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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령자 주택시장]
“할아버지, 할머니의 집을 부탁해”

일본의 고령화율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0년 현재 전체 인구의 1/4 수준이던 고령자 세대가 2050년에는 거의 대부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고령자들을 위한 주택에도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비스 포함’이라고 불리는 의료·간호서비스가 포함된 임대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승철(프리랜서)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소녀가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할머니 귀는 왜 그렇게 커요?”

“응, 할머니 귀가 작으면 사람들이 불평하는 것을 들을 수가 없단다. 그렇게 되면 할머니는 직장을 잃게 되고 우리는 집세를 낼 수가 없지 않겠니? 그렇게 되면 너와 나는 이 겨울에 얼어 죽을 지도 몰라.”

“그래서 그만 두지 않고 계속 일하는 거야? 이젠 피곤하고 늙었는 데도?”

“아직은 할머니가 65살이 넘지가 않았구나. 조금만 있으면 나이가 넘으니 그때까지 아파도 병원에 갈 수도 없고 휴직도 할 수가 없어. 만약 그렇게 했다간 회사는 그 핑계로 나를 고용하지 않을 거란다.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할머니가 악착같이 버텨야 하지 않겠니?”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사축동화’ 한 토막이다. 사축동화란 ‘회사의 가축’이 되어버린 일본인들의 현실을 비틀고 꼬집은 패러디다.

이 할머니는 65세까지 열심히 일해야 정년퇴임을 한 후 예쁜 손녀와 함께 최소한의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생활은 과연 만족스러울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젊은이도 노인도 모두 살아가기 힘들다는 건 큰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노인들이 살아가기엔 우리보다 한발 빠르게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일본의 사정이 조금은 더 낫긴 할 것 같다.

 

아직 턱없이 모자라는 고령자 주택

매년 9월의 셋째 주 월요일은 일본에선 공휴일이다. 이 날은 ‘경로의 날’이다. 초고령 시대를 살아가는 이 나라의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전국에서 펼쳐진다. 오늘 날 일본의 주축이 되는 세력은 노인들이다. 고령자의 시대라거나 노인문제라거나 하는 말들은 일본에선 더 이상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흔히 단카이 세대라 불리우는,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모두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그 빈 자리를 채워야 할 젊은 세대는 그리 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그 결과 이 나라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LTE급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10년의 일본 고령화율은 23.4%. 전체 인구 1억286만 명 가운데 3000만 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더 심각한 것은 2055년이 되면 고령화율이 무려 40%를 넘어설 전망이라는 점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노인인 ‘노인의 나라’가 되는 셈이다.

 

세대 수를 기준으로 보면 심각성은 좀 더 와닿는다. 2010년 현재, 세대원 가운데 고령자가 포함되어 있는 세대는 전체의 63.7%에 해당하는 1568만 세대에 이르렀다. 2050년대에 이르면 거의 대부분의 세대가 고령자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렇게 빠르게 늙어가는 중이다. 사회 곳곳에서 그에 따른 다양한 현상과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지는 정치 성향의 극단적인 보수화 또한 그 결과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 학계, 경제계 등에선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면과제는 고령자들의 건강과 안전, 주택문제 등의 해결이다. 그 중에서도 주택문제는 고령자들의 모든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주택문제만 제대로 해결한다면 노인문제의 거의 대부분이 해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택시장 환경이 바뀌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다. 어느 나라든 인구 구조의 변화는 주택시장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거기다 버블 붕괴라는 엄청난 충격까지 더해져 수요 성향과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주택정책 또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대변하는 고령자주택법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주택의 구조와 설비 등에 관한 새로운 기준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고령자가 사는 주택은 방 하나의 면적이 최소한 25㎡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집 안에서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계단이나 턱을 없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령자들의 안전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생활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서비스도 구비되어야 한다.

 

한편, 일본 노인들의 상당수는 가능한 한 자신의 주택이나 전문요양시설에 입주해 여생을 보내기를 바란다. 2014년 총무성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노인들의 희망 주거형태는 자택 44.7%, 요양시설 입주 33.3%, 소규모 그룹 홈 9.0% 등이었다.

 

문제는 노인들이 살기에 적합한 주택도, 요양시설도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현재 일본 주택 가운데 그런 조건을 갖춘 집들은 전체 20% 안팎이다. 실버타운이나 양로원 등 전문요양시설에선 전체 노인 인구의 5% 남짓만을 소화할 수 있을 뿐이다. 65세 정년까지 열심히 일한 할머니가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고령자 임대주택의 역사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선 ‘고령자용 서비스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통상 ‘서비스 포함’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형태의 주택은 ‘고령자용 임대주택’이다. 일본 정부가 2011년 10월부터 시행한 새로운 형태의 주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거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24시간 체제의 의료·간호 서비스가 포함된 임대주택도 등장했다. 홀로 고독사 할 우려가 크다는 점 때문에 임대주택을 기피하던 노인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상품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임대료도 월 10만 엔대로 정기적으로 개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은퇴 노인들에게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입주할 때 일시금으로 1000만 엔 이상 내야 하는 전문요양시설과는 달리 월세, 관리비, 식비가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 메리트로 꼽힌다. 자유로운 개인생활이 가능하고 전문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생활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고령자 임대주택 역사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첫 고령자 임대주택은 1980년에 등장했다. 당시 고령자를 돌본다는 뜻의 ‘케어’라는 개념도 처음으로 소개됐다. 고령자 임대주택은 공공부문과 민간주택건설업계에서 동시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공영주택은 실버주택, 민간주택은 시니어주택으로 불렸다. 공영주택인 실버주택에는 고령자용 설비 사양을 마련해 긴급 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생활 구조 요원도 배치했다. 이것이 케어 개념의 시작이다.

1990년대에는 고령자 주택문제가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본주택영단을 중심으로 민간 주택건설업계에까지 고령자와 장애인 편의시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주택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양호보험이 도입됐고 2001년에는 고령자주택법이라 불리는 ‘고령자거주안정확보법률’이 시행되면서 고령자 주택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노인 입주자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노인들 역시 민간 임대주택 입주는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사업자들은 고령자들의 케어가 힘들다는 부담이 있었고, 노인들은 고독사가 두려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들고 나섰다. 고령자들을 받아들이는 민간 주택사업자에게 임대료 채무를 보증해주는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그 약효가 먹힌 데다 이런저런 환경 요인까지 더해져 고령자용 임대주택사업 시장 규모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부작용도 생겼다. 조잡한 물건들을 내는 악덕업자들이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2011년의 ‘서비스 포함 등록제도’이다. 정부는 고령자 서비스 포함 주택을 짓는 기업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한 채당 1000만 엔을 보조해주고 있다.

 

이에 대한 민간건설업계의 호응은 뜨겁다. 부동산 사업자와 의료법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가전 양판점 야마다전기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 정도이다.

 

민간임대주택업체들 역시 지금을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 20%에 이르는 일반 임대주택 공실률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고령자주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낡은 임대주택을 가능한 한 서비스 포함 고령자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 공급함으로써 공실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주택시장은 이처럼 앞으로도 고령자 주택 시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고령자 임대주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

임대주택은 오늘날 일본의 고령자주택 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가 공적 지원으로 조금 힘을 보태면 민간의 시장이 움직일 토양이 잘 마련돼 있는 까닭이다.

현재 일본의 고령자 임대주택은 세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요즘 인기 최고인 서비스 제공 고령자 임대주택은 가장 부유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개인연금이나 지역연금 등을 받아 비교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이 임대주택에 들어간다.

 

국민연금을 받는 정도의 경제 수준을 갖고 있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은 이 보다는 조금 모자란다. 일반적인 노인 케어 서비스가 가능한 정도이다. 공공부문에서 지은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슬럼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 임대주택은 노인 복지를 담보해야 한다는 특성상 공공부문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잘 발달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은 지역의 특색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독거노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도쿄도의 경우 노인 케어서비스를 눈여겨볼 만하다. 도쿄도는 노인 복지 차원에서 적극적인 케어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를 고령자 임대주택과 연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 임대주택에서 전문적인 케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반 임대주택 입주자들의 케어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도쿄도의 UR주택을 고령자 임대주택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UR이란 Urban Renaissance agency의 줄임말로, 도시재생기구(都市再生機構)라고 불리운다.

일본 정부가 국민의 거주 안정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괸리 감독하고 있는 임대주택인데 현재 전국적으로 약 77만호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레이킹, 중개료, 갱신료, 연대보증인 등이 필요 없는 암대주택이어서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도쿄도는 이 UR단지에 경로당이나 노인정 등의 노인 여가시설과 가벼운 재활 및 물리치료가 가능한 관리센터를 설치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고령자 임대주택단지로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중이다.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제도로 지원한다. 고령자 주거문제 해결은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다. 경제로만 풀 수 없는 복지 차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복지 및 주택공급 차원에서 다양한 고령자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 차원에서는 고령자 거주를 위해 지어지는 양로원이나 요양원들의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주택정책 차원에서의 지원은 국토교통성이 주축이 돼 이루어진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주택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바로 고령자주택 부문이라는 게 국토교통성 관리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대책들

지금 국토교통성에서 중점적으로 벌이는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고령자의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존 주택을 무장애설계주택(Barrier Free)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두번째는 고령자를 위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전용 임대주택 공급 확대이다.

 

일본 정부가 무장애설계주택 보급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그 결과 2003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거주하는 주택 가운데 약 6.7%에 불과했던 무장애설계주택이 지난 해에는 20%대로 크게 늘었다. 이것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주택금융지원 기구를 통한 융자 확대와 세제혜택 등이 그 원동력이 됐다.

본인 주택을 무장애설계주택으로 개조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고(내진 개수 500만엔, 맨션 개축 1000만엔 융자), 소득세 및 고정자산세 등 세제감면 혜택까지도 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민간 주택건설업계의 리모델링 사업도 살아났고 무장애주택용 부품 및 설비제조업도 활성화되는 효과를 보게 됐다.

 

고령자 세대가 다양한 세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주거공간 창출사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건물 노후화와 입주자 고령화가 심화되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안심주거공간 창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고령자 주거단지 내에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후화가 진행되는 공영주택 및 UR임대주택단지를 고령자 편의시설이 설치된 새로운 주택단지로 리모델링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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