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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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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만난 청년들, 서로 기웃거리다]
홍은동 청년 협동조합형 주택 이웃기웃

청년을 위한 공공주택이 등장했다. 

이제 막 회사에 발을 딛는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집이다. 

평균나이 스물아홉, 서른 명의 청년들이 

서로 살피고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홍은동 청년협동조합형주택, 이웃기웃을 찾았다.

취재 지유리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서대문구 홍은동 주택가에 위치한 청년협동조합형주택, 이웃기웃. 맞벽건축으로 지어진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두 채에 청년들 30명이 함께 살고 있다.

 

 

치솟는 집값과 전세난 속에서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주거문제는 모든 세대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바로 20~30대 청년들이다. 제대로 된 자립준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주거난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이 등장했다. 서대문구 홍은동에 마련된 청년협동조합형주택이 그것이다. 만 19세 이상 만 35세 미만 1인가구 중 월평균 소득이 도시가구평균소득 70% 이하인 이들이 입주 대상이다. 나이 조건이 맞더라도 대학생은 입주신청이 불가능하다.

 

대학교 기숙사라는 대안이 있어서다. 홍은동 청년협동조합형주택은 어디에도 비빌 언덕이 없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집인 셈이다. 이곳에 입주한 청년들은 2년마다 재계약을 거쳐 최장 6년 동안 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두 달여간의 모집과정을 거쳐 꿈 많고 패기 넘치는 20~30대 서른 명이 입주를 마쳤다. 서로 돕고 소통하며 1년째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고 있다.

 

 

1 총 31실 중 한 곳은 입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커뮤니티실이다. 중앙에는 여럿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책상을 두었다. 2 입주자 선발 당시 수행했던 협동조합 관련 교육 및 워크샵 모습. 이 과정을 통해 함께 사는 방법과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3 커뮤니티실의 주방. 1인가구인 입주자들이 이곳에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곤 한다. 4 입주자들이 함께 그린 이웃기웃의 모습. 알록달록한 색감에서 이웃기웃만의 웃음과 활기가 느껴진다.

 

 

주변 시세 40% 청년위한 공공주택

홍은동 청년협동조합형주택은 서울시가 공급하는 임대주택 8만호 정책의 일환이다. 수요자맞춤형 주택으로 가양동의 이음채, 만리동의 막쿱에 이은 세 번째 협동조합형 주택이다. 현재 30명의 입주자들이 ‘이웃기웃’이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을 구성해 주택관리를 직접 책임지고 있다.

 

건설형으로 공급된 이전 두 곳과 달리, 홍은동 주택은 매입형 공공주택이다. SH가 맞벽건축으로 지어진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2동을 매입해 공급했다. 주택은 전용면적 26~29㎡, 31실로 구성됐다. 그중 1실은 입주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실이다. 나머지 30실에 여성 21명, 남성 9명이 살고 있다. 입주자들의 평균 나이는 29세. 대학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직장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주거비는 보증금 2100만원에 평형별로 월임대료 9~12만원을 낸다. 인근 시세대비 40% 수준으로, 주거비부담을 크게 줄였다. 주거환경이 개선된 점도 입주자의 만족도가 큰 이유 중 하나다.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인 전용면적 14㎡의 두 배 가량 면적에다, 일부 세대는 베란다도 설계돼있다. 29㎡ 원룸에 사는 임경지 협동조합 이사장은 “싱크볼이 2개인 곳은 처음”이라며 “살만한 집에 산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층 로비에 걸린 공지판. 반상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회의 내용을 정리해 공지했다.

입주 1주년 기념파티를 준비하는 공지사항도 눈에 띈다.

 

 

주택관리 맡은 입주자 협동조합

홍은동 청년협동조합주택 입주자들은 반드시 협동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주택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 협동조합의 이름은 ‘이웃기웃’. 이웃끼리 서로 기웃거리면서 보살핀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서로의 일상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웃이 되기를 자처한다.

 

이웃기웃은 운영분과, 공동체분과, 주택관리분과 등 총 3개 분과로 구성된다. 운영분과는 협동조합 경영과 조합원 교육, 대외활동을 담당한다. 홍은동 주택이 청년대상 공공주택의 첫 사례이다보니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데, 운영분과가 주택 이모저모에 대해 알리고 있다.

 

 

전용면적 29㎡의 원룸. 큰 창으로 채광과 통풍이 풍부하게 들어온다. 책장을 파티션처럼 배치해 침실과 휴식공간을 나눴다.

 

공동체분과는 말 그대로 공동체활동을 주관한다. 입주자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 조합 내에서는 오락부로 통한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지난 4월 열린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지혜로운 이웃기웃’ 모임이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 자리를 마련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주차장 한켠에 마련한 텃밭도 입주자들에게 관심을 한껏 받는다. 중요한 이슈가 없더라도 이웃끼리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화단을 텃밭으로 꾸몄다.

올해 내내 상추와 고추를 길러 입주자들이 함께 나눠 먹었다.

 

주택관리분과는 전반적인 주택관리를 다룬다. 입주자가 납부하는 월 2만원 관리비로 공용공간 관리, 청소용역, 쓰레기 처리를 해결한다. 입주자들은 반드시 세 분과 중 한 곳에 소속돼 공동주택의 일원이자 협동조합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함께 사는 것이 즐겁다는 이웃기웃 식구들. 서로 살피고 돕는 ‘이웃살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는 집을 너머 지역사회와도 소통하며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Interview

이웃기웃 이사장 임경지

“청년 협동조합형 주택 첫 사례, 책임감 느껴요.”

 

최근 대안주택으로 협동조합형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웃기웃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경지 씨도 덩달아 바빠졌다. 협동조합형주택에 살면서 겪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입주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주거비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그 자체로 생활이 상당부분 달라졌다. 예컨대 입주자 중에 이곳에 산 이후로 이직이나 휴직한 이들이 꽤 생겼다.

 

매달 내야하는 생활비가 줄어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웃기웃 입주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입주자 중에 여성이 꽤 많던데 

모집 당시에도 지원자 중 여성이 훨씬 많았다. 아무래도 여성 1인가구는 치안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협동조합형주택이 그런 부분에서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옆집에 무슨 일은 없는지 서로 살피고 돌봐주기 때문이다. 요즘 원룸에 사는 사람들은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 없지 않나. 이웃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 자체가 안심이 되는 것 같다.

 

공간적으로 아쉬운 점은 없나 

입주자가 함께 쓰는 공동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웃기웃은 원룸 한 곳을 입주자를 받지 않고 커뮤니티실로 쓰고 있는데, 본래 공용공간으로 설계된 곳이 아니다보니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앞으로 협동조합형주택이 공급된다면 모든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요즘 계획 중인 활동은 무엇인가 

입주자들끼리 모이는 모임은 많이 있었다. 앞으로는 지역주민과의 소통망을 넓히려고 준비 중이다. 이웃기웃이 필로티 구조로 지어져 일층에 16면의 주차장이 있는데, 이 중 6면을 지역주민에게 월 5만원을 받고 임대한다. 임대료를 모아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열고, 겨우내 먹을 수 있는 김장을 함께 담글 계획이다.

 

첫 청년협동조합형주택 입주자로서 각오는 

앞으로 계속해서 청년협동조합형 주택이 공급되기 위해선 첫 사례인 이웃기웃의 역할이 중요하다. 잘 사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공동주택에서 갈등이 없을 순 없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과정도 잘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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