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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유억근 씨의 집 '초록원']
흙과 나무로 지은 소금농사꾼의 생태주택

전남 무안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당도하는 섬 임자도. 국내 최대 규모의 염전이 모여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섬에 지난해 특별한 집이 들어섰다. 이곳서 30년 가까이 ‘건강한 소금농사’를 연구하고 지어 온 유억근(63·마하탑 대표) 씨가 자신의 농사 철학을 담은 집짓기를 실현한 것이다. 자연에서 가져온 흙과 나무만을 고집하되 마을의 경관까지도 고려하며 지었다는 유 씨의 생태주택, 초록원을 찾아갔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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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개요

대지위치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면 대기리 32-130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792.00㎡

건축면적 196.24㎡

1층 : 163.84㎡

2층 : 30.15㎡

건폐율 24.78%

연면적 193.99㎡

용적률 24.49%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및 일반목구조(흙벽돌)

 

도시의 집과 시골의 집은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아니, 차이가 있어야 한다. 삶의 내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라는 먼 섬에서 만난 27년차 소금농사꾼 유억근(63)·이정심(57) 부부의 집 역시 주변에서 흔히 보아온 주택과는 그 배치와 모양새부터가 사뭇 달라 방문객의 호기심을 북돋운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집이다. 염전이 펼쳐진 평지에 자리하고 있어 사방의 표정을 두루 신경썼다. 


그의 집터는 사방으로 염전이 펼쳐진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평지에 자리한다. 의지할만한 산자락도 없이, 연일 불어대는 강한 섬 바람과 최고의 일조량을 자랑하는 햇살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이런 환경과 씨름해야 하는 농사꾼에겐 때론 섬의 기후를 피해가고 때론 활용해가며 휴식할 수 있는 안락한 집이 필요했다. 그의 집채가 마당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지게 된 연유다.

 


바깥마당에서 바라본 집의 전경. 왼쪽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해 안마당을 거쳐 안채로 들어간다.

 

1층짜리 안채는 남쪽을 향해 벌어진 ㄷ자 자세로 햇살을 받아들이고 섰다. 안채와 마주보는 자리에 2층 높이로 올린 게스트하우스는 북서풍을 막아 고요한 안마당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게스트하우스를 둘러싼 북서쪽의 노출콘크리트 벽은 사람도 밀어 낼 만큼 강한 해풍을 차단하는 동시에, 벌판에 노출된 집을 감싸는 역할도 한다. 튼튼하게 두른 강철 지붕 역시 해풍 때문에 선택했다. 그의 집이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내보이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ㄷ자 주택에 두 집 살림과 휴식을 담다

집의 겉모습도 호감을 주지만, 사실 더 흥미로운 것은 집안의 구조다. 이 집은 3~4일 간격으로 서울과 임자도를 오가며 소금농사꾼이자 생협 이사, 슬로우푸드 신안지부장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유억근 씨 내외와, 이곳서 염전은 물론이고 젓갈생산 공장을 총괄하는 아내의 동생이 함께 살고 있다.

 


1 ㄷ자 주택의 중앙에 자리한 현관에서 양 갈래로 동선이 나뉜다. 한쪽 끝에는 부부 내외의 침실이, 다른쪽 끝에는 아내의 동생 침실과 생활공간이 들어서있다. 2 자작나무 패널을 붙여 온화한 맛을 낸 실내. 침실을 제외한 공용공간은 나무로 마감해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옛 ㄷ자 한옥의 구성을 연상시키는 안채는 두 가족이 한 공간 안에 살지만 프라이버시를 누리는데 유용한 구조를 지녔다. 집의 중심에 현관과 주방, 작은 거실을 배치해 공용으로 사용하고 양 날개에 각각의 침실을 두고 있다. 함께 쓰는 현관과 주방, 작은 거실은 어느 영역에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양쪽에 문을 뚫었다. 모든 문은 미닫이문으로 설계해, 열어두면 집안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고 닫아두면 독립적인 실로 활용할 수 있다.

 

경사진 지붕 밑을 살려내 만든 다락방은 1층 집의 공간적 한계를 보충하는 보너스공간이다. 종교생활을 하는 부부는 침실의 다락방을 명상실로 꾸몄다. 보조주방 천장에 접이식 사다리를 달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다락방은 수납공간 역할을 십분 해내고 있는 식이다.

 

 

▲ 부부침실과 다락방(명상공간)이 자리한 외관이다. 개방감과 다락공간을 확보하고 남향의 빛을 한껏 받아들이기 위해 지붕의 규모를 키웠다.



▲ 1층 평면도

 

 

▲ 주단면도



▲ 남향으로 난 거실. 황토벽돌을 그대로 노출했다.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지 않고 층층이 쌓아 올려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창호는 모두 시스템 창호를 사용하고 있다.

 

안채와 마주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손님들의 공간이다. 부부의 집에는 생태 염전 농사를 체험하려는 생협 회원들과 세계 각지에서 찾아드는 젊은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는 이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경관을 선사하기 위해 2층에 자리를 잡았고, 전망 좋고 넓은 테라스까지 연결했다.

 

 

▲ 2층 평면도



▲ 주단면도(게스트하우스)

 

 

하늘이 내려 준 소금처럼 자연에 돌려줄 수 있는 집 

부부는 이 집을 지을 때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임자도에 어울리는 소박하면서 품위있는 집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평생을 생태 농사꾼으로 살아온 부부의 가치관에 맞는 생태주택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1 나무로 직접 짠 식탁과 가구, 싱크대가 어우러진 주방의 풍경이 편안하다. 2 주방 옆에 보조주방과 다용도실이이어진다. 보조주방 천장에 접이식 사다리를 매달아 다락공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다.

 

그동안 국내 생태주택 연구와 확산에 앞장서온 건축가 이윤하 소장(노둣돌 생태건축연구소)을 만나면서 꿈은 현실이 됐다. 부부가 원하는 나무, 흙과 같은 자연재료로도 얼마든지 현대적인 주택 기능을 만족하는 생태주택을 짓는 게 가능했다.

 

건축가는 일반목구조로 뼈대를 세운 후,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고 그 사이에 단열재를 넣어 단열성능이 좋은 벽체를 만들었다. 창호 역시 시스템창호를 사용하고 벽체와 창호의 연결부위를 기밀하게 시공함으로써 일반목구조 주택 못지않은 기밀성도 챙겼다. 또, 기초 공사시 바닥에 단열재와 숯을 깔아 습기로부터 보다 안전한 흙집이 될 수 있었다.

 

흙집이지만 모던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점도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안채의 지붕은 다락공간을 활용해 이중으로 설계하고, 부부침실의 지붕은 보다 큼직하게 설계해 단조로운 느낌을 없앴다. 황토벽돌 역시 지그재그로 쌓지 않고 일렬로 쌓아 올려 정갈한 분위기를 냈다. 집안의 인테리어는 흙벽돌과 자작나무로 통일하고, 주방가구와 식탁까지도 집안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원목나무로 수제작했다.

 


1 젓갈공장을 운영하는 아내의 동생이 생활하는 침실. 드레스룸과 욕실이 별도로 붙어있고, 이 침실에서만 오를 수 있는 다락방이 별도로 있다. 2 ㄷ자 주택의 한가운데 자리한 주방에서 작은 거실과 복도, 현관이 모두 소통하는 구조를 지녔다.

3 2층 높이의 게스트하우스와 노출콘크리트 벽으로 북서풍을 막아 막든 무풍지대 안마당. 실제 강한 해풍이 불어닥친 날에도 마당 안으로 들어서면 신기할 정도로 바람이 없다.


이 집을 짓고 살면서 부부는 한결 편안해진 잠자리에 만족하고 있다. 지난 30년, 부부는 서울과 임자도를 오가는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 다시금 돌아봐도 뜻 없이는 해내지 못했을 힘든 나날이었다. “언제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강한 집을 짓고 싶었다”는 바람이 구석구석 녹아든 집 초록원에서, 부부는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의 건강한 식탁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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