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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성창수의 '서곡동 204주택']
삼대가 모여 사는 모던한 고향집

경북 상주시 외곽의 전원마을로 일컬어지는 서곡동에 가면 짙은 녹음 속에서 하얀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던한 주택이 있다. 이 집에는 60대 노모와 40대 부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손주가 오순도순 함께 살고 있다. 부모 때부터 살아온 정든 고향 터를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해 온 아들은, 마치 가족의 기념비를 세우듯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새로운 고향집을 지었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서곡동204 주택 프로젝트

위치 경상북도 상주시 서곡동 204-1번지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규모 지상2층

대지면적 650.00㎡ (196.62평)

건축면적 136.21㎡ (41.20평)

                - 주택 128.11㎡(38.75평)

                - 창고 8.10㎡(2.45평)

연면적 204.45㎡ (61.85평)

             - 주택 196.35㎡(59.40평)

             - 창고 8.10㎡(2.45평)

조경면적 10.94㎡

건폐율 20.96%

용적률 31.45%

주차대수 2대

구조재 철근콘크리트조

지붕재 철근콘크리트조

단열재 압출스티로폼

외장재 스타코

내장재 벽지, 친환경페인트

바닥재 온돌마루

창호재 LG시스템창호

설계 건축가 성창수 010-9034-2189

시공 보성종합건설(주) 오병남 이사 010-2356-8736

건축주 김재영·조현순

 

삼대(三代)를 거쳐 온 정든 고향 서곡동

서곡동은 경북 상주시 중심시가지에서 남동쪽으로 펼쳐진 곡창지대를 지나 10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조용한 전원마을로, 상주시내에서 이주해오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서곡(書谷)이라는 이름처럼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경관을 선사하는데다 시내와의 접근성까지 좋기 때문이다.

 


 

김재영 씨 가족과 서곡동의 인연은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년전 부모가 서곡동에 자리를 잡은 후 건축주를 비롯한 형제자매들이 모두 이곳에서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졸업 후 교편을 잡고 가정을 꾸리면서 상주시내 아파트에 거주해온 김재영·조현순 부부는 다시 서곡동으로 돌아와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서곡동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생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집을 짓고 삼대가 한 집에 모여 살게 되면서 서곡동은 부모세대에서부터 손주세대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친 고향이 되었다. 지금은 이 터전에서 건축주가 그랬듯이 그의 자녀들이 어린시절을 보내고 있다.

 

 

고향 친구들과의 의기투합

고향에서의 집짓기는 한결 마음이 편했다. 흔히 겪는다는 민원이나 텃세도 없었다. 건축주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고향친구들이었다. 건축주는 전국에 흩어져있던 친구들을 서곡동으로 불러들였다. 건축가는 물론이고, 현장소장 역시 건축주의 고향친구다. 그들은 친구 가족이 고향에서 오래도록 행복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건축주 부부와 어머니, 아이들까지 삼대가 다양하게 펼쳐놓는 요구사항을 한 집에 풀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평면 계획에 있어 주요 사항 중 하나는 어머니의 동선이었다. 맞벌이 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하교하는 손주들의 뒷바라지뿐만 아니라, 평상시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은 상당부분 어머니 몫이었다. 자연스레 어머니의 방이 1층에 자리잡았고, 주방과 다용도실이 가까이 배치됐다. 마당을 놀이터로 사용할 아이들 방도 1층에 배치했다.

 


노모가 돌보는 너른 텃밭과 햇살 가득한 장독대는 가족들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지는 보고다.

 

어머니는 유독 창고(부속동)와 다용도실, 텃밭에 대한 애착을 꺾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의 뜻대로 넓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들 공간이 지금은 가족들의 건강과 살림을 책임지는 곳간이 되어주고 있다. 마당에 널찍하게 자리한 텃밭에는 온 가족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채소가 자라고 있다. 부속동은 갖가지 저장음식들의 자리다. 삼대가 모여 살면서 식탁이 더욱 건강해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종적으로 1층에는 어머니 방과 초등학생 두 아들의 방, 거실과 주방, 욕실이 배치됐고, 마당에서 현관, 그리고 건물 뒤편의 창고에 이르기까지 막힘없이 연결되는 동선이 계획됐다. 2층에는 부부의 생활공간과 서재, 가족실이 들어섰다. 가족실은 복층으로 만든 거실과 트여 있는 구조여서 1~2층간 소통을 돕는다.

 



 


자연의 고요함에 한 점 존재를 드러내다

넓은 대지에 길게 펼쳐진 남향집은 녹색으로 물감을 들인 듯 풍요로운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다. 건축가는 자연에 조용히 묻혀있는 집 보다는 존재감이 드러날 수 있는 집을 그렸다. 짙은 녹음에 대비될 수 있는 하얀 집과 공간별로 나눠진 각기 다른 크기의 매스들이 조합되어 건물의 볼륨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택의 단면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다. 부분마다 다른 형태와 볼륨감을 주어 단조로움을 없애고 주변 산세와 어울림을 꾀했다. 외관 볼륨의 형태와 크기, 재료의 차이에 따라 각 공간의 상하 관계나 공간의 성격을 짐작 할 수 있게 구성한 점도 흥미를 돋운다.

 

집의 덩어리가 자연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듯, 다시 집안에서 외부의 자연환경을 인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끈 점도 돋보인다. 1층 거실을 2층까지 오픈해 남측 마당의 전경을 모든 층에서 한껏 품어낸 것이 그렇다. 또, 2층 가족실 북측에도 창을 두어 자연 통풍을 돕고 수려하게 펼쳐진 산을 한폭 수채화처럼 조망할 수 있게 했다. 계단실에도 창호를 설치해 상주시내의 전경과 야경을 선사했고, 부속실이 있는 뒷마당과도 소통을 꾀했다. 덕분에 집 안밖으로 다채로운 풍경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이 되었다.

 

삼대가 모여 사는 집은 밤낮없이 가족들의 소리가 들고 난다. 어머니의 텃밭농사도 한결 흥이 난다. 손수 재배한 작물을 먹고 자라는 손주들을 보는 것이 커다란 보람이다. 부부의 귀가 시간도 행복해졌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의례적으로 들어가는 집이 아닌, 어서 빨리 가고 싶은 휴식 같은 집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아이들의 즐거움이야 말해 무엇할까.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이 집에 100점 만점에 백점을 주었으니

 


1 2층 가족실과 오픈된 구조의 거실이 개방감을 준다.

 



1 마당에서 현관을 거쳐 뒷마당으로 바로 나설 수 있도록 물흐르듯 계획한 동선이 눈에뛴다. 2 거실에서 보이는 남쪽 경관을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모서리 부분까지 창호를 연장해 ㄱ자로 튼 것이 보인다. 벽난로는 겨울철 집안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요긴한 아이템이라고.

 

 


북쪽 전망을 한껏 살린 2층의 가족실. 2층까지 오픈된 거실창으로 인해 남쪽 풍경도 누릴 수 있다. 북쪽 창을 열면 대류가 일어나 실내가 금세 시원해진다.

 



2층 계단실은 사방으로 오픈된 구조를 띈다. 계단실에서 1층 현관까지 내다보인다.

 



2층에 마련한 너른 테라스에 오르면 탁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지난해 봄까지만해도 상주시내 아파트에 살던 건축주 부부는 전원주택의 맛을 제대로 실감중이다.

 



 외관을 구성하는 볼륨의 형태와 크기, 재료의 차이에 따라 각 공간의 상하 관계나 공간의 성격을 짐작 할 수 있게 구성한 점이 흥미를 돋운다.

 

 

“서곡동 204 주택은 설계자로서 단순히 고향에 친구의 집을 설계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가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친구의 가족들이 함께할 새로운 삶의 터전을 계획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아직은 대도시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중소도시의 주거환경에 관한 의미를 새롭게 만들고 싶은 건축작업으로서의 의미도 컸다.

 

단순히 비슷한 집들을 생산하듯 만들어 내는 주거환경이 아닌, 같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가족들이 거쳐 온 삶을 반영하고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세월을 거쳐온 가족들의 삶이 다르듯이 대지의 환경 또한 다를 것이고 그 대지위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생활도 조금씩 바뀌어질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건축주 가족들의 삶의 한부분에서, 새로운 보금자리가 또 다른 꿈을 꾸는 텃밭이 되기를 바라며, 좀 더 나은 삶의 환경이 우직하고 푸르른 대지와 더불어 오래도록 영유되기를 기대한다.”

성창수

Pratt Institute(New York)와 Dineen Nealy Architects LLP(New York)를 거쳐 ㈜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주택 설계를 진행했다. 대표작으로는 서곡동 204 주택, 반포동 577 주택, 숭실대 인문관 리모델링, 전쟁기념관 전우회관 증축,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전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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