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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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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지구에서 실현한 전원생활]
쉼표가 있는 집을 짓다

용인시 흥덕지구에 가면 마치 전원주택처럼 여유로운 정원을 둔 집이 있다.

밀도 높은 택지지구에서 쉼표 같은 공간을 찾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는 집이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1~2층 전면에 메탈스크린을 설치한 주택. 메탈스크린 뒤로 넓은 테라스를 두고 건물은 후퇴해 있다.


 

용인시 흥덕지구에는 흥덕중앙공원을 병풍처럼 두르고 형성된 잔다리전원마을이 있다. 여느 택지지구에 비해 넉넉하게 구획된 필지로 인해 규모가 큰 단독주택들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마을 전체적으로 건물들이 밀도 있게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 택지지구에서 널찍한 정원을 가꾸기는 역부족일 듯하다.

 

몇 해 전부터 전원생활의 꿈을 갖고 이 마을을 찾은 안복심 씨도 정원의 자리를 찾는 일이 가장 고민스러웠다고 전한다. 젊은 시절부터 여성 CEO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어느 덧 50대의 나이에 접어든 그녀가 집을 짓기로 한 데는 계기가 있었다. 몸이 아팠던 것.

 


이 집의 반전은 정원이다. 집 뒤편에 공원을 바라보는 널찍한 정원이 자리한다.

 

 

“오랫동안 주상복합아파트에 살았어요. 많이 답답했죠.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마치 유리관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러던 중 병이 찾아왔고, 과감히 살고 싶은 데서 살자고 마음먹은 거예요.”

 

‘이제 그만 쉬어가라’는 징표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을 버리고 홀연히 멀리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찾아든 곳이 흥덕중앙공원에 자리한 이 마을이다. 경사지의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지금의 땅은 온전히 숲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그녀에게 낙점될 수 있었다.

 


집과 마을 사이의 적절한 경계, 메탈 스크린

안 씨의 집은 우람한 자태를 드러내는 마을 집들 속에서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한다. 군더더기 없는 정육면체의 덩어리는 평소 절제된 미니멀 스타일을 좋아해 온 집주인의 취향을 닮아 있다.

 

 건축가는 주인의 의도를 잘 그려낸 듯 보인다. 건축가는 애초 설계할 주택을 주변과 좀 떨어뜨려 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각각의 존재감을 갖고 서있는 집들과 골목에 나름의 쉼표가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집 앞에 설치한 커다란 메탈스크린이다.

 

 


주택 1~2층 전면에 메탈 스크린을 설치해 마을과의 적절한 소통을 유지한다. 이 스크린은 햇살을 적절히 분산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출입구와 주차장출입구를 제외하고 1~2층 주택 전면을 뒤덮은 메탈스크린은 집과 마을 사이의 프라이버시를 구분하는 경계이자 이 집의 선과 면이 산란되는 역할을 한다. 보일듯 보이지 않게 처리된 주택은 스스로를 과시하기 보다는 감추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건축주가 고민 끝에 선택한 메탈스크린은 여러 모로 효자 노릇을 한다. 실내로 들어서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여름철의 빛도 적절히 막아줄 뿐아니라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방어해준다. 밀도 높은 택지지구 안에서 다소 여유를 부리며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이 되어주기도 한다.

 

 

여느 집과 달리 안 씨의 집은 길에서 후퇴해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다.

 

 

이 집의 백미는 단연 정원이다. 이 정원은 언덕진 숲과 어우러져 아늑함을 더해준다. ㄱ자 주택이 감싸 안고 있는 형태의 정원은 집안 어디서나 조망할 수 있다. 넓은 데크는 손님을 맞을 때나 일상적인 정원 일을 할 때 매우 실용적이다.

 

 

1,2층 실내에서 공원과 정원을 전망할 수 있도록 긴 통창을 낸 것이 보인다. 부유하듯 튀어 나온 부위는 2층 부부침실에서 드나들 수 있는 별실이다.

 

 

시원스러운 공간감과 미니멀 인테리어가 주는 여유

실내로 들어서면 시원스러우면서도 정갈한 집주인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널찍하게 구획된 내부공간은 어느 곳을 바라봐도 외부와 시선이 통하도록 설계됐다.

내부 평면도를 들여다봐도 얼마나 단순한 구성을 갖춘 집인지 알 수 있다. 건축주는 필요한 칸막이는 가급적 가구를 이용해 구획하고 있다.


건축가는 비우고 비우는 작업이 계획단계의 주업무였다고 회상한다. 이 비우는 작업의 또 다른 표현이 2층 침실 앞의 발코니다. 가구로 채워질 수 있는 침실의 공간을 덜어내서 발코니로 확장했다. 밖에서 보면 하늘에 둥실 떠 있는 이 공간은 침실의 별채처럼 사용하는 등 공간의 쓰임새를 풍부하게 만들어냈다.


집의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도 미니멀한 감각으로 무장되어 있다. 벽면은 흰색 도장으로 제한했고, 바닥에는 티크목을 일관되게 깔았다. 집의 장식적인 요소는 가구 정도다. 대신 모든 실에서 정원과 숲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창을 냈다.

 

 

현관을 통과하면 시원스럽게 트인 거실과 주방을 마주하게 된다.

 

메탈스크린 너머 마을의 풍경이 차경처럼 거실로 들어선다.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다.

 

1 자녀방에서 정원까지 시선이 가 닿는다. 집안 어디서나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 2 감각적인 그래픽으로 포인트를 준 순백의 화장실

 

2층도 시원스러운 공간감을 자랑한다. ㅁ자로 돌출된 공간에 소파를 배치해 아늑함을 주었다.

 

 

풀 뽑고 정원 가꾸며 몸도 마음도 치유돼

몸의 치유를 위해 선택한 집짓기는 안 씨의 삶을 바꿔 놓았다. 본래 운동을 싫어하는 그녀가 일어나서 제일 먼저 나서는 곳이 정원이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넓게 깔아둔 마당을 쓰는 일이다. 어느덧 빗질은 그녀의 몸을 깨우고 마음을 정갈하게 만드는 의식으로 자리잡았다. 마당에 심어놓은 화초들이 밤새 안녕한지도 살핀다. 잔디가 한창 자랄 때는 잡초를 뜯느라 출근 시간도 잊는다.

 

“여기 와서 마음이 너무 편해졌어요. 새로운 꿈도 생겼네요. 정원에서 야생화 가꾸는 것이요.”

처음 남편은 서울에서 먼 곳에 뭐 하러 집을 짓느냐고 나무라기도 했다. 지금은 집에 들어와 있는 시간을 너무 행복해 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자녀들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달려온다.

 

“제일 좋은 점이죠? 언제든 저 유리문 밖으로 발을 뻗어 성큼 걸어 나갈 수 있다는 거. 주상복합아파트로 치면 테라스가 있는 펜트하우스죠. 사실은 그보다 더 낫죠. 땅을 밟을 수 있으니까요.”

 

? 

정원과 마주하도록 배치한 1층 다이닝룸. 사계절의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곳곳의 많은 창호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쾌적하다. 지열시스템을 활용해 겨울철 난방과 여름철 냉방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창호는 삼중유리가 장착된 단열창이다.

 

수면을 취하는 휴식공간과 서재의 기능을 하나의 공간에 담았다. 다만 서재공간에 단차를 두어 분리감을 주었다.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1037-5

대지면적 441.8㎡  건축면적 166.5㎡

건폐율 37.7%  연면적 438.3㎡ 

용적율 64.02%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용도 단독주택

구조 철근콘크리트+철골

주요외장재 모노쿠쉬, 로이삼중유리

건축설계 2013.10~2014.04

시공기간 2014.5~12 사용승인 2014.12

건축설계 건축사사무소 폴리건 곽선규

참여자 권희덕, 정재우, 홍사영

구조설계 두항구조 현원창

기계설계 맥엔드엔지니어링 강석규

전기설계 천일엔지니어링 강신환

인테리어 두창건설㈜ 안태형

설계감리 건축사사무소 폴리건

건축시공 두창건설㈜

인테리어시공 두창건설㈜

 


 

 

곽선규는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대학원 건축학과, 미국 UCLA 건축과(MA)에서 수학하고 간삼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1996년부터 건축사사무소 폴리건(Polygon)을 운영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 포항공대 교수아파트, 광양 금호 주거단지,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현상설계1차 아이디어공모전 가작(공동), 김포 태리주택, 광주 오포주택, 광주 상대원주택, 이천 율현동주택, 광주 신현리주택 등이 있다. epolygon@nate.com, 010-3349-9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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