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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에너지 주택]
제로 에너지 하우스가 주택시장을 이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계기로 최근 제로에너지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적어도 2030년까지 모든 신축주택의 제로에너지화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갖고 있는 만큼 태양광 주택에서는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최승철(프리랜서) 사진 주택저널 사진팀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규약의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지 올해로 19년. 의정서의 효력이 발생한 지 11년째인 지금도 지구는 탄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겨울 지구 곳곳에서 겪었던 기상 재해들의 원인이 탄소때문이라는 데 과학자들은 별로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여전히 가시적인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세계는 지금 어떻게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덕이 심해지면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도 하거니와 환경문제는 다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처지가 아니라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의장국이었던 일본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곧 환경을 지키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제로에너지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로에너지 주택, 제로에너지 건물, 제로에너지 타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중이다.

 

정책 지원의 효과는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다. 주택시장에서도 제로에너지 하우스(ZEH, Zero Energy House)는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로에너지 하우스란 가정에서 스스로 전력을 생산해 실질적인 에너지 소비를 제로로 하는 개념의 주택을 말한다.

 

화석 연료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환경친화적이며 비용절감 효과도 뛰어나다. 태양광 발전으로 주택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절전형 가전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며 단열재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경제산업성, 환경성, 국토교통성은 2013년 10월 공동 설치한 ‘저탄소 사회를 위한 주거 추진회의’를 통해 오는 2020년부터 모든 신축 주택에 대해 제로에너지를 의무화할 것을 결정했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실현하기까지는 일정이 빠듯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최소한 2020년까지 절반 이상, 2030년에는 모든 신축 주택의 제로 에너지화 실현을 목표로 잡았다.

이에 따라 관련 설비와 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단독주택 건설업계도 활력을 찾고 있다. 연간 약 8000호의 주택을 판매하는 미사와 홈은 내년부터 모든 판매 주택에 제로에너지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즉 모든 신규 주택에 미사와홈의 제로에너지 시스템이 채용되는 것이다.

 

파나소닉의 주택 부문인 파나홈 역시 파나소닉이 만든 태양광 전지와 축전지를 쓴 제로에너지 하우스 판매비율을 2018년까지 8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 밖에 다이와 하우스, 세키스이 건설, 미츠이 부동산 등 주요 주택건설회사들도 태양광 설비를 채택한 제로에너지 하우스 주택의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잡고 있다.

야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제로에너지 하우스 관련 시장은 2011년보다 78.3% 늘어난 1조1795억 엔에 이를 전망이다.

 

 

▲대전시 유성구 죽동 제로에너지 타운하우스 zee Home(지홈) 전경.

 

 

태양광 주택 선두주자 일본

제로에너지 하우스에 관해선 일본 재계에서도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11년 도시바와 KDDI, 미쓰비시 자동차 등 10개 대기업이 차세대 절전 주택인 ‘스마트 하우스’ 사업 제휴를 맺고 실질적인 업계 표준을 만드는 등 제로에너지 하우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 하우스는 가정 내 발전 및 축전 장치와 가전제품을 연결한 네트워크를 홈 컨트롤러에서 제어하는 구조이다. 네트워크는 전력선 통신 기술을 사용해 가전제품을 플러그에 꽂기만 하면 된다. 가전제품의 전력 소모량을 지능적으로 판단하고 대기전력을 차단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로 대체한다.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으로 만든다. 가정 내 축전지와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이 전기를 쌓아둔 후 야간이나 흐린 날에 쓴다. 가까운 미래에 가정 내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진정한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이렇게 실현한다는 것이다.

 

참여 기업은 도시바를 시작으로 샤프, 미쓰비시 자동차, 파나소닉, 히타치 제작소, 다이킨 공업, 미쓰비시, NEC, KDDI, 도쿄전력 등 10개사다. 가전과 전기, 자동차, 태양광, 냉난방, 통신, 전력 등 절전 주택에 필요한 분야를 망라했다.

 

일본 정부도 신축 주택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에 적극적이다. 특히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태양광 시장의 급성장세가 두드러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태양광 시장의 총 규모는 10GW에 이를 정도가 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후쿠시마 사고 후 ‘탈핵’을 촉구하며 일본의 태양광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손 사장은 일본 전역의 휴경농지 중 20%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원전 50기분의 발전용량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재 54기인 일본의 원자로를 모두 폐기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여름철 뜨거운 대기열을 전력으로 전환시키는 에코큐트 시스템도 최근 일본 주택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시스템은 가정 내 전기료 부담을 낮추고 있으며, 남은 전기는 지역 내 민간전력회사에 판매하기도 해 가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사이타마현 도다시. 백화점과 농산물 특판장 혼합 형태인 ‘주스코’는 에코 빌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가로 세로 각 1m 형태의 태양전지판 336장이 벽면에 설치돼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 일부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빌딩의 하루 생산 전력은 12㎾ 정도다. 많지는 않지만 시대 추세에 맞는 환경 빌딩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크게 높아졌다.’ 

‘도쿄 북동쪽 1시간 30분 거리의 사이타마현 요시카와시. 조그만 읍 지역인 이곳에는 건평 33평 내외의 태양광 주택 80여 가구가 지어져 있다. 하구싱(주)라는 주택건설업체가 분양했는데 지금 시세가 주위의 일반 주택보다 200만 엔 이상 비싸 입주자들은 대만족이다. 낮에 생산한 전력을 팔고 밤에 심야전력을 사면 이득이 되기 때문에 태양광 주택의 가격 경쟁력이 크다는 것이 입주자들의 말이다.’

이 두 건의 기사는 10여년전 이야기다. 제로에너지 하우스의 핵심인 태양광 주택은 이미 30여년전부터 개발되고 보급되기 시작했다. 태양광 주택과 태양광 빌딩 등 태양광 발전기술을 채용한 건축은 일본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일본은 태양광 발전 사업의 양대 축인 전후방사업에서 모두 세계 최고를 달린다.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원료와 웨이퍼, 셀을 만드는 분야가 전방 사업이며, 태양전지 조립, 설치, 건설 등은 후방 산업이다.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관심 높아져

10년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던 때에도 태양광 주택 보급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보조금이 없더라도 주택 자체의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AS가 확실한 점도 태양광 주택 보급이 증가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사와 홈의 경우 기계 부문은 12년, 지붕은 30년 뒤에 원가로 교체해준다. 그 덕에 보조금이 없던 시절에도 미사와 홈의 태양광 주택 보급량은 매년 크게 증가해 왔다. 다른 주택건설회사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AS원칙을 갖고 있었다.

 

정부의 보조금과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목표로 하는 태양광 주택시장은 매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몇 년 내에 일본에서는 모든 주택들이 제로에너지 하우스로 공급될 것이다. 단독주택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주택시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제로에너지 주택 공급에 따르는 이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주택과 함께 패시브하우스도 제로 에너지 하우스의 한 축으로 조금씩 주목을 끌기 시작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란 집 안의 열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에너지 절약형 주택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남향(南向)으로 지어 남쪽에 크고 작은 창을 많이 낸다. 실내의 열을 보존하기 위해 3중 유리창을 설치하고, 단열재도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두께의 3배인 30㎝ 이상을 설치해 원치 않는 열 손실을 막아준다.

한여름에는 냉방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약 26℃를 유지할 수 있다. 환기시스템은 어떠한 불쾌한 외풍 없이 최상의 깨끗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내부의 고효율 열 교환 소자를 사용해 배출되는 공기의 열을 회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패시브 하우스는 지구 환경을 지키는 것은 물론 관리비 절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날씨가 추운 독일에서 고안된 주택이어서 다른 지역에서의 적합성에 다소 의문이 있고 건축비가 일반 주택보다 많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일본 최초 패시브하우스는 2009년 8월 가마쿠라에 지어졌다. 일본은 땅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첫 번째 패시브하우스는 120㎡의 다소 좁은 대지에 지어졌다. 공사비는 ㎡당 448만원선. 일본의 일반 주택 신축 공사비 ㎡당 294만원에 비해 많이 든 셈이다.

 

이 주택은 ‘짓기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추운 나라인 독일에서나 적합하지 일본에선 여름철에 어떻게 견디나’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주택은 2010년 독일 협회로부터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은 데 이어 국제 패시브하우스 디자인상에서 2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패시브하우스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대중화는 요원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원전이 친환경적이고 CO2를 줄이는 대안이란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와 함께 태양광 주택 등 제로에너지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 때 몇몇 건축가사이에서만 이야기되던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건축가들은 패시브하우스가 태양광 주택과 함께 제로에너지 하우스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전체의 패시브하우스는 10여채 정도로, 패시브하우스협회 소속 건축가들이 중심이 돼 활발한 연구활동과 함께 대중화에도 나서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에서도 패시브하우스에 관심

현재 지어져 있는 일본의 패시브하우스는 모두 기후가 다른 지역에 지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추운 날씨를 가진 독일에서 개발된 주택이 기후가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가장 따뜻한 곳에 지어진 패시브하우스는 후쿠오카에 있다. 큐슈의 수도인 후쿠오카는 겨울철 평균기온이 0℃ 정도일 정도로 따뜻하다.

 

건축가는 어느 정도 단열할 지, 여름철 덥고 습한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원래 추운 곳인 독일에서 개발된 주택형태여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새로운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후쿠오카 패시브하우스는 겨울철, 여름철 두 가지 상황을 해결한 좋은 사례이다.

 

이 집을 지을 때 가장 먼저 부닥친 난관은 집의 방향이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건축 매뉴얼에 따르면 패시브하우스의 기본요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남향으로 짓고 큰 창을 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태양광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지 조건이 정남향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45도 정도 남향에서 벗어나게 앉혔고 남쪽으로 큰 창을 낼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후쿠오카라는 입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남쪽으로 큰 창을 낼 경우 여름철 더위를 견디기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주택의 연간 1차 에너지 총 소비량 74.76㎾h/㎡·a로, 패시브하우스 기준 요건 120㎾h/㎡a 이하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이밖에 비교적 추운 지역인 나라와 고산지대인 가루이자와 등에도 패시브하우스를 지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건축가들도 이제는 일본에서의 패시브하우스 건축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일반인들이 패시브하우스를 보면서 놀라워하는 것은 일반 주택에 비해 건축비가 20% 정도 더 들고 벽체 두께가 3배 이상 두꺼워지는 것이라고 한다. 유럽과 달리 단열성이 나쁜 주택에 살면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추위를 참아내는 게 일반적이었던 일본인들에겐 생소한 집이었던 것이다.

 

미와모리 패시브하우스재팬 대표이사는 “이젠 같은 비용을 투자하면서 재생에너지처럼 1차 에너지 소비량만 줄일 것인지, 패시브하우스처럼 1차 에너지 소모량과 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동시에 줄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 경우 기술 의존도뿐 아니라 주거의 쾌적성 면에서 그 차이는 상당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패시브하우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에서도 상품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본격적인 공급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건축가들이 알음알음으로 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형태의 시장이 열릴지도 모른다.

 

단독주택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일본의 주택시장은 앞으로 제로에너지 주택이 이끌어 갈 것이며 태양광 주택과 패시브하우스가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아파트 천지인 우리나라와는 어쩌면 크게 관계없는 일이겠지만 먼 장래를 내다보는 주택건설인이라면 한번쯤 생각은 해 볼 필요가 있는, 그런 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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