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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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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주거실험 ]
같이 살기 위한 주식회사 '우리동네사람들'

세 지붕 아래 한 가족이 산다. 

같이 살며 주거비를 아낀 23명의 ‘우리동네사람들’이다.

취재 지유리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우동사 www.udong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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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업도, 성격도 각기 다른 이들이 함께 살다보니 대화와 토론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모여 워크샵 방식으로 생활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2 펍 0.4km에서 열린 음악회에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크고 작은 행사가 벌어지는 펍 0.4km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 작년에 강화도의 5만㎡ 땅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지었다. 우동사 식구들과 참가비 15만원을 낸 신청자들이 함께 1년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인천 도심에서 빗겨난 검암동의 한 주택가. 저층 다세대주택이 즐비한 조용한 동네에 변화가 감지된다. 4년 전 이곳에 둥지를 튼 ‘우리동네사람들’ 때문이다. 대안적 주거공동체를 지향하는 이들은 4층짜리 다세대주택 세 집에 각각 7~8명씩 총 23명의 1~2인가구가 함께 사는 주거공동체다.

 

여럿이 같이 사니 자연스럽게 주거비용이 줄었다. 혼자 살 때에 비하면 주거비가 약 3분의 1 수준이다. 고민을 나눌 가족이 생긴 것은 덤이다. 얼마 전엔 집 근처에 커뮤니티펍을 열고 지역사회로 소통을 넓히고 있다. 곧 있으면 바로 옆 빌라 맨 위집에 게스트하우스도 문을 열 계획이다.

 

 ▲인천 검암동의 한적한 주택가 다세대주택에 보금자리를 꾸린 우리동네사람들. 8세대 중 세 집에 우동사 식구들이 살고 있다.

 

 

84㎡ 세 집에 23명 사는 셰어하우스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은 2011년 귀촌을 꿈꾸던 여섯 명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이 모여 귀촌을 계획하던 중, 도시 속에서 시골마을을 만들어보고자 의기투합했다. 함께 살며 끈끈한 이웃의 정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곧바로 서울과 가까우면서 조용한 인천 검암동을 보금자리로 낙점하고 4층짜리 다세대주택의 맨 윗집 401호에 짐을 풀었다. 1인가구 여섯 명이 한 집에 살다가 멤버 두 명이 결혼하면서 옆집으로 이사하고, 그곳에 새로운 식구를 맞았다. 그렇게 우동사 2호가 탄생했다. 지금은 아래층 301호까지 우동사 식구들이 차지했다. 8세대가 입주한 다세대주택에서 총 3세대가 우동사 집이다.

 

 1 현관 앞에 알림판을 내걸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멤버들의 생활패턴이 다르다보니, 알림판을 통한 소통이 유용하다. 2 게스트하우스 오픈 준비로 한창 바쁜 조정훈 대표(오른쪽)와 인도에서 구호활동을 하다가 입주한 김정준, 정수진 커플(가운데, 왼쪽)이 거실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동사는 모두 셰어하우스로 운영된다. 1~2인 가구가 개인 방을 사용하되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다. 4층에 자리한 두 집은 복층구조로 되어있다. 401호의 경우 일층은 주거공간으로 쓰고 이층을 서재 겸 멀티미디어실로 꾸몄다. 각자의 책과 음반을 한데 모아 나눠 쓰면 개인 짐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복층에 딸린 테라스에선 채소와 닭을 기른다. 귀촌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인 만큼 손수 먹거리를 마련하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우동사에 입주한 후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농부의 길에 들어선 이도 있을 정도다. 그 밖에 초등학교 교사, 목수, NGO활동가 등 우동사 식구들의 면면이 다채롭다.

 

 

 1, 2 복층 테라스 한켠에 텃밭과 암탉을 기른다. 음식물쓰레기는 텃밭비료로 쓰고, 닭이 낳은 달걀을 식재료로 쓰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3‘닭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곳’이라는 이름표가 재밌다. 

 

 

‘주식회사 우동사’로 주택 구입 및 관리

함께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단연 주거비용 절감일 테다. 우동사 식구 들 역시 혼자 살 때보다 비용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

집은 전세로 살다가 2012년 구입했는데, 처음 우동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출자금 형식으로 1800만원씩 내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 주거비는 월세에 대출상환원리금을 포함해 1인당 17만원을 낸다. 최초 출자금을 내지 않은 이들은 대출 이자비용으로 몇 만원씩 더 부담한다.

 

1, 2호집은 개인 명의로 구입했는데, 세금 등이 문제가 되면서 3호를 구입할 때는 우동사라는 이름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법인 소유로 계약했다. 최근 생겨나는 주거공동체는 대개 협동조합 형태로 결정되는데 우동사는 편의상 주식회사 형태를 선택했다. 협동조합의 경우 결성 조건이 까다롭고 조합이름으로 주택을 구입할 때 세금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문제가 있어서다.

 

반면 주식회사는 결성이나 운영방식이 간소하다. 필요 절차에 따라 멤버 3명이 형식상 등기이사가 되어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익창출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등기이사에게 배당금은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 현재 주식회사 우동사의 총 자산은 6억원이다. 이중 출자금이 3억, 은행 대출금이 3억이다. 모두 주택구입자금으로 쓰였다.

 

1 멤버들의 책을 한데 모아두고 서재로 쓰는 401호 복층. 대형 스크린이 걸려 있어 한밤의 영화감상회가 열리곤 한다. 2여럿이 모여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둔 우동사 1호집의 거실 전경.

 

생활비 갹출방식은 더욱 독특하다. 낼 수 있는 만큼, 내고 싶은 만큼 내는 것이 원칙이다. 집이란 공간을 누리는 시간과 방식이 다른데, 똑같이 금액을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 조정훈 우동사 대표의 말이다.

 

“생활 방식에 따라 집에서 하루 종일 머무는 사람이 있고, 집에서 잠만 자는 사람도 있어요. 이들이 똑같은 생활비를 내는 것이 과연 공평할까요? 또 프리랜서 중엔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식구들끼리 서로 사정을 이해해주면 어떨까요.”

 

세 집의 한 달 생활비로 약 200만원이 드는데, 강제하지 않는데도 잘 걷힌다. 부족한 경우엔 입주자들이 사정에 맞춰 조금씩 더 내놓기도 한다.

 

 

우동사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채로운 활동

작년 이맘때쯤 우동사의 활동 무대가 집 밖으로 옮겨졌다. 불과 400m 떨어진 곳에 문을 연 59.2㎡ 규모의 ‘커뮤니티 펍 0.4km’가 그곳이다. 이웃 간 관계망을 집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까지 넓히기 위해 마련했다. 동네 사람들이 오다가다 머물며 편히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펍은 주식회사 우동사가 주인으로, 우동사 멤버들이 요리사이자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나름대로 지역사회 일자리창출에서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부터 월~목요일에 주민들을 초대해 동네밥상을 운영한다.

 

1, 2 집에서 0.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커뮤니티 펍 0.4km’. 전용면적 52.9㎡의 수제맥줏집이다. 우동사 멤버들이 요리사이자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10월 중엔 우동사 옆 빌라 맨 위층에 게스트하우스를 연다. 전용면적 78㎡의 복층집이다. 손님을 위한 숙박시설은 아니고 사무실로 쓰일 예정이다. 우동사가 각계각층의 관심을 받으면서 방문객이 많아져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을 분리할 필요성을 느껴 마련했다. 게스트하우스 역시 주식회사 출자금 2억100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정하지 않았지만, 사용료를 받아 운영비를 충당할 예정이다.

 

 1, 2, 3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전용면적 78㎡ 복층구조로 우동사의 업무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가구와 여러 가재도구들은 지인들에게 기증받은 물건들이다. 

 

요즘 우동사가 힘을 쏟는 활동은 벼농사다. ‘논데이(day)’라는 프로젝트를 내걸고 강화도의 빈 땅 5만㎡를 빌려 농사를 짓는다. 우동사 입주민과 1인당 15만원의 참가비를 낸 지역주민 신청자 40여명이 함께 한다. 이들은 파종부터 모내기, 수확까지 1년 간 농사를 짓고 쌀 10kg를 받는다. 올 가을 수확 철에도 땀 흘려 키운 벼농사를 수확할 예정이다.

 

한 집에 산지 4년차에 접어든 우동사 식구들. 주거생활뿐만 아니라 함께 먹거리를 기르고 함께 돈을 벌고 쓰며 삶 자체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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