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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가 최승천]
‘팔순 작가의 지고지순 나무 사랑’

지고지순한 로맨스가 아닐까. 팔순의 원로작가 최승천 교수(80·홍익대 미술대학 명예교수)가 지속해온 나무를 향한 사랑 말이다. 한국의 목조형예술 2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는 40여년 작품생활 동안 나무를 소재이자 주제로 하여 나무를 표현해왔다. 흐트러짐없이 변치않는 나무처럼, 그 역시 팔순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를 열었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겨울의 한복판에 찾아간 헤이리예술마을 아트팩토리 전시장에는 화폭 가득한 사랑의 기운이 햇살처럼 번져 따사롭기가 이를 데 없었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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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목조형 예술 2세대 대표 작가이자 나무와 새의 작가로 유명한 최승천 교수(80·최승천 조형연구소 대표·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가 아트팩토리 갤러리(파주 헤이리마을)로 성큼 들어섰다. 팔순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꼿꼿한 걸음걸이다. 추운 날씨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차츰 가라앉자 건강해 보이는 맑은 혈색이 드러났다. 낮으면서도 명랑한 발성과 간간이 터지는 웃음소리 너머로 깊어 보이는 눈망울이 반짝인다.

 


 어릴적 부터 최승천 교수와 함께 해온 나무들을 주제로 한 평면작업들이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아트팩토리 전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평소 추구해온 조화로운 조형미가 이번 평면작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작품들은 강한 채색을 특색으로 한다. 작가는 대학시절 회화를 전공하다가 공예로 전과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금년이 우리 나이로 팔십이에요. 가족들이 잔치를 벌이자는데 내가 그런 거에 무관심해하니까...기념으로 전시한번 하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가 우연히 나온 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는 1934년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났다. 임진강 물줄기를 끼고 숲이 우거진 자연환경 속에서 맘껏 뛰놀며 유년시절을 보낸 것이 작가로 성장한 동력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홍대 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성신 여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홍익 공전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그 후 한국디자인 포장센터에서 몇 년 간 개발 실장으로 있기도 했다. 1975년부터 1999년까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지냈다. 그러면서 일관되게 나무를 소재이자 주제로 한 조형에 천착하며 국내 목조형예술 분야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얻었다.

 

얼마 전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뽑은 한국현대미술사에 기여한 70세이상 원로작가 22인에 선정됐다. 목조형 분야에서는 그가 유일무이하다. 현재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낱낱이 기록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15년에는 그의 일대기 같은 작품들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모이게 된다.

 


 최 교수에게 나무와 새와 꽃은 고향이자 가족이자 가까운 지인이다. 그들처럼 변함없이 자신의 곁에 머물며 행복감을 주는 존재다.

 

 

나무와 함께한 일생, 재밌고 행복했다

“평생 나무를 만지면서 재밌었어요. 나무와 새와 꽃을 통해 고향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으면서 뿌듯하고 행복했죠. 나에게 나무는 그만큼 변하지 않은 존재에요.”

 

팔순 잔치를 대신해 전시를 선택한 그는 1년이 넘는 시간을 꼬박 작품 활동에 쏟아 붓는 동안 왕성하던 시절처럼 진정 행복에 겨워했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건강을 우려할 정도로 혼신을 다한 시간들이 촘촘히 모여 마침내 팔순 원로작가의 전시가 성사됐다. 지난해 9월 공평갤러리에서 ‘나무로 그리다’라는 주제로 시작한 전시가, 10월에는 아트팩토리 서울개관 초대전으로, 올해 초 다시 아트팩토리 헤이리 기획전으로 이어졌다.

 


2015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사에 큰 영향을 준 22인의 원로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초대됐다.

 

이번 전시에서 최 교수는 나무 위에 물감을 입혔다. 3차원 조형으로 표현하던 나무를 평면으로 들여와 새로운 조형미를 선사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색감각으로 편안함을 드러낸 회화작품들로 그를 알고 지낸 이들을 다시금 놀라게 만들었다. 최 교수의 며느리이자 번역가로 활동중인 장소미 씨는 전시서문을 통해 “작품에서 드러나는 간결하면서도 조화로운 조형감각,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은 인간 최승천을 닮았다”고 적고 있다.

 


 나무로 그리다 P-1306 80×80cm 2012

 

“원래 회화를 전공했는데, 독한 유화 물감이 잘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2년만에 공예과로 전과를 했어요. 나무를 다루는 편이 천성에 더 잘 맞기도 해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아크릴물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는데, 나무와 새라는 주제는 같되 형식에 변화를 주는 것도 참 재밌더군요.”

 

팔순의 나이에도 변치않는 나무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원로작가 최승천 교수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무와 새와 꽃을 통해 나의 작품세계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 변함없이 잘 자라는 그 안의 나무에 계속해서 꽃이 피고 있기 때문이란다. 누가 봐도 부러운 팔순, 지고지순한 사랑은 힘이 세다는 걸 입증해보인 그다.

 


 나무로 그리다 P-1310 110×160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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