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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횡령금도 납세자의 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와]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후 과세관청에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본인을 속이고 양도대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나아가 본인의 대리인에 대한 횡령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대리인의 자산상황, 지급능력 등에 비추어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그 소득을 과세소득으로 하여 본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0두138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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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종업원에게 권리를 포괄위임한 경우 종업원이 이중계약 등을 통해 이를 횡령했다면 납세의무가 있는 회사 대표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지만, 그 거래에 대한 책임은 대표 본인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대리인에게 위임한 행위의 법률상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살다보면 친구나 친인척 선후배 직장동료 등 내가 믿고 마음을 주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정 때문에 보증을 섰다가 그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일도 있고, 상대의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같이 ‘믿음’이라는 원천적 인간감정이 산산이 부서지는 아픔과 막대한 금전적 피해라는 이중 고통을 겪고 겨우 잊어버리고 마음이 추슬러질 쯤 ‘세무서’에서 어려운 법률용어를 써가면서 나에게 피해액도 소득이라고 세금을 부과하겠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대법원 결정 중에 이러한 억울한 세금부과와 관련해 법률적 관념과 이론보다는 건전한 일반인의 상식에 맞추어 납세자의 억울한 사정을 고려해 준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사실관계

P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원고A는 1999년 10월경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B에게 원고 소유의 C주식회사의 주식(이하 ‘C주식’이라고 한다)을 매도하라고 지시하면서 매도할 주식의 대략적인 수량(약50만주)만 정해준 채 매도가격, 매도상대방, 매도시점 등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했다.

 

그러나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B는 미리 매수한 형식상의 중간거래인을 세워 50만주 중 30만주와 20만주에 대해 각각 2단계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통해 실제로 C주식회사의 주식을 173억원에 매도했음에도 140억5000만원에 양도한 것으로 보고하고 차액을 횡령했다. A는 1차계약서를 기초로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를 신고했다.

 

이후 일반부과제척기간 5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이를 알게 된 과세관청은 원고A가 실제로 C주식회사의 주식을 173억원에 매도했음에도 이중계약으로 인해 140억5000만원에 양도한 것처럼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를 한 것은 신고내용의 탈루에 해당한다고 보아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 그 차액인 32억5000만원에 관해 양도소득세 7억7600만원, 증권거래세 1700만원을 부과 처분했다.

 

납세자 및 과세관청의 입장

원고A는 C주식의 최종 양도가액과 양도가액으로 신고한 가액의 차액인 32억5000만원은 원고로부터 양도권한을 위임받은 B의 횡령으로 인한 것이고, 해당 소득이 원고에게 귀속된 바가 없으므로 차액인 32억5000만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의 납세의무자는 B라는 점을 주장했다.

 

또한 B가 횡령한 차액 32억5000만원이 법률상 원고의 소득금액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위 차액의 존재사실을 알지 못한 채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를 했고 이는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 공제받는 경우’로 볼 수 없으므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 부과처분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과세관청은 국세기본법 제14조 귀속의 의미는 쟁점주식 양도대금을 수취한 자가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아니라, 과세물건의 쟁점주식이 누구 소유인가를 가리는 내용으로 쟁점주식의 소유는 원고A이며, 횡령금액도 A의 양도가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A는 B가 쟁점주식의 일부를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양도소득세 신고서상 첨부된 계약서에는 쟁점주식 52만4510주를 A가 매도한 사실이 있으며, 검찰조사내용에도 A가 쟁점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A에게 쟁점주식의 양도에 관한 권리의 일체를 위임받은 B가 실제거래 내용과는 달리 실제 매매행위를 하지 않은 자들을 매수자로 위장해 양도가액을 사실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작성한 이중계약서상의 가액을 양도가액으로 하여 신고했고, 이중계약서를 신고서에 첨부한 사실은 A가 한 행위로 보아야 하므로 양도소득세 과세신고 목적의 일련의 행위에 대해 국세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적용, 양도소득세를 결정 고지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고등법원 및 대법원의 판단

이 건 주식의 2단계 매매계약은 가장행위에 불과하고, B가 주식 양도에 관해 A의 포괄적 대리인으로서 주식의 양도대금 173억원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B가 32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A의 포괄적 위임을 받은 B가 그 위임의 취지에 반해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을 원인으로 한 A와 B의 내부적인 정산관계에 불과할 뿐이므로 그러한 사유만으로 A에게 실지거래가액 전부가 귀속됨을 인정함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과세관청 편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에서는 A가 검찰수사가 개시될 당시까지 B의 32억5000만원 횡령사실을 알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고 A는 B의 횡령으로 인해 양도대금 중 차액인 32억5000만원에 대한 지배·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A의 B에 대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도 회수불능이 되어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위 양도대금의 차액 32억5000만원이 원고A의 과세소득으로 실현되었다고 할 수 없어 양도소득세를 부과처분한 것을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A에게 부과된 억울한 세금을 취소결정했다.

 

다만,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서 ‘부정한 행위’는 납세의무자 본인의 부정한 행위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관련 업무의 처리를 위탁함으로써 그 행위 영역 확장의 이익을 얻게 되는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의 부정한 행위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따라서 원고A가 B에게 주식의 양도를 위탁함으로써 그로인한 이익을 얻게 되었고 B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해 원고의 증권거래세가 포탈되었으므로, 원고 A가 B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증권거래세의 부과제척기간은 10년임을 명확하게 판단했다.

 

위임한 행위의 법률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어

대법원의 판단으로 억울한 A는 결국 부과받은 세금을 취소받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결론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어 보인다. 1심 청구에서 대법원 판단까지 걸린 시간만 대략 8년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 결정이 신문기사에 실릴 정도로 A는 경제계 거물인사이다. 과연 일반인의 경우까지도 과세관청과 법원에서 부과처분의 적정성을 A와 같은 수준까지 고민해 줄지도 의문이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본인이 위임한 대리인의 행위의 법률상 효과는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미치고 대리인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데에 대한 책임 또한 본인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대리인의 행위를 일일이 의심하고 검증하려고 한다면 한도 끝도 없고 사업자체가 진행되지 않겠지만 대리인을 통한 업무처리는 그 법률적 효과가 본인에게 미친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석봉 세무사는 국립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법학석사를 거쳐 강남대 세무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오랜 기간 국세청에 근무하면서 세무조사 및 소송, 국제조사, 혁신분야 등을 두루 섭렵했으며, 조사업무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다. 현재 세무법인 호연 대표세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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