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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조명 곽계녕 대표]
건축적 디자인이 결합된 조명 브랜드 ‘라이마스(LIMAS)’

1973년 설립된 삼일조명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제2의 도약을 위한 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곽계녕 대표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업의 사업방향이 수정되고,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 조명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40년 축적된 노하우와 실험적 디자인을 앞세워 제품 브랜딩 작업에 한참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백상월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자료 삼일조명 www.light3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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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 실무를 바탕으로 공간에 최적화되는 조명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조명이라는 제품에도 원체 익숙했고,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며 건축가들이 원하는 조명이 뭔지도 알게 됐으니까요. 초반 1년 동안은 유리, 아크릴, 알루미늄 등 조명디자인에 사용되는 원자재들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시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현장공부를 많이 했어요. 앞으로 조명과 건축 사이를 넘나들며 최적의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디자이너와 사업가 역할을 동시에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는 삼일조명 곽계녕 대표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젊은 청년이었다.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는 기업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기에는 부족함이 없이 보인다.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곽세근 전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곽계녕 대표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맡으면서 삼일조명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대량의 아파트 공급이 시작되던 1970년대 초반, 각 세대에 설치되는 형광등의 수요 급증과 맞물려 ‘삼일조명’은 성장했다. 그러다 아파트 공급이 안정되면서 납품량도 줄어들었고,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인을 앞세운 조명들이 시장에 넘쳐나면서 기능에 충실한 삼일조명의 매출에도 타격이 있었다. 변화가 시급했지만 40년 가까운 설립자의 운영방향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곽계녕 대표가 사업에 뛰어들면서 삼일조명은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에 매진하던 그는 설계 막바지 단계에서 건축가들이 조명 때문에 애를 먹는 상황을 숱하게 목격했다. 기성품 중에 설계 컨셉에 딱 맞는 조명을 찾는 것도 어렵고, 조명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진행이 더뎠기 때문에 대부분 적당한 선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곽 대표는 직접 나서기로 했다. 시간과 예산 등 설계의 현실적 조건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본인에게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에는 삼일조명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기업의 축적된 노하우와 본인의 역량을 더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예상보다 기회는 빨리 찾아 왔다. 제주도에 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를 설계한 매스스터디스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가는 기성품 중에는 마음에 드는 조명이 없다며 작업을 의뢰했다. 업무공간과 로비 등 주요공간에 사용된 조명 ‘디-펜던트’가 바로 그것이다. 곽 대표는 이 작업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은 물론 향후 사업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었다. 건축이 만들어내는 공간에서 빛을 밝히는 기능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극대화해주는 심미적인 오브제를 만들겠다는 것. 예쁘지만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하는 아트웍이 아니라 감각적인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이 책정된 상업적 조명 말이다.

 


1 아노다이징이라는 표면처리를 거쳐 내식성이 우수하고 모던한 느낌의 색상으로 연출된 조명 ‘에어’

2 매스스터디스가 설계한 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에는 곽계녕 대표가 디자인한 조명 ‘디-펜던트’가 설치됐다. ⓒ신경섭

 

 

브랜딩으로 승부하다! SAMIL에서 LIMAS까지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브랜딩 작업과 온라인을 통한 홍보였다. 변변한 홈페이지조차 없이 유통망에만 의존하고 있던 삼일조명을 개인소비자와 좀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다. 우선 전 제품의 사진이 담긴 홈페이지를 만들고 회사이념이 담긴 슬로건을 정했다. 조명을 바꾸면 공간도 달라지고 나아가 삶까지도 변한다는 의미의 ‘Change your Light, Change your Life’다. 아날로그였던 회사가 디지털화 되는 순간이다.

 

‘삼일’이라는 촌스럽고 흔한 이름도 문제였다. 이를 보완하고자 CI도 직접 만들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러던 참에 ‘왜 조명은 브랜드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CI보다 BI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근의 사업환경도 브랜드 런칭에 힘을 실어줬다. 40년 역사를 지닌 삼일조명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쉽게 각인되고 트렌드에 맞는 이름 ‘라이마스(LIMAS)’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삼일(SAMIL)의 영문 스펠링을 거꾸로 한 것인데, 삼일조명이 고스란히 들어있으면서 슬로건(LIGHT-LIFE-LIMAS)과도 통하는 단어라니, 곽 대표의 고심한 흔적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브랜딩 작업과 병행하며 곽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첫 제품 ‘에어’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부드럽고 심플한 디자인에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천장등으로, 2011년 7월에 디자인출원 했다. 독일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의 ‘Less is more’라는 말을 좋아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는 조명을 디자인할 때도 건축적인 사고와 프로세스를 거친다. 제품을 만들면서도 자체 디자인보다는 어떤 공간에 어울릴지, 어떤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먼저 그려진다는 그다.

 

건축적 접근은 곽 대표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그가 조명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데 있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게 했다. 바로 건축가들의 작업을 보다 돋보이게 해주고 싶다는 것. 그들이 원하는 디테일, 이를 테면 일반인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이음새와 미묘한 광택의 정도까지도 최대한 살려서 구현하는 작업 말이다. 일반적인 조명 디자이너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 지점이야 말로 그만의 블루오션인 셈이다.

 

“처음에 홈페이지 작업을 하고 CI를 만들 때는 아버지와 마찰도 심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에 밖에 나가 영업을 하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제 생각은 분명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뒤쳐지는 기업은 4년이 됐든 40년이 됐든 금세 사라질 수 있으니까요. 삼일조명은 변화가 필요했고, 그 내부적인 작업을 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제 고집이 맞아 들었죠. 예전보다 매출도 많이 오르고, 라이마스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니까요.”

 

최근에는 수제 원목가구로 유명한 ‘카레클린트’와의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곽계녕 대표. 가구 디자인에 어울리면서도 기능과 디테일에 충실한 조명을 만들어 카레클린트 청담동 매장에 진열해 놓았다. 다른 리빙브랜드와의 작업도 예정돼 있으며, 건축가나 인테리어디자이너들의 조명분야 문제도 해결해준다. 전선작업 때문에 조명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개인블로그(http://31light.blog.me)에 직접 시연한 사진과 함께 조명 설치방법을 알려주는 포스팅도 올린다. 이런 작업들이 매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일조명과 라이마스를 알리고, 나아가 일반인들도 조명을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란다. 곽계녕 대표의 열정적인 작업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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