두고 ‘이곳 한곳만 제대로 둘러보아도 일본 여행의 의미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나룻배가 다니는 하천이나 전통적인 중정의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구라시키로 향하는 길에도 일본의 옛 가옥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일본 옛 성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히메지 성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의 하나로 꼽힌다. 몇 개 층으로 이루어진 성루의 모습이나 이리저리 구부러지며 지나야하는 성문은 우리나라 성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천하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다이묘들간에 치열한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졌던 나라답게 방어에 견고하도록 구축된 구조이다.

 

특히 평일인데도 성을 찾은 관광객들이 매우 많았다. 성루에 오를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일본 관광객들이었다. 특히 평일에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노인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한 단면이자 장차 우리에게 닥쳐올 모습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만난 롯데리아. 한국기업의 상표가 반갑다.

 

1995년 대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졌던 고베는 당시의 어려움을 딛고 재건을 통해 지금은 깨끗하고 깔끔한 도시로 바뀌었다. 고베의 재건을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타카토리 교회다. 우리나라로 보면 성당이라고 해야 할 이 건물은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이 조속한 재건을 위해 종이기둥으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의 종이기둥은 이후 대만지진때 재활용하기 위해 옮겨졌지만, 지금도 일부는 교회에 남아 있다. 지진 등의 재난으로 거처를 잃은 사람들이 빠른 시일안에 다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바로 종이에 의한 건축이다. 건축가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건물이다.

 

교토의 골목에서 만난 집과 가게들

지난 호에 나온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가 교토였다. 천년 이상 천황의 황궁이 있던 일본의 오랜 수도였기에, 그래서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토에는 옛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물론 건축에서도 일본의 전통적인 형식이 많이 남아 있다.

 

교토의 거리. 도심에 작은 개울이 흐른다.

 

교토의 첫 인상은 깨끗한 도시였다. 시내 중심부외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고 나지막한 건물들이 이어지고 있는 도시이다. 사방으로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형의 지형으로, 작은 강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의 주변에도 전통적인 일본 건물의 모습이 눈에 띈다. 큰 길뒤에 숨어 있는 골목은 전깃줄이 널린 게 거슬렸지만, 그래도 정감이 가는 모습이다.

 

금각사나 청수사 주변에서도 일본의 전통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청수사 주변은 니넨자카나 산넨자카 등 전통의 거리가 조성돼 있지만, 금각사 주변은 오히려 일본 전통건축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우리네 골목과 비슷한 익숙한 풍경을 만날 수 있고, 집집마다 작은 정원을 만들어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교토에 있는 토요토미 히데치구의 묘가 있는 작은 사원

 

금각사는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로 알게 된 절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금각사를 불태우는데, 실제로 금각사는 1950년 방화로 불에 탔고, 이를 모티브로 미시마 유키오가 소설을 쓴 것이다. 극우인물인 미시마 유키오는 이후 할복자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유명 소설가의 표절로 이름이 잘 알려지기도 한 절이다.

 

교토 시내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네거리 교차로에 작은 수변공간을 만들어 놓은 점이 눈길을 끈다. 그 네거리 주변에는 토요토미 히데츠쿠(豊臣秀次)의 무덤이 있는 작은 절이 있다. 토요토미 히데츠쿠는 히데요시의 조카로 양자로 들어왔다가 나중에 모반의 죄목으로 할복을 한 인물이다.

 

교토의 주택들. 작은 집이지만 나무도 심고 차고도 만들었다.

 

교토에서 만난 인상적인 것중의 하나가 소형건축물이다. 이미 우리 책에도 여러번 소개됐지만, 일본에서는 아기자기한 소형 건축물들이 적지 않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불과 몇평도 되지 않는 땅에 필요한 공간들을 넣어 건물을 올린다. 이곳에서도 ‘명화의 정원’이 있는 곳 길 건너편 도로변에 다른 건물의 틈새에 지은 작은 건물이 눈에 띤다.

 

금각사가 있는 곳 인근의 한 골목에서는 지은지 오래된 듯한 작은 연립주택을 볼 수 있었다. 3층 높이로 된 낮은 연립주택의 입구가 어두운 골목을 연상케 할 만큼 좁게 만들어져 있다. 작은 집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 원룸형의 주택이 아닐까 짐작된다. 연립주택의 바로 옆에는 단독주택으로, 좁은 대지에 정원과 차고를 만들었다.

 

일본 교토의 한 거리의 모습. 앞으로 작은 연립주택이 보인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밀집된 공동주택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교토 시내의 뒷골목을 거닐다보면 아주 작지만 오래된 가게들도 만날 수 있다. ‘월병(月幷)’이라는 상호를 붙이고 과자를 파는 시내의 한 가게도 작지만 매우 오래됐다고 한다. 과자를 주문하자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담아준다. 일본은 예로부터 작은 가게라도 몇 대에 걸쳐 가업으로 승계하는 예들이 적지 않다.

 

갈등 풀어갈 실사구시의 지혜 필요한 때

마지막날 들른 오사카 성은 성의 규모에 비해 감동은 별로 없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성의 규모를 키웠다고 하지만, 이미 옛 성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성벽의 돌이나 해자 등의 규모로 미루어 본래 성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일본을 통일한 한 인간의 업적보다 오히려 인생의 허무함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오사카의 중심가인 신사이바시와 도톤보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큰 길옆으로 관광버스들이 쉴새없이 관광객들을 실어나른다. 가게마다 쇼핑을 하려는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이곳에서는 각종 잡화는 물론 의약품 등 전문적인 쇼핑을 할 수 있는 가게도 있다. 교역의 중심지답게 바다와 시내를 잇는 운하가 인상적이다.

 

도톤보리의 잡화상. 각종 기념품들이 진열돼 있다.

 

흔히들 일본을 얘기할 때 그들의 철저함과 정확함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한다. 예컨대 청소를 할 때도 철저하게 구역을 따져 조금이라도 경계선을 넘는 부분은 쓰레기가 눈에 보여도 치우지 않는다. 또 앞서도 얘기했지만, 물 한잔도 시키지 않으면 가져다주지 않는다.

 

호텔 식당에서도 여유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정확하게 사람수에 맞춰 의자를 배치한다. 1사람이 식사를 하러오면 1인석을 만들어준다. 또 예약시간도 철저하다. 예약시간을 어기면 다음 예약자에게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같은 생활문화는 이미 그들의 삶에 배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본을 여행하면서 그들과 우리가 닮은 듯 다름을 실감했다. 외모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 친근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생활문화 등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외모에서도 젊은이들에게 볼 수 있는 더벅머리 스타일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이다.

 

다만 안도 타다오 같은 건축가나 나오시마 같은 도시재생이 가능한 그들의 문화적 토양은 우리에게도 시사해주는 바가 적지 않다. 고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가 문화를 전수해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토양을 발전시킨 것은 오히려 일본인 셈이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이 불거진 지금, 우리도 실사구시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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