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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100세 주택 ②]
주거공간에 따라 수명이 바뀐다

일찍이 전원생활을 시작한 한 선배의 경험담을 흘려들어서는 안되지 싶다. 50세가 넘어 은퇴 후 살고자 하는 집터를 정할 때는 하루라도 텐트를 치고 자 보라는 조언이었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노후의 집터는 건강과 관련된 제반요소가 잘 갖춰진 지역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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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를 통해서 평균 수명을 따져온 학자들은 19세기의 조선시대 양반들은 평균 수명이 53세였고, 일제 강점기 한국인들은 58세를 살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근거로 생각해보면, 한국인들은 거의 100년 만에 평균 수명이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100세 시대를 살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학자들은 간단하게 대답한다. 위생 상태의 개선과 의료 환경의 발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유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차이가 바로 위생 상태와 의료 환경이기 때문이다.

 

물론 평균 수명의 증가가 한국인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국가별로 편차는 있지만, 100세 시대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 오히려 세계는 100세 시대가 가져온 충격에 대해 주목하고, 대응책을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늘어난 수명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병석에서 노후를 보내거나, 극단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노후 준비를 염두에 두고, 주거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녀들의 교육 환경이나, 자신의 직장 환경을 고려할 필요 없이, 순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주거지를 선택하는 상황이므로, 첫째도 둘째도 따져봐야 할 문제가 바로 건강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거 환경은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된다.

 

학자들의 주장처럼, 100세 시대를 맞게 된 이유가 위생상태의 개선과 의료 환경의 발달이라면, 노후 생활을 위한 주거지를 선택할 때 역시 이러한 요소들을 제일 먼저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결해야 하고, 병의원 혹은 약국과도 가까워야 한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을 선택했다가 건강상의 문제가 닥친다면, 평생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 전후의 베이비부머는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100세 시대에 대한 실감은 하고 있지만, 선례가 없다는 부담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50세 전후에 퇴직을 하고 나머지 50년을 보낼 주거지를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건강과 관련된 제반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집터 구할 때는 건강을 일순위로 챙겨야

퇴직과 동시에 전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선배님의 푸념이 아직도 생각난다. 넉넉잡고 반년이면 충분한 전원주택 건설을 2, 3년 동안 시간을 갖고 매달린 선배님이었다. 선배님은 퇴직 몇 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 도면도 직접 그리다 시피했다. 자재도 직접 준비하고, 자신이 현장 감독 겸 노동자 역할을 하며 집을 지엇다.

 

여생을 보낼 집이라는 생각에, 선배님은 고급 자재와 고가 가구까지 구입해서 주택을 꾸몄다. 일본에서 수입한 향나무로 샤워실도 꾸미고, 밤하늘이 보이도록 천장을 뚫어놓은 옥탑방도 만들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 아내와 차라도 마시기 위해서, 북유럽산 흔들의자까지 두 개를 구해서 테라스에 가져다 놓았다.

 

그런데 선배님의 소꿉장난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정성을 들여서 꾸며놓은 주택이었지만, 막상 살아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2, 30년 이상을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일반 주택도 아파트 수준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다.

 

선배는 고급 자재는 전원주택에 전혀 필요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중산간지역이라서 평지보다 눈비도 잦고, 양도 많고, 바람도 거세서 자재 훼손이 심한 까닭이었다. 날마다 물청소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고 방치해둘 수도 없어서 철마다 일손을 구해서 대청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숲속의 날벌레들이 날아들어 창문도 못 열어놓을 형편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전원주택을 건설했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얼마 전에도 선배님을 만나서,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물었더니, “전원주택 때문에 제 명에 못 살고 곧 죽을 것 같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사모님은 서울에 있는 딸의 집으로 도피를 하시고, 선배님만 혼자서 전원주택에 남아 묵언수행 중이신데, 식사준비도 귀찮아서 하루 두 끼로 끝낸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곧 도를 깨치실 것 같다”고 농담을 했더니, 선배님은 두 손을 가로 지으며 “가끔씩 불쑥불쑥 화가 치미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생에서 득도는 남의 일 같다”고 한다. 

 

그런데 선배님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건강이었다. 작년 여름에 배가 아파서 소화제만 먹고 버틴 적이 있었는데, 하마터면 그길로 인생을 하직할 뻔 했다는 것이다.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될 때까지 견뎠다가, 뒤늦게 119에 전화를 걸어서 본인의 증상을 파악했다는 것이었다. 맹장염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며 응급구조차를 부르려니, 오지라서 응급구조차가 오려면 20분도 더 걸리는 상황이었다. 결국 아픈 배를 부여잡고, 선배님은 직접 운전을 해서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집터는 텐트생활 하루라도 해보고 결정하라

다행히도 복막염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지만, 선배님은 퇴원을 한 뒤에는 정이 떨어져서 한동안 전원주택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경을 헤맨 수술 탓인지, 아니면 전원주택에서 묵언 수행을 한 덕인지, 선배님은 요즘 가끔씩 도를 깨우친 선승 같은 소리를 많이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동거 후 결혼, 선숙 후 건설’이다. 남녀는 동거 후에 결혼을 하는 것이 좋고, 집터는 텐트생활이라도 하루 해 보고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웃고 한 농담이지만, 선배님의 말씀에는 뼈가 숨어 있다. 전원주택이 나쁘고, 도시의 아파트가 좋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주거지를 선택할 때는, 특히 50대 이후에 50년의 노후를 보낼 지역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주변에서 얼마간이라도 생활해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부부는 마음이 틀어지면 잠시 떨어져 살 수도 있지만, 주택은 구매자가 나오지 않으면 팔지도, 물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이유가 있다. 좋은 사람 곁에 사람들이 모이듯, 좋은 집터 근처에는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과거 명당은 배산임수에 지맥을 따르는 곳이었다면, 현대의 명당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주거공간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선택되어져야 한다. 주거 공간의 선택은 여생의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수명까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는 일은 말아야 한다.

 

이성민

KBS 아나운서. 사랑의 가족(KBS 1TV), 생방송 토요일, 일요일 아침입니다(KBS 1라디오), 경제를 배웁시다(KBS 한민족)를 진행 중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일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백석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특히 노인문제를 포함해서, 미래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펼치고 있다. 100세 시대 다시 청춘, 대통령의 설득법,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7가지 설득력, 반기문 대망론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매일 2시간씩 걸어서 출근할 정도로 걷기를 좋아하고, 책읽기, 영화보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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