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하우징 > 살고 싶은 집
[양평 살구마을에서 찾은 집]
70대 노부부의 두 번째 전원주택

양평군 곡수리 살구마을 전원주택단지에서 두 번씩이나 전원주택을 짓고 산다는 노부부를 만났다. 잔디부터 작은 돌 하나까지도,손수 구해다 직접 가꾸었다는 부부의 정원이 찬란한 봄을 기약하고 있다. 칠순 나이를 잊은 채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전원생활이 어여쁘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넓은 정원과 마주하며 길고 낮게 펼쳐진 노부부의 주택 전경. 1층에 노부부의 생활공간이 자리한다. 2층은 딸내외와 손주들이 왔을때 머무는 공간이다.

 

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우정찬(76)·이희자(69) 부부(왼쪽사진)는 지난해 5월 양평군 지평면 곡수리 살구마을전원단지에 집을 짓고 입주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새 집을 짓겠다고 하니 주위사람들이 그 용기에 놀라워했다.

 

부부는 서울에서 맞벌이 직장생활을 하며 세 자매를 키웠다. 5명의 손주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지도 오래다. 10여년 전 은퇴한 부부가 이제 좀 다르게 살아보자고 시작한 게 사이클이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200km가 넘는 제주도해안 일주를 달성할 정도로 부부의 실력은 남부럽지 않다. 그런 용기로 도전한 것이 전원생활이다. 사실 부부에게 이 집은 두 번째 지은 전원주택이다. 2011년부터 양평군 주읍리 산수유마을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살았다. 살구마을은 두 번째로 선택한 노후의 터전이다.

 

 

 

 

 

“아내가 기관지가 안 좋아서 고생했어요. 그래서 은퇴하자마자 전원으로 가자고 한 거예요. 여기 와서는 약도 안 먹고 잘 지내니 고맙죠. 처음에는 서울 아파트 전세 내주고 그 돈 들고 와서 집 지었어요. 퇴직금도 조금 보태고요. 산수유마을에서 또래 친구도 많이 만났고 지금도 놀러 가곤 하지요. 그런데 나이 드니까 장보기 편하고 다니기 편한 곳이 좋아지더군요. 그래서 조금 더 북적이는 동네로 나온 거예요.”

 

살구마을전원단지가 입지한 수곡리는 큰동네다. 단지 앞으로 곡수초등학교와 곡수보건진료소, 하나로마트가 위치해 있다. 가까이 노인복지관이 있어 아내는 노래며 댄스를 배우러 드나든다. 또, 단지 안에 젊은 세대들이 많이 입주하면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는 동네가 되었다.

 

 

▲1층 동쪽에 자리한 주방과 다이닝룸. 마당과 테라스로 이어진다.

 

 

“누가 살아도 편안할 집을 지었어”

22세대로 구성된 살구마을에서 부부의 집은 지난해 제일 처음 지어졌다. 이후로 7세대가 더 지어졌고, 올 봄도 착공하는 집들이 여럿이다. 그중 부부의 집은 양지바른 남향 경사지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마당과 마주보며 길게 뻗은 주택은 주변 산세에 편안하게 감싸여 있다. 먼저 살던 전원주택은 하얀 벽에 스페니쉬 기와를 얹은 예쁜 집으로 유명세를 탔고, 사겠다는 임자도 금세 나타났다. 그에 비하면 지금 집은 모던하고 단순한 구조를 띤다.

 

 

1층 중앙에 자리한 거실. 남향의 햇살이 따사롭게 들이친다. 소파가 있는 벽면에 창을 두어 동쪽 경관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먼저 집에 살아보니 단순한 게 제일 낫더군요. 관리 안하면서 오래 유지되는 재료들이 좋고요. 또,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잖아요. 나중엔 이 집을 팔아서 노후자금으로 쓰게 될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팔 때를 생각해서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도록 지었어요. 내부는 단순하게 치장해서 다음 사람이 와서 꾸미고 살기 좋도록 한 거죠.”

 

남향을 향해 쭉 뻗은 1층에 부부의 생활공간이 모여 있다. 거실을 중심으로 안방과 주방이 날개처럼 붙었는데, 모든 실이 넓게 펼쳐진 앞마당과 마주하고 있어서 실내 어디서든 마당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마당을 내다볼 수 있는 1층 안방. 편백나무를 벽과 천장에 덧대 향기가 그윽하다.

 

주방 앞에 둔 큰 창은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언제든지 활짝 열어 하늘과 산, 들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테라스에서 식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지붕이 깊게 드리워진 주방 앞 테라스는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나 갑작스런 소나기도 거뜬히 피한다.

테라스 바닥은 관리하기 쉬운 석재로 깔았다. 먼저 집에서 나무테크를 썼는데 관리가 쉽지 않았던 터다.

 

 

주방에서 바라본 테라스와 마당. 실내 복도 맨 끝에 안방이 자리한다.

 

건축가는 경치가 좋은 쪽은 반드시 창을 두어 부부의 눈이 항상 즐겁게 했다. 남쪽 마당을 바라보는 큰 창 외에도 서쪽, 동쪽 벽에 작은 창들을 뚫어 주변 풍경을 액자처럼 흡수했다.

 

안방 침대가 놓인 천장과 벽에는 편백나무를 칠하지 않은 채로 붙여 놓았다. 건강에 좋은 점을 차치하고도,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나무를 보게 하려는 건축가의 배려가 숨어 있다.

 

 

2층 발코니에서 내다본 주변 경관. 봄이면 파릇한 싹이, 가을이면 노랗게 벼가 익어가는 들판의 풍경이 장관이다.

 

2층은 딸 내외와 손주들이 오면 내어주는 공간이다. 가족실처럼 아담한 거실과 방 하나로 간단하게 구획했다. 대신 넓고 긴 발코니를 두었다. 도시에서 보지 못하는 산과 들을 즐기고 밤하늘 별구경도 마음껏 하라는 노부부의 마음을 담은 공간이다.

 

건축가는 벽과 지붕을 징크로 마감했다. 비오는 날 저녁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빗방울이 지붕과 벽에 부딪히는 묘한 하모니를 연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마당에서 바라본 하얀벽과 회색빛 징크는 수직과 수평으로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며 양평의 고즈넉한 산과 하늘을 만나고 있다.

 

 

2층은 거실과 방으로 간단하게 구획했다. 거실에서 나갈 수 있는 넓은 발코니가 있다.

 

 

신발디자이너의 손으로 직접 가꾼 정원

사실 부부의 집에서 가장 멋을 부린 공간은 정원이다. 부부가 직접 잔디를 사다가 60평 규모의 마당에 빼곡하게 심었다. 젊은 사람들은 관리가 힘들어서 잔디를 꺼려한다지만 노부부에게 잔디관리는 운동 삼아 하는 소일거리다.

마당 군데군데 화단도 모두 부부의 손으로 완성했다.

 

산책 나갔다가 주워 온 돌이나 나뭇가지, 건축하다 남은 타일 등이 재료가 된다. 셀프 정원을 꾸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30년 넘게 신발 디자이너로 일해 감각이 남다른데다, 1mm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다.

 

 

1 2층 계단실 끝에 문을 달았다. 난방비 절감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다. 2 계단실 밑 공간을 창고로 만들었다. 가구를 최대한 줄이고 벽을 활용해 붙박이장을 짜 넣었다.

 

병원직원으로 일했던 아내도 깔끔한 성격이어서 집이 안밖으로 잘 정돈되어 있다. 정원 가꾸고 사는 재미 때문인지 아내는 전원생활을 좀 더 젊은 나이에 시작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내비친다.

 

“서울 살아도 갈 곳이 있나요? 그나마 여기 있으니까 우리 부부 마음대로 정원도 꾸미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지. 노후에 어디서 살까 고민들 많은데, 다 자기가 좋으면 좋은 거죠. 전원을 장밋빛처럼 생각하지는 마세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에요. 어디서 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맞추려고 노력하면 다 살아지는 거지요.”

 

 

1 박석을 깔아 놓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부부가 직접 구입해서 깔았다. 2 건축하다 남은 타일과 돌을 활용해 만들었다. 마치 조각상 같다. 3 산책길에서 주워온 나무와 돌로 직접 꾸민 장식. 정원 군데군데 작품들이 놓여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껏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감에 감사한다는 노부부. 조금씩 받는 연금에 맞추어 생활하려니 검소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래도 전원에 사니 아직 자신의 노동력을 써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나물이라고는 ‘쑥’ 밖에는 몰랐던 서울토박이 아내는 온갖 나물과 약초들을 직접 채취하고 공부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한다. 사계절 쌈채소도 직접 길러 먹는 것은 기본. 지난 겨울에는 마당 텃밭에서 배추며 무를 수확해서 막내딸과 김장도 함께 했다.

 

 

1 텃밭 옆에 수돗가와 야외 테이블이 놓여있다. 배수가 잘 되는 자갈을 깔아 관리가 쉽도록 했다. 2 방부목으로 구획해 놓은 텃밭. 자갈을 깔아 배수로를 확보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뚜벅이에요. 평생 운전을 하지 않고 살았어요. 그래서 전원주택지 구할 때도 버스 타고 돌아다녔죠. 그래도 자전거가 있고 두 다리가 아직 튼튼해서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간답니다.”

 

부부는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눈치다. 정원에 새 나무도 심어야 하고, 냉이 캐러도 나서야 한다. 아직은 건강한 다리로 양평의 자연을 만나러 다닐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 요즘이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