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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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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02 효자동 도시형 한옥 '바인하우스']
내가 좋아 살던 한옥에서 인생이모작

골목마다 느릿한 도시의 정취가 서려있는 효자동에서 한옥게스트하우스 ‘바인하우스’를 만났다. 한옥살이가 마냥 좋다는 50대 중반의 여주인장은 자신의 집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해 인생이모작에 나섰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바인하우스(blog.naver.com/vinehouse, 02-3673-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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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를 뜻하는 바인(vine). 바인하우스에는 정말 포도나무가 있었다. 경복궁 3번 출구에서 가을 햇살을 즐기며 5분 남짓 걸었을까. 효자동의 어느 골목길 입구에서 발견한 바인하우스의 나무 대문을 열자, 아담한 안마당에 멋스럽게 가지를 늘어뜨린 포도나무가 눈길을 잡는다.

“바인하우스에 오신 손님들과 와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니까, 지인이 선물로 심어주셨어요. 내년엔 포도나무 넝쿨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요.”

 

밝고 따뜻한 미소가 인상적인 바인하우스 주인장 김경화(55) 씨는 지난 9월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 새내기 매니저다. 한옥 마니아인 그녀는 지금은 대학생이 된 딸이 7살 되던 해 가회동 북촌마을로 이사 온 이후, 줄곧 한옥에서만 살았다.

 


바인하우스 안채에서 바라본 아담한 안마당의 풍경. 지인이 선물한 포도나무에 포도송이가 열려 있다. 



 바인하우스를 찾은 숙박객들은 한옥체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오기 때문에 한옥을 좋아하는 주인장과 더 적극적으로 교감한다.

 

“가회동 한옥에 세를 살면서 효자동 한옥을 구입해 전세를 주었거든요. 아이가 커서 독립하고 나니 쓸쓸하더군요. 이참에 내가 좋아서 사는 집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노후대비를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김 씨는 가회동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효자동 집을 고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그녀에게 바인하우스는 오랫동안 해온 수학강사 일을 접고 선택한 제2의 직장이다. 가회동에 젊은세대가 자꾸 빠져나가 학생 수 유지가 힘들게 되자 업종변경을 고민했던 것. 게스트하우스는 익숙한 공간(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북촌에 살면서 한옥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웃들을 늘상 보아 온 덕에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정갈함이 깃든 방의 모습. 기존에 소유하던 고가구와 한식 이불을 배치했다.

 

“오픈 시점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외국인 관광객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정부가 도시민박업을 장려하면서 코디네이터 교육도 받고, 홍보 면에서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죠.”

 

바인하우스는 1920년대 북촌일대에 지어진 전형적인 도시형한옥이다. 안마당을 중심으로 ㄷ자로 배치된 한옥에 대청마루와 4개의 방이 들어서 있다. 중문의 바깥방은 주인이 머무르고, 중문 안쪽 마당을 통해 들어가는 방들은 모두 게스트룸으로 꾸몄다. 손님들의 조식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입식주방도 자리한다.

 

사람이 살던 집이라고 해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손질이 필요했다. 손님들이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하는 바깥 화장실보다는 실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화장실을 원하기 때문에 실내 화장실을 2곳이나 추가로 만들었다. 문짝도 창호지를 입힌 전통문짝으로 모두 바꿨다. 담장도 새로 쌓아 첫인상을 정갈하게 연출했다.

 


책이 가득한 건넌방. 박쥐 문양 장식을 한 반닫이와 청자, 경대와 같은 소품들이 주인의 손맛으로 정갈하게 어우러졌다.


8월 중순 공사를 시작한 후 전체 오픈 까지는 한 달 정도 걸렸다. 8월 한달간 정부가 지원하는 도시민박업 코디네이터 교육과정도 수료했다. 창업에 필요한 법제도, 입지선정, 공간꾸미지, 이미지메이킹, 영어회화, 홍보전략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수리비를 비롯해 전체 창업비용은 3000만원 정도. 김 씨 처럼 자가주택을 활용하지 않고, 효자동에서 한옥을 임대해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려면 전세금으로 3억~3억5000만원을 추가해야 한다. 김 씨는 또 사용하던 고가구들을 활용해서 별도의 가구 비용이 들지 않았다. 가장 크게 투자한 곳은 침실이다. 목화솜을 비단으로 곱게 감싸 만든 우리의 전통 한식이불은 보는 것만으로 특별하다.

 

요금은 침실을 기준으로 받는다. 사랑방(1인실, 최대2인) 6만원, 건넌방(2인실, 최대3인) 8만원, 안방(4인실, 최대 5인) 15만원이다. 모든 방에 개별화장실이 있는 데다, 한옥이라는 점때문에 요금을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서까래를 드러낸 대청마루. 긴 나무 테이블과 책장을 짜 넣어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할 수 있도록 꾸몄다.

 

“첫 한 달 수익이 얼추 200만원 정도 되네요. 물론 성수기, 비성수기 차이가 커서 겨울은 덜하겠지요. 앞으로 홍보를 확대해서 비수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나가야죠.”

 

바인하우스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예약사이트에 가입해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 북촌 한옥체험살이센터를 통해서 유입되는 사람들도 많다. 10월에는 한옥체험살이센터를 통해 예약한 미얀마 관광객 11명이 이틀간 묵어갔다.

 

언어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김 씨는 간단한 회화만 하는 정도여서, 서울시로부터 외국어통역서비스가 되는 피커폰을 지원받아 사용 중이다. 보다 세심한 안내를 필요로 하는 관광객은 대학생인 딸아이가 맡아서 이메일로 소통하고 여행계획 짜는 것도 도와주고 있다.

 


 안방에서 내다본 대청마루. 전통 무늬를 살려 만든 문짝이 아름답다.

 

자녀 독립하고 쓸쓸하던 집에 활기, 노후대책도 돼

50대의 나이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산다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질 때 느끼는 재미를 즐기는 것”이라고 김 씨는 말한다. “중국인 2명이 이틀 동안 머물다 가면서 저에게 화분을 선물하시더군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나서 그녀의 일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오픈 초기라해도 서울의 한옥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알려진 덕에 손님들이 제법 든다. 조용하던 집에는 외국인 숙박객들이 드나들어서 쓸쓸할 틈이 없고, 집안에 활기가 돌아 좋다. 내 집에 오는 친구를 사귀는 일은 50대에 접어든 그녀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올 때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요. 이미 한옥을 체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오시니까, 이 공간을 서로 나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 역시 만족스러워요.”

 

각각의 방에 묵는 손님들이 대청마루로, 마당으로 나와 말을 건네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녀에겐 새로운 재미거리다. 내성적인 A형이라고 밝히는 김 씨는 사실 게스트하우스가 자신과 잘 맞을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았다.

 


1 목화솜에 비단을 감싸 주문제작한 한식 이불. 묵어가는 손님들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2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벤트가 바로 한복체험이다. 관광명소에 가면 수만원씩 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는 체험을 바인하우스에서는 무료로 제공한다.

 

“막상 시작하니까 편안하게 대해지더군요. 손님이 많아지면 집주인의 사생활이 없어지는 문제도 있겠지만, 손님들에게 느끼는 새로움이나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만 있다면 누구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김 씨는 스스로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 10월6일 일요일 저녁에 바인하우스의 안마당과 툇마루, 건넌방에는 30여명이 들어찼다. ‘유목적 표류’라는 제목의 현대무용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이다. 젊은 인디밴드와 현대무용가 곽고은이 함께 한옥 살림집을 무대로펼친 공연은 이색 그 자체였다. 주인장이 손수 쪄낸 고구마를 먹으며 공연이 끝나고도 1시간에 걸친 뒤풀이가 이어졌다.

 

“바인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네요. 원래 우리 문화를 좋아하기도 해서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해요. 단순히 숙박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다양한 문화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죠. 바인하우스의 변화, 앞으로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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