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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의 집’ 전시 기획한 건축가 정영한]
우리시대 집, 그 다양한 가치를 묻다

미술화랑과 상점들이 즐비한 인사동 길에 등장한 이색 건축전 ‘최소의 집’.

얼마 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한 돌실나이 인사동사옥(체화의 풍경) 3층 창의물류갤러리낳이에서 11월 4일까지 열리는 전시다.

이 전시의 기획자는 화랑의 큐레이터가 아닌 건축가 정영한(44·스튜디오 아키홀릭) 씨다.

설계사무실을 박차고 저잣거리로 나와 우리시대 집에 담아야할 최소의 가치를 찾겠다는 그는, 분명 큰 용기를 냈음에 틀림없다.

?이 전시는 일회성이 아니어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앞으로 30여명의 건축가들을 대중 앞에 불러내는, 최소의 집 전시릴레이가 내년에도 계속된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스튜디오 아키홀릭(www.archiholic.com, 02-762-9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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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의 집’ 많은 사람들과 정의해보고 싶다

 “‘최소의 집’은 단순히 규모만 작은 집을 말하자는 게 아니에요. 작더라도 자신의 스타일과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집이어야 하죠. 그러자면 집에 다양한 가치를 담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많은 건축가들이 참여하고 대중도 함께 참여해서 최소의 집을 얘기해 보자는 거죠.”

 

10월22일 인사동 쌈지길 건너편 돌실나이사옥 3층 창의물류갤러리낳이에서 만난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소장은 지독한 감기몸살이 시작된 듯싶다. 약속시간 직전 병원으로 달려가 응급처치를 받고 나타난 그의 눈자위는 다소 충혈됐다. 그럼에도 2시간 가까이 자신이 세상을 향해 던진 화두, ‘최소의 집’ 이야기를 쉼 없이 펼쳐놓는 열정을 보인다.

 


 최소의 집 전시가 열리고 있는 창의물류갤러리낳이. 3~4층에 이르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최소의 집 ‘첫번째’ 전시에 불과하다. 앞으로 약 30여명에 이르는 건축가들을 참여시켜 ‘최소의 집’을 주제로 다양한 개념과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참여의 문은 언제든 열어놓는다는 게 정 소장의 설명이다.

 

첫 전시에는 정영한 소장과 함께 가온건축 공동대표인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와 김희준 건축가가 함께 하고 있다.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의 집은 삶에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를 갖춘 ‘적정한 집’이라고 정의했다. 그러고는 3×3×3 ‘퍼펙트 박스’에 침대, 화장실, 주방을 모두 갖춘 집을 제안한다. 김희준 건축가도 집의 최소 단위인 ‘방’의 의미를 되짚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정영한 소장은 “거주자 스스로 능동적인 영역 찾기가 가능한 집”을 최소의 집으로 정의하고 3×3, 5×5, 6×6, 9×9주택을 선보였다. 9×9주택은 실제 지어져 입주한 집이고, 나머지는 현재 설계 중이거나 머지않아 착공할 집들이다.

 


 인사동길에 자리한 돌실나이사옥(사진 오른쪽 끝 건물). 이곳 3층에 위치한 창의물류갤러리낳이에서는 의식주와 관련된 문화전시가 계속될 예정이다. 낳이의 개관전으로 ‘최소의 집-첫번째 전시’가 열렸다.

 

“사용자가 살면서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스스로 영역을 정의 내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집이 최소의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도시형 한옥, 적산가옥, 집장사집, 아파트로 이어져온 주택 변천사는 주택의 대량보급과 획일화엔 기여했을지 몰라도 거주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진 못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용하지 않거나 버려진 공간들이 생겨나는데도 정작 집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미 정해진 붙박이 공간이 주어졌기 때문이죠. 이 버려진 공간에 대한 가치를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시기획도 시작됐습니다.”

 


최소의 집-첫 번째 전시’에는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와 김희준 건축가, 정영한 건축가가 참여했다.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는 최소의 집으로 ‘퍼펙스 박스’를, 김희준 건축가는 ‘방’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최소의 건축’만 하자

정 소장이 선보인 ‘최소의 집’은 기하학적인 네모 박스와 퍼니처 코리도(Furniture Corridor) 만으로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네모난 박스는 대지형상에 따라 다양하게 늘어뜨리거나 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3주택은 가로 3m, 세로 3m, 높이 3m의 정육면체가 다양한 실의 공간으로 연결돼 노모와 부부 내외, 아들 3대가족이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도록 계획됐다. 건축면적은 100㎡(30평)에 불과 하지만, 세대별 사적영역과 개별정원까지 있다. 대형견인 골든 리트리버 8마리가 자유롭게 노닐 수 있도록 건물을 땅에서 1m 가량 들어올린 것도 아이디어다.

 


 

또 정 소장은 거주자들의 선택에 따라 공간의 기능을 바꿔가며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제안하고 있다. 가변공간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퍼니처 코리도다.

“요즘 가구가 기능 보다는 전리품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정 소장은 퍼니처 코리도(furniture corridor)라는 최소 기능의 수납장치를 디자인했다. 이 장치의 기능 설정은 건축가가 아닌 거주자가 선택할 수 있으니 가변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수납은 물론이고, 설비, 위생, 환기 등 실내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장착해 넣고 필요할 때만 열어서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닫아 둔다.

퍼니처 코리도는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간활용이 달라진다. 9×9주택에서는 퍼니처 코리도가 벽체를 빙 둘러싸는 형식으로 배치됐다. 6×6주택에서는 퍼니처코리도가 집 한 가운데 계단실과 연계돼 위치한다.

 


 

“사실 건축가의 개입이 적어질수록 사용자의 능동성은 늘어납니다. 거주를 위한 최소의 기능만을 구축해주고 나머지는 사용자가 정의하게 해주자는 겁니다. 건축이 앞지르지 말자는 게 제 생각이죠.”

 

그는 최근 늘어나는 특정한 주택유형의 확산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인다. 일정한 크기나, 일정한 형식, 일정한 방의 개수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획일적인 주택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싸게 집짓기 열풍 역시 편향된 가치를 심어주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에는 표준이라고 볼 수 있는 집짓기 공법이 없어서 비용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또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이고, 다른 건축가의 다른 생각을 들을 만반의 자세가 되어 있다.

 

“건축가와 건축주 사이가 아직은 멀죠. 그래서 우리가 평당 얼마짜리 집을 지을까를 고민하기 전에, 집의 가치를 먼저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열심히 일 잘하는 젊은 건축가들도 많이 참여하길 바랍니다.”

 

11월4일 첫 전시의 막을 내리고, 내년 초 두 번째 전시로 찾아올 ‘최소의 집’은 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표출하는 국내 최초의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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