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택은 개항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처음으로 1920년대에 집장사에 의해 개량한옥이 집단적으로 공급됐다. 그 이후 1960년대 근대화와 산업화의 국가정책에 힘입어 공공아파트를 시작으로 공동주택이 건설되고, 민간건설업자에 의해 대량생산됐다.

그동안 한국주택은 대가족들이 세대별로 공간을 사용함으로써 부족한 공간을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소규모 단독주택의 형태에서, 자녀방이라는 개인공간과 더불어 생활에 따라 공간의 기능이 분리되는 핵가족들이 사는 아파트로 변했다.

2000년을 전후해 주택의 기능은 더 복잡해지고 다기능적으로 진화되면서 초고층화, 대규모화, 고급화 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주택은 지난 한 세기를 거치면서 유형과 규모와 공간구성이 변하고 공간의 기능도 세분화됐다.

‘우리’에서 ‘나’로의 변화한 오늘날 주거

최근 10여년전부터 주택에 대한 소유의식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축소되고 있으며 주택의 기능 또한 개성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과거와 다른 다양한 가족형태와 가구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주택은 그 시대의 산업구조와 사회환경, 정치와 정책, 기술과 경제적 요인 등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또한 사람들의 생각, 가치관 생활관습과 생활방식 등 인적요인에 의해서도 깊은 영향을 받는다.

아파트가 등장하기 이전에 주택은 우리집, 우리가족, 이웃공동체, 가문 등을 중시하며 전통적인, 생활의 장소로 인식됐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상징인 ‘핵가족=아파트’의 시대에는 내가족이 사는 우리집이며, 서구식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이고 편리한 집으로 기능분화가 잘 이루어진 경제적 가치가 큰 자산으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시대의 특징은 유사한 유형의 주택을 대량생산해 소비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이 생활을 지배하는 정보화시대에 들어오면서 주택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라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독신세대의 증가, 딩크족과 통크족 등의 출현은 나의 삶, 나의 인생이 우선이며 자연주의, 건강과 여가중시, 생활의 간편함과 단순함을 추구하는 새로운 주거의식으로 변하고 있다.

‘정주’보다는 살고싶은 집으로 ‘이동’하는 경향 커져

과거 전통적인 시대에는 가족의 수는 많고 주택의 규모는 어쩔수 없이 작았으나 핵가족이 되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자 주택의 규모는 매우 커졌다.

또한 이웃공동체중심의 전통적 생활은 아파트시대가 되면서 이웃공동체는 약화되고 가족중심의 생활로 변했다. 소가족화된 현재에는 취미나 가치관이 같은 동호인 중심의 새로운 공동체가 중시되고 있으며 주택은 콤팩트화된 기능의 소형이 선호되고 있다.

그리고 주택의 소유의식은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내 집에 대한 열망을 갖게 했지만,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와 구조가 크게 변하는 이 시대에는 한 곳에 정주하기보다는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주거이동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으로 고령화, 여성중시, 기후변화, 자원부족, 과학기술의 진보, 세계화와 지역화라는 거시환경의 변화 속에 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사회도 가족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으며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주택에 대한 의식, 가치관의 변화는 주택에 대한 새로운 욕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나타나는 새로운 주택 트렌드는 지능화, 제로에너지, 콤팩트화, 작은 텃밭, 골드, 무장애디자인, 건강과 안전, 전통과 현대, 공동체 등 9가지 테마로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