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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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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강가에 몸을 누인]
판타지주택 까사블랑카

집이 꼭 집다워야 할까. 좀 더 판타지하게,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떨까.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홍천강변에 자리한 까사블랑카는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공중에 부양하듯 떠있는 명상실이 자리한다.

 

한적한 강가에 배 한 척이 길게 누워 있다. 새 하얀 몸체를 강가 언덕에 늘어뜨린 형상이 멋대로 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한쪽 끝은 용머리처럼 치켜 올려지고, 유리로 덮인 몸통이 이어지다가 뱀꼬리 처럼 땅으로 사그라든다. 도통 정체 모를 이 건물은 특별한 별장이다.

 

애초 한 가족의 세컨드하우스로 계획한 건물을 회사 임직원들과 공유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덩치가 다소 커졌다. 그렇지만 집주인이 꿈꾸던 공간은 고스란히 접목되어 있다.

 

 

홍천강을 바라보고 몸을 누인 듯 길게 뻗어있는 까사블랑카 전경. 사진 Indifos 김영.

 

집주인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하늘을 떠다니는 성처럼 신비스러운 공간을 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냄새가 가득한 공간이길 주문했다. 애니메이션 속 성은 자연과 인간이, 동식물들과 기계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가상에나 있을법한 재미난 공간이다. 이 집을 이용하게 될 사람들도 첨단기술을 이용해 가상공간을 만든다.

 

건축주가 내놓은 이 어마한 과제를 건축가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홍천 강가에 자리한 판타지주택 ‘까사블랑카’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까사블랑카는 홍천의 깊숙한 강가에 한 마리 용처럼 자리를 틀고 있다.

 

 

못난 땅이 지닌 개성을 디자인으로 살린 외관

집이 자리한 홍천군 서면 마곡리 203번지는 땅부터가 재미난 곳이다. 코앞에서 시원스러운 홍천강과 아늑한 산자락이 펼쳐지며 천혜의 요지에 숨어든 기분을 선사한다. 대신 겨울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세상과 단절되는 오지마을로 둔갑한다. 굳이 세상으로 나서려면 꽁꽁 언 홍천강을 걸어서 건너마을로 넘어가야 한다. 203번지는 이 오지마을 중에서도 너 나아갈 곳이 없는 제일 끝자락에 자리한다.

 

 

 

 

터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땅의 폭이 5미터에서 15미터로 춤을 추고, 땅의 길이가 145미터에 이른다. 정말 집 지을 작정인 사람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조건의 땅이다. 건축가는 오히려 못난 땅이 지닌 개성을 십분 활용하는 특별한 설계안을 내밀었고, 건축주가 흔쾌히 수용했다.

 


북쪽 강가에 바싹 나앉은 집. 집의 안과 밖이 온통 새하얗다.

 

 

1 집의 뒷모습. 서쪽부터 동쪽으로 비상하듯 건물이 높아진다. 사진 Indifos 김영. 2집의 몸통에 해당하는 거실. 파티오 유리를 적용해 빛과 바람, 시선이 관통하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사진 Indifos 김영.

 

건축가는 상상의 동물 가운데 하나인 용의 모습을 건물로 탈바꿈시키게 된다.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는 항공모함의 이미지도 접목했다. 강가에 몸을 누인 듯한 느낌으로 완성된 집은 오로지 흰색을 고집해 주변의 푸른 자연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자연의 풍광을 헤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무한가능성의 색이 바로 흰색이라고 판단한 것. 건물과 강 사이에 놓인 넓은 데크도 하얀 칠을 하고 데크 난간에 투명 강화유리를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의 중앙부는 한껏 열어두었다. 한옥 대청마루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기도 하고, 북향집에서 남향의 햇빛을 집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기도 하다.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한국적 공간을 담다

집 내부로 들어서면 단순한 느낌이 든다. 언뜻 긴 매스를 크게 세 등분한 것처럼 보인다. 건축가는 주택의 목적이 휴식에 있다면 복잡한 구성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으로 보고 간단명료한 공간 분할을 시도했다.

 

 

1, 2 집의 꼬리 부분에는 한식으로 꾸민 게스트룸 3개가 나란히 자리한다.

 

 

다다미방으로 들어가려면 1층에서 비밀의 문을 찾아 들어가거나 2층에서 구름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가상에나 있을법한 공간을 현실로 만들어 놓았다.

 

땅에서 들어 올린 용머리 부분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가상공간이 실현되어 있다. 들어가는 통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출입구가 벽장식인지 문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공중 부양되어 있는 다다미방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곳에 강을 향한 전망 창을 뚫어 명상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다다미방에서 가파르게 기울여 놓은 구름다리를 잡고 올라가면 아늑한 히노끼 욕실이 기다리고 있다.

 

 


1 비밀의 문이 스르르 열리는 순간. 공중에 부양한 듯한 다다미방이 엿보인다. 사진 Indifos 김영. 2 다다미방에서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욕실

 

집의 몸통에 해당하는 긴 거실은 새하얗게 텅 비어두고 언제든 열어젖힐 수 있는 파티오 도어를 설치했다. 마치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때론 그늘이 되고 때론 바람의 길이 되고 때론 전망대가 되어주는 공간이다. 파티오도어의 여닫음에 따라 변화무상한 표정을 갖게 되는 대청마루는 파티나 모임 등 다양한 목적의 활동을 가능케 한다.

 

용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서쪽 1층에는 한식 스타일의 게스트룸이 있다. 옻종이 장판을 깔아 놓은 온돌방으로, 아늑한 규모와 강을 향한 전망이 돋보인다.

 

 

 


1층과 2층, 내부와 외부가 다채로운 동선으로 이어지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집이다.

 

 

다채로운 시선에서 자연과 호흡하는 집

집 내부는 쓰임에 따라 머리-몸통-꼬리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영역마다 색깔이 분명하다. 특성은 인테리어로 구별되기도 하고 공간의 형태로 감지되기도 한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모든 공간이 하나의 띠처럼 막힘없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모든 공간에는 두 개 이상의 문이 존재해서 공간과 공간을 잇고 있다. 들어간 문으로 다시 되돌아 나오는 방식의 일반적인 집들과는 다른 점이다.

 

 

용모양을 닮은 주방 작업대. 지하에 와인저장소가 숨어있다.

 

때로 그 문은 비밀스럽게 존재하기도 해서 숨바꼭질 같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찾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시크릿룸도 있다. 함께 온 어린 자녀들이 머물기 좋아하는 방이다.

마찬가지로 외부의 산책로도 모두 내부로 연결되게끔 설계해서 건물전체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해 둔 점이 돋보인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게 이어진 지붕이 산책로가 되어 주고 있다. 집밖에 떠 있는 다리를 따라 머리에서 꼬리로 걸어갈 수도 있다.

 

 

지붕을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다. 제대로 된 하늘 길을 제공한다.

 

이처럼 상상력 가득한 집을 만든 키워드는 소통이 아닐까 싶다. 공간과 사람, 공간과 자연,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의 소통. 결국 공간이 제공하는 다채로운 시선에서 주변의 자연과 호흡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집이 되었다.

 

■PLAN

프로젝트명 CASA BLANCA 까사블랑카 위치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203번지

용도 단독주택, 연수원 면적 249.85㎡    설계기간 2013.11-2014.06

시공기간 2014.08-2015.06

외부마감재 ECO CEMENT (MICRO DESIGN KOREA)

바닥마감재 대리석, 타일, 옻 종이 장판, 다다미

벽마감재 벤자민 무어 도장, 전주 한지 벽지, 대리석, 타일

천정마감재 벤자민 무어 도장

가구마감재 우레탄 도장

건축가 류철

디자인팀 신학주, 권명주, 박수린, 정지은

사무소명 Espacio Association

건축시공 대상건설

인테리어시공 에스빠시오(노완욱, 장지영)

연락처 02-412-4857

건축주 한국미래기술

류철 에쓰빠시오 대표. 홍대 건축학과를 나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니아 대학에서 인테리어 및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은 물론 협력디자인, 전시 아트디렉터 등 전방위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건축가협회 초대작가, 한국 교통대학교 외래교수, 부산 The PARK 총괄 아트디렉터, 마리스칼전 아트디렉터를 지냈다. 대표작으로 나비픽쳐스, 매당헌, 송첨재, 까사다이아몬드, 카사블랑카 등 다수가 있다.

010-8680-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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