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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동 소리마을을 가다]
주민들이 함께 만든 마을

서울시가 뉴타운 존치지역에 시범 적용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첫 번째 지역인 소리마을의 정비사업이 완공됐다. 기존 주거지 모습을 보존하는 방식의 이번 사업은 도시환경 개선 등 물리적 재생을 넘어 사회·문화적 재생을 통한 공동체 회복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 지유리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저층주거지역 소리마을.

 

인근 뉴타운 지역 고층아파트 숲 사이에 섬처럼 자리 잡은 소리마을. 오래되고 낡은 저층주택이 모여 있는 이곳에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도블록이 깔린 골목길은 보행자가 걷기 편하게 정돈되고, 파란색으로 페인트칠한 담벼락과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마을을 환하게 밝혔다.

 

■ 사업개요

위 치 성북구 길음1동 1170번지 일대

면 적 26,566.4㎡(453세대)

용도지역 재정비촉진지구 존치지역


■ 추진경위

2011.02 길음뉴타운 서울휴먼타운 시범사업대상지 선정

2011.03~04 주민의견 수렴

2011.07 길음 재정비촉진계획 결정고시

2011.07~2012.05 주민설명회 및 주민대표회의개최 (15차)

2012.06 주민공청회 및 마을만들기 설명회 개최

2012.07 길음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고시

2012.10~2012.12 마을학교 운영 (총 8강)

2012.12.25 공사계약 체결

2013.03.05 소리마을운영위원회 회의

2013.04.01 공사착공


■ 주요 사업내용

특화가로 조성 보차도 구분포장, 보안등 설치, 담장허물기 등

커뮤니티공간조성 사회복지시설 설치, 공공공지 조성

이면도로 개선 투시형 담장설치, 벽면녹화, 노후계단 정비 등

보안 및 통신선 정비 통합형 CCTV 설치, 불량통신선 정비 등 

 

 

마을 담장에 그려진 벽화는 인근 대학교 학생들의 자원봉사로 완성됐다

 

소리마을은 서울시가 뉴타운 내 존치지역에 실시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첫 사례 지역이다. 이곳은 성북구 길음동 1170번지 일대로 2만6566㎡ 면적에 453세대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당초 길음뉴타운 지구로 검토됐으나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기엔 주택노후도 충족요건이 미비해 최종적으로 뉴타운계획에서 빠지고 존치지역으로 남았다.

 

뉴타운이 해제된 이후 급속하게 낙후되던 지역은 지난해 서울시가 지원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통해 활기를 되찾았다. 사업비 32억원을 투자해 마을 곳곳의 불편사항이 개선됐다. 여기에,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건립된 소리마을주민센터가 운영되면서 주민들 간 교류도 늘었다.

 


 마을주민들이 주민센터에서 요가수업을 받고 있다.

 

 

마을주민의 사랑방, 소리마을센터

“이곳 소리마을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가수업을 듣고 있어요. 한 달에 만 원 정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지요. 이곳이 생기기 전엔 조금 떨어진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시설을 이용했어요. 그곳보다 시설은 작지만 오랜만에 마을사람들 얼굴도 보고 함께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요즘 이곳에 다니는 게 즐거워요.”

 

길음1동에 33년째 살고 있는 마을주민 조점례 씨는 요즘 소리마을센터에서 운영하는 요가수업에 참여하느라 바쁘다.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함께 수업을 듣는 주민들과 친하게 지내고 요가선생님과 안부를 물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또 조점례 씨는 이전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오래 해왔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소리마을주민센터 전경.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마을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고 4층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쓰인다.

 

지난해 11월 22일에 문을 연 소리마을센터는 서울시가 실시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일환으로 마을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주민센터다. 지하 1층~지상 4층, 총면적 488㎡ 규모로 건립해 마을 주민들이 다함께 사용하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1층에는 마을카페가 들어서있다. 현재는 길음복지관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곧 소리마을 주민의 협동조합이 안정화되면 직접 운영해 수익을 얻어 마을센터 자립에 도움을 보탤 계획이다.

 


 주민센터 1층에 운영 중인 마을카페는 마을주민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4층은 순환용임대주택으로 예정됐지만, 마을정비사업이 모두 끝나 수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돼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꿔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2월 내 입주자 선정이 마무리된다.

그 외에는 마을관리사무소, 문화체육공간, 지역아동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어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마을주민이라면 누구나 마을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인도와 차도의 턱을 없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다.

 

 

주민들 의견 반영해 도시정비

“이 동네에 살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방범이었죠. 아무래도 다들 1~2층에 살다보니까 보안 문제가 가장 걱정이죠. 게다가 좁은 골목길로 큰 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혹시 사고가 나진 않을까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에요.”

 

소리마을은 주변 뉴타운지역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저층주거지역으로 방범에 대한 지역주민의 요구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안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도시 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우선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외진 골목길마다 보이는 CCTV다. 평소 주민들의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범죄발생 우려지역과 교통안전사고 다발지역, 쓰레기 무단투기 우려지역 등을 감시할 수 있도록 CCTV 7대를 설치했다.

 

또한 소리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임을 감안해 보행자를 위한 보행자도로를 정비한 점도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골목길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보행자 친화적인 보도블록을 깔았다. 또한 언덕길에 계단과 안전 난간을 설치해 고령의 보행자가 지나다니기 편하게 배려했다.

 


미아초등학교의 담장에 아마존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있다.

 

주차장 확충도 주민들이 요구한 부분이다. 아파트와 달리 저층주거지는 따로 주차장이 마련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주민이 많았다.

“어쩌다 늦게 집에 오는 날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차를 대고 와야 할 때도 있었어요.”

 

소리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도시정비 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집 앞의 주차장을 꼽았다. 주택 담장을 헐어 주차 공간을 마련하고 대신 주차장에 CCTV를 달아 보안 및 방범 문제를 보완했다.

소리마을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미아초등학교 앞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존’의 줄임말로 도로를 넓힌 학교 앞 구역을 말한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없애고 도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차량이 과속하지 않도록 방지했다.

 

이전엔 인근 아파트단지에 있는 학원차량들이 수시로 지나다녀 교통안전사고 우려가 높았던 구역이다. 특히 학원생들 대부분이 뉴타운 아파트 거주자로 소리마을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은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그 외 시간은 일방통행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 외에도 주민들이 직접 나선 ‘자기 집 담장 칠하기’ 작업과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으로 참여한 담장 그림그리기 작업 등도 소리마을을 변신시키는데 일조했다.

 


1 보도블록을 깔아 정비한 마을 골목길. 2 소리마을의 고령주민을 배려해 마을 언덕을 완만하게 만들고 계단을 설치했다. 3 좁은 골목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거울을 기존보다 훨씬 높게 설치했다.

 

 

아래에서 위로, 주민들이 완성한 마을

이곳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계획수립부터 주민대표가 참여해 완성했다는 점이다. 사업의 시작부터 현재 소리마을센터의 운영까지 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현재 소리마을주민센터를 운영하는 주민운영위원회는 주민협의체와 마을만들기 전문가, 시·구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기존의 관주도 방식의 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한 상향식 개발모델로서 의미가 있다.

 

소리마을 주민 모임인 주민협의체는 지난 오세훈 전 시장이 이곳을 휴먼타운으로 지정한 이후 구성됐다. 처음엔 재개발에 대한 기대로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다가 이후 사업내용이 바뀌면서 구성원이 많이 줄었다. 끝까지 주민협의체를 지켜온 13명 이사진의 노력으로 존치지역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지정돼 정비사업이 마무리됐다. 지금은 마을의 450여 세대 중 조합원이 300여명 정도 된다.

마을 정비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2011년 2월 사업이 결정되고 2013년 11월에 끝났으니 약 3년 만에 완성된 셈이다.

 

사업이 빨리 마무리된 데는 소리마을만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이곳은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원주민이 많이 남아있었다. 2~30년 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집집마다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동체를 만들고 의견을 교류하기 편했다. 사업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불만들을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도와줘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

 

소리마을센터에서 활동하는 김성경 씨는 “사업 진행 자체가 마치 마을 잔치 같았어요. 동네 교회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사정도 잘 아니까 ‘자기 집 담장 칠하기’같은 걸 할 때는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도와드렸어요.”라고 전했다.

 


주민센터 개관식 때 성북구청장과 마을주민이 함께 한 핸드프린팅.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 참여 이끌어야

최근 소리마을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높다. 전면철거식 개발이 아니라 도시재생관점에서 정비사업을 벌인 첫 사례이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뤄진 마을공동체 사업이라는 점에서 소리마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소리마을주민센터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마을주민들을 조합원으로 한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게 된다. 수익이 안정화되면 완전 자립형 주민센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민운영위원회는 마을카페를 시작으로 지역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운영위원회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소리마을은 지역적으로는 저층주거지와 인근 아파트지역, 세대별로는 고령인구와 청장년 인구로 분화돼 있다. 이들 사이의 소통을 유도해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소리마을주민센터는 이제 문을 연지 3개월에 접어들었다. 주민운영위원회는 성공여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아달라고 전하며, 그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Interview

김성경 주민운영위원회 사무국장

“마을공동체 생긴 점 가장 좋아”

 

지난 3년 간 소리마을주민들과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손을 보탠 소리마을주민센터 김성경 사무국장(왼쪽 사진). 지난해 주민센터 개관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마을주민 200여명이 참여한 마을잔치도 무사히 치렀다. 올해는 마을주민의 협동조합도 안정화하고 다양한 수익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계획이다. 소리마을을 위해 앞으로 더욱 할 일 많다는 그를 만나봤다.

 

 

▲ 주민운영회에서 활동 중인 김성경 사무국장.

 

 

소리마을만의 특색은 무엇인가요?

소리마을의 특색으로 ‘소통’을 꼽고 싶어요. 소리마을의 주택이나 토지의 소유주는 대개 중산층의 청장년층인 반면 실제로 사는 사람들은 고령의 세입자가 많아요. 이들은 저소득층에 속하죠. 또 소리마을은 길음 뉴타운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저층주거지역이에요. 고령층과 청장년층, 현재와 과거를 잇는 마을로 다층위의 소통이 가능한 공간인 것이죠.

 

정비사업에서 마을주민들이 가장 크게 기대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주민센터가 생기기 전엔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골목길 여기저기 앉아 계셨어요. 집에 혼자 있기 갑갑하시니 대문 앞이라도 나와 계셨던 거죠. 다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원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골목길 정비 같은 눈에 보이는 사업도 기대했고요.

 

주민센터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요?

지역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 운영되고 있어요. 주민들이 의견을 내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공간만 제공되고 있는 형태인데, 앞으로 주변 대학생들과 연계해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할 겁니다. 많은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또 하나는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길음동에 다문화가정이 많아서, 이들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민센터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 주민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화된 계획은 없어요. 다만 소리마을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동주방’에 관심이 갑니다. 소리마을의 경우 노령세대, 독거가구가 많은데 이들에게 함께 먹는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함께 밥을 먹는 다는 것이 곧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다른 지역에서 마을공동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주민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의 특성을 잘 알아야 그에 맞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어요.

 

또 중요한 것은 주민에 대한 교육이에요. 시나 구에서 일방적으로 행정적인 지원만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렇게 계획 없이 시작될 경우 주민들이 큰 책임과 부담을 겪기 마련이죠. 공동체를 구성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도 필요해요. 마을이란 것이 건물처럼 한 번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참여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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