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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매치 하우스]
동양의 전통적 아름다움+서양의 클래식 스타일

전통미 혹은 고전미라고 해도 동양과 서양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자연주의와 절제미를 추구하는 젠스타일과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클래식스타일로 대표된다. 침범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두 스타일을 믹스 매치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집이 있다. 전용면적 85㎡ 아파트에서 넘나드는 동서양의 조화미를 소개한다. 

취재 백상월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공감인테리어 031-709-7482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전통방식으로 나무를 결구해 만든 테이블은 서양의 클래식스타일과는 또 다른 동양적인 고전미와 단아함을 풍긴다. 한지와 나무로 만든 조명을 달고 작은 화분을 놓아 자연주의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우드블라인드 또한 공간에 통일감을 준다.


 세 남자, 10살배기 아들 윤택이와 남편 그리고 시아버지 함께 사는 손채미 씨는 올해 초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로 이사 왔다. 오래된 저층 빌라에 살던 그녀는 오직 하나, 밝고 화사한 집을 원했다. 회사에서 조금 더 멀어지고 처음 살게 되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햇살이 잘 드는 남향집이었기 때문이다. 단, 리모델링 한번 없이 20년 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는 필수였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공감인테리어 김도형 대표와의 첫 미팅에서도 “밝고 화사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해주세요”가 전부였다는 그녀. 딱히 인테리어에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느라 이사 준비만으로 정신없이 바빴단다.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들의 사진을 몽땅 찍어서 보내고, ‘짐이 많으니 수납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달라’는 식의 몇몇 평범한 요구사항들만 전했다.

 

애물단지 가구의 매력을 찾다

 

신혼살림으로 장만했던 기존의 가구들은 클래식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었다. 도시적인 외모와는 상반되게 중후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그녀였다. 그런데 가구마다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그중에서도 거실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무방할 소파와 테이블은 극과 극으로 정반대다. 소파는 앤틱 스타일의 장식이 돋보이는 화려한 디자인인 반면, 테이블은 고목(古木)을 사용해 만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클래식하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서양과 동양의 미를 대표하는 디자인인 것이다.

 


▲ 여성미 넘치는 곡선이 우아하고 화려한 멋을 더하는 클래식스타일의 소파. 단순하면서도 남성적 묵직함이 느껴지는 원목 테이블과 믹스 매치했다. 뒤쪽 선반에만 올리브그린을 포인트컬러로 사용했는데, 푸른빛의 도자기 접시와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 작업을 총괄한 김도형 대표는 그녀의 요구조건과 더불어 이러한 가구들을 조화롭게 배치시켜야 했다. “화이트 컨셉의 인테리어는 이미 한참 유행해서 흔한 스타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무난한 선택이기도 하죠. 웬만한 스타일의 가구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고요. 이번 작업에서도 여러 디자인을 고민했지만 통일성이 없는 기존의 가구들을 매치하기 위해서는 화이트컬러의 배경이 가장 낫겠다 싶었죠. 사실 대부분의 가정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구와 소품들을 하나둘씩 사지, 모든 걸 한꺼번에 세트로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그래서 많은 집들이 화이트 컨셉으로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흔해진 것이죠.”

 

흔한 화이트 컨셉이라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역시 가구들 때문이다. 발코니를 확장해서 햇살이 거실 중앙까지 그대로 들이치는 창가에는 식탁으로 사용하던 테이블을 놓았다. 도자기 매장을 운영하시는 이모가 결혼선물로 주신 것이라는데, 어쩐지 공방에 있을 법한 고즈넉한 분위기가 절로 풍긴다. 이 테이블에 앉아서는 커피가 아닌 차를 마셔야만 할 것 같고, 복잡한 컴퓨터 작업보다는 차분한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 같다. 물론 실제로는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두드리는 시간이 더 많지만, 때로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분으로 분위기를 즐길 때도 있다고 하니 역시 공간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1 서로 다른 클래식스타일을 믹스 매치해서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 거실. 소파와 테이블 모두 웅장하고 중후한 느낌인 것만 빼면 전반적으로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세 개의 가구가 워낙 존재감이 커서 다른 가구들은 배경처럼 심플하게 처리했다.

2 발코니를 확장하고 남은 우수관 벽체를 더 길게 내어 컴퓨터 작업공간을 만들었다. 소파 뒤쪽 선반과 마찬가지로 올리브그린 컬러를 사용해서 화이트 컨셉의 밋밋함을 덜었다. ⓒ 공감인테리어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중후한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유럽 클래식스타일인 소파. 곡선의 장식적 요소로 여성미와 우아함을 뽐내고 있지만 이 집에 오기 전까지는 애물단지였다고. 웬만해서는 다른 스타일의 가구와 어울리기 힘들지만 구입할 당시에는 그 자태에 취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활용도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이 넓고 육중한 무게감 때문에 좁은 집에서는 금물이다. 한때는 ‘내가 이걸 왜 샀을까’라는 생각에 후회를 한 적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 여전히 그녀의 취향은 클래식이다. 그나마 이 집에 와서 본연의 멋과 기운이 조금은 살아났다. 동양의 전통미와 자연미가 느껴지는 원목테이블을 믹스 매치해서 독특한 스타일로 연출한 덕이다.

 

창가와 거실 중앙의 테이블이 한국적 아름다움을 한껏 풍길 수 있는 것은 곳곳에 놓인 도자기 소품도 한몫을 한다.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북유럽스타일의 도자기가 아니라 동양의 전통기법으로 만든 것이다. 이 역시 이모가 하나둘씩 선물해준 것으로, 잔금과 푸른빛이 감도는 청자 접시가 대부분이다.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지닌 청자의 질감이 고목으로 만든 묵직한 테이블의 진중한 멋과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자아낸다.

 


▲ 주방은 거실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공간이다. 원래 거실 창가에 있는 테이블을 식탁으로 사용했지만 이 집에서는 크기와 분위기 모두 맞지 않아 옮겨진 것이다. 대신 공간에 딱 들어맞는 것으로 맞췄다. 밝은 색의 원목을 사용해 거실의 테이블과는 사뭇 다른 북유럽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의자와 조명의 컬러로 포인트를 줘서 화사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주방이 연출됐다.

 

수납공간 아이디어

 

오래된 집을 손볼 때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수납공간과 단열이다. 공간을 거의 재구성하다시피 해야 현재 생활패턴에 맞는 수납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공감인테리어 김도형 대표는 20년 전 1기신도시 지역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공간특성을 잘 꿰고 있던 터라 디자인 초기부터 이 점을 염두에 뒀다.

 

“붙박이장과 수납장만으로 한계가 있죠. 숨어있는 공간을 찾아내고, 때로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해야 합니다. 이 집의 경우, 거실 발코니를 확장하고 나니 우수관이 지나가는 벽체가 돌출돼서 보기가 안 좋더라고요. 오히려 벽체를 더 길게 내서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고 컴퓨터를 놓았어요. 아직 아이가 어려 오픈된 장소에 컴퓨터를 놓아야 했고, 때마침 적당한 공간이 생긴 것이죠. 안방의 창문은 침대에 누워서도 발코니가 훤히 내다보일 만큼 낮아서 처음부터 높여 달라는 요구가 있었어요. 이 때 벽체를 세우는 대신 수납장을 쌓아 발코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확보했습니다.”

 

 


1 옷장-침대-책장-책상 순서로 공간에 딱 맞게 가구들을 제작한 아들의 방. 침대 매트리스 아랫부분까지 수납공간으로 만들었지만 원체 짐이 많은 터라 거실에 있는 책장까지 모두 아들이 쓰고 있다.

2 안방에서는 한쪽 벽면 전체에 짜 넣은 붙박이장을 이용해 모든 수납을 한다. 침대와 화장대도 빈티지스타일의 원목제품인데, 고전적인 그녀의 취향을 읽을 수 있다. 침대 높이만큼 낮았던 기존 창문은 벽체 대신 수납장을 매입함으로써 높였다.

 

아들의 방은 너무 작아 침대와 책상, 옷장 등 기본적인 가구들도 들어갈 자리가 충분치 않았다. 이사를 오게 된 이유 중에 하나도 엄마아빠와 같은 방을 썼던 아들에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는 모든 가구를 맞추자고 제안했다. 기성품으로는 도저히 배치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공간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자의 물건은 각자의 방에서 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방문을 제외한 모든 벽면에 옷장-침대-책장-책상 순서로 가구를 짰다. 작은 방에 꽉 들어찬 가구들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어 컬러는 화사한 블루 톤을 선택했다.

 

전체 예산의 1/4을 차지할 만큼 많은 비용을 들인 것은 바로 창호다. 오래된 아파트답게 창호는 낡고 구식이어서 단열이 매우 취약했다. 거실 발코니를 확장한 부분은 물론이고 안방과 주방 발코니, 각 방의 창문까지 집안 전체의 창호를 교체했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을 밝고 화사하면서도 따뜻한 집에서 보냈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는 그녀다.

 

손채미 씨에게는 이사 오면서 생긴 취미가 있다. 바로 화분키우기다. 빛도 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았던 예전 집에서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하지만 ‘일단 집에 햇살이 잘 드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큰다’며 하나둘씩 사기 시작했다. 원목 테이블과 함께 어우러진 화분은 자연주의 감성을 극대화시키면서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화분이 얼마나 늘어나 있을지, 그 분위기는 또 어떠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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